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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칼럼/일반

무너지고 있는 첼시, 전부 스콜라리의 탓인가?




<“침몰중인 스콜라리호 첼시”에 대한 변명 >

이 글은 첼시 팬은 아니지만, 예전부터 스콜라리에 호감을 가졌던 팬의 입장에서 올시즌의 불운한 첼시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스콜라리를 대신한 변명과 올시즌 부진한 첼시의 분석으로 이루어진 글입니다. 즐겁게 감상해주세요~ (아, 이 글을 쓰고있는 도중에 첼시가 헐시티와 홈에서 또 비겼다는 소식이 전해오네요... 글 쓰기가 망설여집니다;;;)

주.의 : 스콜라리의 잘못이 없다는게 아니라, 스콜라리의 잘못도 분명히 있지만,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다른 문제점도 생각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스콜라리 잘못이 없다는것이 아닙니다!)




1-1. 첼시의 올시즌 리그 성적표



<좌 올시즌 / 우 0708시즌>


테이블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리그최다득점에 2번째 최소실점을 기록중입니다. 골기록과 실점만 보면 첼시의 올시즌 모습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첼시는 3위에 머물러 있으며, 4위에게 골득실에서 앞설뿐입니다. 또한 1위 맨유와는 5점차에서 많게는 8점차까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왜 그럴까요? 작년에 비해 골득실부분은 오히려 더 성적이 좋다고 볼 수있지만, 현재 첼시의 행보는 작년에 비해 매우 위태롭습니다. 도대체 올시즌 많은 기대를 받았던 스콜라리의 호는 왜 이런 부진에 빠져 있는 것일까요?



1-2. 08/09 첼시의 이적시장 및 공격포인트 현황(Out은 임대포함)

In : 데코, 보싱와
Out : 쉐브첸코,쿠디치니,션라이트필립스,마케렐레,불라루즈,탈벤하임,시드웰,크레스포,피사로,브릿지


득점순위

1. Nicolas Anelka 14
2. Frank Lampard 9
3. Salomon Kalou 5

어시스트 순위

1. Florent Malouda 6
2. Joe Cole , Frank Lampard 5

*현재까지 보싱와 24경기 2 Goals 3 Assists , 데코 20경기 3 Goals 2 Assists


공격과 어시스트를 보더라도, 올시즌 첼시의 실질적 공격은 이적생들보다는 기존 선수들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는걸 알 수 있습니다. 많은 기대를 모으며 다소 싼 가격에 첼시에 입단했다는 평을 받았던 데코는 스탯만으로 볼때는 기대치만큼 해주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군요. 그리고 여기서 다른 2가지 사실을 알 수있는데, 하나는 첼시입단이후 꾸준히 팀 내 득점&어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던 드록바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올시즌 첼시에서 가장 잘해주고 있는 선수는 프랭크 램파드라는 점입니다.



1-3. 홈&어웨이 성적 및 빅4와의 전적



올시즌 빅4와의 성적 (1무 4패/득2/실9/승점1점)
vs맨유 1무 1패 (1:1 , 0:3)
vs리버풀 2패 (0:1 , 0:2)
vs아스날 1패 (1:2)



이상, 올시즌 현재까지의 첼시의 성적표를 보여드렸는데요.
그럼 비난의 대상인 스콜라리 감독을 위한 변명을 이제부터 늘여놓겠습니다.







2. 우선, 스콜라리는 어떠한 감독인가?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가 끝나고 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랜트감독을 경질하였습니다. 이유는 그 전 감독인 무링요 감독의 경질때와 마찬가지로 챔피언스리그의 우승에 실패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그랜트감독이 소위 말하는 “땜빵”의 성격이 강했던 것은 사실이나, 챔스 우승의 실패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겠죠. 사실,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챔피언스리그의 우승을 강력히 원하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고, 가장 큰 문제는 이를 해결할만한 감독이 누가 있느냐겠죠. (압도적포스를 자랑하던 무링요도 매번 4강문턱에서 무너진 뒤로 경질 당했으니) 이렇게 첼시의 독이든 성배를 쥐게 될 주인공이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놀랍게도 유로08 도중에 스콜라리가 그 주인공으로 밝혀지게 됩니다. 히딩크, 만치니, 레이카르트 등 여러 명장들이 거론됬지만 결국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브라질출신의 세계적 명장 스콜라리를 선택합니다.

