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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기/AC밀란

[SERIE A] 5R. Milan 1 - 0 Cesena - 감상..

<밀란 4-3-1-2 vs 체세나 4-4-1-1>


이브라,호비뉴에 이어 파투까지 아웃되면서 공격수 부족에 시달리게 된 알레그리는 엘 샤라위를 카사노와 함께 투톱으로 선발 출전시켰고 결국 밀란은 시즌 4경기만에 그토록 원하던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번 승리로 주말 유벤투스전을 앞두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었고 주중 챔피언스리그 또한 기분 좋게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1. 아퀼라니 vs 엠마누엘손

이번 경기에서 알레그리는 다소 파격적인 선수 기용을 했는데, 그동안 3의 자리에서 주로 뛰던 엠마누엘손을 1의 자리에 선발 출전시킨 것이다. 아퀼라니가 아닌 엠마누엘손을 1의 자리에 기용한 이유는 두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그동안 1의 자리에서 뛰었던 아퀼라니가 기대치를 충족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수비시에도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고 공격시에도 시도로프와 활동반경에서 겹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역할을 아직 완전히 이해 못한 모습을 아퀼라니는 지난 경기들에서 보였었다. 그가 가진 천재성이나 패싱력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알레그리가 원하는 유형은 더 많은 역할을 소화할 수 있어야 했다. 

둘째, 알레그리의