무링요가 스콜라리를 택한 이유와 그 배경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브라질을 우승시키고, 포르투갈을 유로준우승, 월드컵4강까지 이끌었던 스콜라리가 보여주는 그 토너먼트에서의 강함과 풍부한 경험이 로만 입장에서는 매우 끌렸을 것입니다. 이렇게 세계적 명장인 스콜라리가 스탬포드 브릿지의 새 감독으로 입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가야할 것은 스콜라리 감독은 도대체 어떤 감독이냐인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콜라리는 로만이 원하는 공격축구와는 거리가 먼 감독이라는것이죠. 그것도 매우 먼.. 스콜라리의 축구철학을 단 두가지로 정의하자면 “수비” “멘탈”로 정의할 수 있을것입니다.

첫 번째 키워드 “수비”. 스콜라리는 남미출신의 감독답지않게 매우 수비적인 성향이 강한 감독입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브라질로 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3백과 윙백을 사용하며 매우 수비적인 포메이션을 사용하였고, 이에 자국에서도 우승하기 전까지 매우 많은 비난을 받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유로 2008을 기억하면 알겠지만, 플레이메이커 데코와 이를 보좌할 두명의 미드필더를 선발라인업에 매번 포함시켰죠. 이러한 수비적인 경향이 스콜라리가 토너먼트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좌 - 전문홀딩인 쁘띠와 수비력은 부족하지만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데코와 쁘띠를 보좌하며 그라운드의 전후방을 오고가는 무티뉴는 포르투갈의 4백의 부담을 매우 큰 폭으로 줄여준다.
우 - 윙백을 쓰면서 3백을 쓰는 시스템은 매우 수비적인 포메이션. 수비시, 카를로스와 카푸가 내려옴으로써 5백과 유사하게 전환된다.





두 번째 키워드 “멘탈”. 스콜라리가 얼마만큼 멘탈을 중요시하고 철저한 자기관리를 강조하는지는 2002년 브라질 대표팀을 생각하면 됩니다. 당시 스콜라리는 브라질 대표팀에게 월드컵 대회기간 내내 여자친구, 아내와의 섹스를 철저히 금지시켰습니다. 동침을 미리 차단시켜버렸죠. 혈기왕성한 브라질리언들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었겠지만, 어찌됬건 그 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니, 결과적으론 모두에게 득이 된 셈이네요. 2006년 월드컵에서 페레이라 감독이 선수들의 성생활에 아무런 터치를 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같은 브라질리언인데도 정반대인셈입니다. 또 포르투갈 감독 재임당시에는 선수들에게 친선경기의 중요성을 계속 언급했으며 축구외적으로 일탈한 선수는 대표팀에 뽑지 않는 등 매우 철저하게 선수들을 관리했습니다. 개성강한 스타들이 즐비한 첼시의 감독으로서는 이 이상 완벽한 조건이 아닐 수 없죠.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피터 캐년 단장은 로만 아브라모비치에게 스콜라리를 추천하게 되고, 스콜라리가 첼시의 새 감독으로 부임하게 됩니다.








3-1 변명. 선수영입의 실패

첼시의 새 감독으로 부임한 스콜라리는 피터 캐년과의 미팅에서 전달했듯이 몇 명의 선수를 요구했습니다. 실제로 영입된 선수는 지금 첼시소속의 보싱와와 데코이고, 영입되지 못한 선수는 현재 맨체스터시티의 영웅인 호비뉴입니다. 그 외로 무티뉴,카카 등이 있지만, 사실 데코의 영입으로 인해 어느정도 만회가 되므로 무티뉴와 카카의 영입보다는 호비뉴의 영입실패가 가장 뼈아픈 실패겠죠. 사실 거의 성사될뻔한 딜이었으나, 첼시구단의 어이없는 실수(영입전에 미리 호비뉴의 옷을 팔아버린 사건)로 레알과 멀어지게 되었고 그 틈에 더 큰 금액을 제시햇던 맨시티에게 하이잭킹 당한것이니 더더욱 첼시 입장에서는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리고 호비뉴를 놓친 스콜라리는 시즌 중간에도 겨울이적시장에서 공격수의 영입이 불가피하다며 선수영입을 희망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럼, 여기서 왜 호비뉴가 스콜라리의 플랜에서 데코와 함께 가장 중요한 선수였는지 분석해보겠습니다.




(위 포메이션에서 데코의 위치는.. 실수 인듯;; -_-)

올시즌 첼시의 포메이션은 대표적으로 4-4-2전형입니다. 위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중앙밀집형 전술입니다. 이는 데코, 램파드, 발락이라는 걸출한 3명의 슈퍼스타들을 플레이메이커로 활용하여 공격수와 수비라인과의 간격을 적절히 유지한 채 미드필더 3명의 지속적인 짧은 패스웍으로,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지공에서 위력을 발휘하려는 의도가 강합니다. 첼시의 스콜라리 감독은 무리뉴 감독의 첼시와는 다르게 카운터 어택의 속공축구가 아닌 지공위주의 축구를 계획한 것이죠.

그러나 이런 포메이션으로 나왔을 때 상대가 9백수비로 나오거나 4-5-1과 같이 미드필더 라인을 두껍게 했을 경우 공격이 힘들게 진행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스콜라리의 4-4-2는 2가지 조건이 필수적으로 따라옵니다.

첫째는 양 풀백들의 끊임없는 오버래핑입니다. A.콜과 보싱와의 공격지원은 다소 중앙밀집형인 이 포메이션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중의 필수입니다. A콜과 보싱와가 지속적인 오버래핑을 나감으로써 중앙에 집중된 시선을 분산시킴과 동시에 3명의 플레이메커들이 활약할 공간을 벌리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올시즌 영입된 보싱와는 첼시의 성공적인 영입이죠.

두 번째 필수 조건은 2명의 공격수입니다. 최전방 공격수 아넬카(or드록바)는 상대의 수비수들과 직접 맞부딪히며 상대 수비라인을 뒤로 물리며 골을 노리는 역할이라면, 남은 한명의 공격수는 좌우로 상대의 4백라인을 양 사이드에서 흔들어 줌으로써 공간을 최전방공격수 혹은 2선의 미드필더들에게 열어주는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단단히 잠긴 4백라인을 뚫으려면 사이드에서 공략하는게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러한 역할을 가장 잘해줄 수 있는 선수를 현재 꼽으라고 하면, 호비뉴를 첫손에 꼽을 수 있으니, 스콜라리 감독이 호비뉴 영입에 매달렸던 것도 이해가 갑니다.




(첼시의 4-4-2가 성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 풀백들의 오버래핑)

올시즌 첼시가 부진한 이유는 위의 홈 성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홈에서의 성적이 매우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대부분의 팀이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첼시를 상대할 경우, 4백라인을 깊숙이 내린뒤 수비라인을 매우 두껍게 구축합니다. 따라서 중앙밀집형에다가 지공위주인 첼시로서는 상대의 밀집된 수비라인을 공략하지 못하면 홈에서 승점3점을 얻기가 매우 어려워지죠. 위에서 제가 언급했던 2번째 조건이 현재 첼시가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홈에서 거의 모든 팀들이 노골적으로 골문 앞에 밀집수비를 구축하고 있다. 공격 시에도 그들은 볼보다 뒤에 많은 숫자의 선수들을 남겨놓는다. 반면 원정에서는 홈에서 경기하는 상대 팀들이 보다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편이다. 덕분에 우리는 홈보다 원정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략) 우리 팀에는 볼을 적절히 키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대 문전으로 과감하게 침투할 수 있는 미드필더가 부족하다. 데쿠, 램파드, 발락 등은 모두 정확한 슈팅을 날릴 수 있지만 드리블로써 상대를 돌파할 수 있는 미드필더는 눈에 띄지 않는다.

- 스콜라리






첼시는 중앙에 위치한 4명의 미드필더들이 끊임없이 조밀한 간격을 유지한채 움직이며, 후방에 위치한 미켈을 제외한 3명의 미드필더들은 끊임없이 포지션체인지를 하면서 움직인다. 이러한 공격전개는 짧은 패스로 이루어진다.




첼시는 항상 홈에서 공격할 때, 최소7명이 밀집되어 있는 수비라인을 뚫어야한다.

좌 - 두 중앙미드필더는 계속 간격을 유지하며, 풀백들이 좌우로 포진함으로써 밸런스를 유지시켜준다.

우 - 보싱와가 상대선수와 직접 맞닥들이고 있는데, 사실 양풀백들은 빈공간을 향해 오버래핑함으로써 공간을 더 벌리고 시선을 분산시키는 역할이지, 1:1로서 4백라인을 무너뜨리는 역할이 아니다. 저 원안에는 조콜,호비뉴와 같은 드리블러들이 위치함으로서, 밀집된 수비사이를 헤집어야 되며 그로인해 발생하는 사이드의 공간을 파고드는 것이 풀백들의 역할이다. 따라서 오른쪽 그림은 올시즌 첼시의 문제점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있는것이다.




A.콜과 보싱와의 최근 24R 리버풀전 활동범위.

양 풀백들이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공격가담을 지속적으로 해준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실제 경기에선 중원에서 완전히 밀렸기 때문에 평소보다는 수비에 비중이 컸다)



말루다와 칼루의 24R 리버풀전 활동범위.

말루다는 리버풀의 견고한 4백라인을 흔들지 못하고 하프라인 전후에 머무르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것을 알 수있다. 칼루는 매우 넓은 활동량을 보여줬으나,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이러한 것이 아니었다.(말루다에 비하여 전방침투가 빈번하나, 이도 매우 저조한 횟수이며, 위협적이지 못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한가지 생깁니다.
첼시에 비록 호비뉴가 영입이 안됬더라도, 조콜과 말루다,칼루와 같은(특히 조콜) 드리블러가 존재하는데, 호비뉴의 영입으로 4-4-2전술에 구멍이 생겼다고 변명하는것은 말이 안되지 않느냐..? 그래서 이번엔 2번째 변명으로 넘어갑니다.







3-2 변명. 선수들의 부상과 멘탈

올 시즌의 첼시는 주전 선수들의 부상에 의해서 계속 시달렸고, 지금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시즌초반, 아프리카 월드컵예선에서 십자인대부상을 당해서 6개월이상의 장기이탈이 결정되었고, 발락, 드록바는 시즌초부터 계속해서 잔부상에 시달렸습니다. 존테리와 카르발료(올시즌엔 카르발료가 더)는 잔부상으로 번갈아가면서 결장도 했고요. 그리고 올시즌 계속해서 부상 때문에 들쑥날쑥 출장하던 조콜은 얼마전 FA컵에서 심각한 부상과 함께 시즌아웃되버립니다. 조콜의 부상은 호비뉴의 영입실패로 위에서 말한 2번째 스트라이커가 부족한 첼시에게는 매우 심각한 타격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조콜의 잦은 부상으로 칼루와 말루다가 출장했지만, 둘 모두 부족한 경기력으로 해결책이 되지 못했습니다. 말루다는 오히려 아군의 시선만 분산시킬뿐이었습니다.



조 콜은 잦은 부상으로 인해 정상 컨디션 유지에 실패하고 있는 상황이며, 칼루와 말루다는 상대 밀집수비의 틈바구니 속에서 정교한 플레이를 펼치기보다는 공간이 열려 있을 때 보다 위력을 발휘하는 스타일의 소유자들이다.

- 이형석



사실 이러한 부상신이 강림한 벤치상황 때문에 첼시는 팀워크가 잘 맞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시즌중반까지 들쑥날쑥한 주전라인업을 보입니다. 감독이 만약 이전부터 계속 해오던 감독이라면 이상할 게 없겠지만, 첼시의 감독은 올 시즌 새로 부임한 신임감독이죠. 새로운 감독의 지휘아래, 새로운 룰과 전술을 몸에 익히야 될 선수들에겐 이러한 잦은 부상으로 인한 라인업의 잦은 변화는 조직력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작년 그랜트 시절에도 부상신이 강림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지 않았느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랜트는 사실 그 이전의 무링요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선수들이 아무리 부상을 자주 당하였어도 감독의 시스템에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의 부상과 맞물린 드록바의 문제. 몇 년간 첼시의 핵심선수였던 드록바가 올시즌 계속해서 잔부상에 시달리더니, 꽤 오랫동안 제 컨디션을 찾지못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인테르에 무링요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시즌전부터 계속해서 인테르행 루머에 시달렸죠. 그리고 아넬카와의 투톱이 실패로 끝남으로 인해, 원톱전술이 자리잡게 되고, 이 과정에서 아넬카가 계속해서 중용을 받는것에 대한 드록바의 불만야기가 터지게 됩니다. 이러한 핵심선수의 이적루머와 팀내 불화는 팀 전체를 흔드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스콜라리의 선수단 장악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질책을 받기에 딱 좋지만, 사실 램파드와 존테리같은 다른 핵심선수들의 이야기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것을 알 수있습니다. 애초에 스콜라리가 부임하기 전, 그랜트 시절때부터 계속해서 드록바의 이적루머는 나왔고, 거기에다가 스콜라리가 부임한 해에 하필 무링요 감독도 같이 부임함으로서, 드록바의 이적뉴스는 걷잡을 수없이 터지게 된것이기 때문입니다.







3-3 변명. 그 외의 환경적인 문제
3-3-1. 로만 제국역사상 가장 열악한 지원


0809시즌의 첼시는 로만이 부임한 이래 가장 빈약(?)한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첼시 경기를 볼 때 서브진에 모르는 선수가 있는 걸 발견하고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현재 첼시가 빈약한 스쿼드를 가지고 있다고만 하면 이게 무슨 변명이냐며 욕을 먹겠지만, 속사정을 알고보면 무조건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는것을 알게 됩니다. 이번 시즌 영입된 선수는 데코와 보싱와, 딱 둘 뿐입니다. 즉, 현재 첼시에 남아있는 선수들은 모두 무링요 감독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실속 있는 축구, 수비축구’의 입맛에 맞는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죠. 즉, 로만이 원하는 “공격적인 축구를 바탕으로 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기 위해선 새로운 선수들의 영입이 불가피하다는것과 연결됩니다. 애초에 무링요 감독의 입맛대로 구성된 선수진을 가지고 이끄는 일은 전혀 다른 축구를 구사하는 스콜라리 감독으로서는 힘든 일 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호비뉴의 영입실패가 더더욱 뼈아픈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작년부터 닥친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는 로만 아브라모비치에게 큰 타격을 입힙니다. 자산이 108억파운드에서 70억파운드로 줄어든 로만은 예전과 같은 지원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며, 입장을 표명했고 이에 피터 캐년 단장도 선수영입을 해 줄 수없다며, 스콜라리의 요구를 거절한 상태죠. 기존의 무링요 감독과 그랜트감독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원하는 선수들을 직접 구성한 것에 비해, 이처럼 스콜라리 감독은 구단으로서의 지원도 끊킨 상태입니다. 현재 구단의 지원없이 홀로 남아있는 선수들을 이끌고 좋은 성적을 당연히 내야하는 상태죠. 그렇기에 올 시즌의 스콜라리 감독을 직접적으로 그랜트,무링요 감독과 비교하는것은 다소 지나친 감이 있습니다.





맨왼쪽윗사진 - 2008/09 22R 스토크전 첼시 서브명단
맨왼쪽아랫사진 - 2006/07 첼시 챔피언스리그 서브명단
맨오른쪽윗사진 - 2005/06 첼시 챔피언스리그 서브명단

날이 갈수록 얼마나 벤치가 얇아지는지 알 수있다.
개인적으로 0809시즌의 서브진중 카쿠타,스토크는 올시즌 처음 알게 된 선수들이다.







3-3-2. 예상치 못한 부진

미하엘 발락 - 16경기 0골 2어시
데코 - 20경기 3골 2어시

사실 데코는 영입예정이었던(당시) 호비뉴와 함께 스콜라리호의 핵심이었습니다. 시즌초반만 하더라도 데코의 영입은 매우 성공적인듯 했으나 그 폼은 오래가지 않죠. 데코의 나이도 나이지만, 빠른 템포의 EPL에 적응이 더딘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러한 데코의 부진은 스콜라리 입장에서는 큰 골칫거리로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스콜라리 플랜A의 중심인데다가 호비뉴가 못 옴으로써 안 그래도 어려운 공격이 데코가 부진하게 되면, 3명의 중앙미드필더를 이용한 지공위주의 짧은 패스플레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거 4-3-3의 첼시시절과는 다르게, 램파드 혼자 잘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에 더 골치아픈 문제입니다.

거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잔부상에 신음하다가 겨우 돌아온 발락의 컨디션이 도무지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스콜라리의 머리를 더 아프게 합니다. 데코가 전진을 못하고 템포를 끊어먹는 일이 잦아졌다면, 발락은 패스감각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이는 부상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로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경기에 계속 출장하지만 전혀 나아지는 점이 없다는데 있습니다. 발락의 잦은 패스미스는 미켈과 램파드의 수비과부하로 이어지며 4-4-2의 중앙 미들의 간격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이러한 발락과 데코의 개인적인 부진은 스콜라리 입장에서는 애초에 생각지도 못한 변수이기 때문에 타격 또한 더 크게 보입니다.







3-3-3. 마지막 변명

마지막 변명은 로만 제국의 붕괴위험입니다. 무링요, 그랜트, 스콜라리까지.. 이번에 만약 스콜라리가 1시즌만에 또 경질당하게 되면 선수들에게 심리적으로 매우 큰 영향을 미칠것입니다. 최근 5년간의 레알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잦은 감독교체는 전술적으로도, 선수들의 멘탈적으로도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합니다. 이는 선수들의 팀 수뇌부에 대한 불신과 선수들간의 팀워크 와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차기 감독이 결정되는것 또한 어려운 일이 되겠죠. 그렇게되면 결국 갈락티코 시절의 레알처럼 첼시감독자리는 독이든 성배가 되는 것입니다.

스콜라리 감독은 10년만에 클럽대표팀 감독으로서 부임했습니다. 오랜기간 국가대표팀만을 맡아오다가 매우 오랜만에 클럽 지휘봉을 잡은것이죠. 전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감독, 또한 리그 적응기란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클럽대표팀을 해오던 감독이 아니라, 국가대표팀을 맡아오던 감독이라면 두말 할 필요없겠죠. 따라서 그를 기다려줄 시간이 필요하다는게 제 의견입니다. 물론 첼시가 개인에게 그렇게 큰 인내심을 발휘할정도로 작은 클럽이 아니라는것은 압니다. 하지만 커리어만 보더라도 스콜라리 감독의 실력은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섣부른 경질보다는 이 노장의 팀이 완성되는걸 기다리는게 더 나아보인다는 제 의견입니다.


스케치북에 색을 칠하는 도중에 마음에 안든다고 다른 색을 위에다가 그대로 위에 덧칠하면 그 색은 오히려 추한 색깔이 되는 것처럼, 지금의 첼시도 섣불리 경질을 하다간 그 꼴이 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스콜라리가 경질되고 윗 가정들이 실현된다면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로만제국의 붕괴가 곧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럼 지금까지 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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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스콜라리 前 첼시감독 시절에 썼던 글인데, 다시 올립니다..
-_- 이 글 쓰고 며칠뒤에 바로 스콜라리 감독이 경질되서 허탈했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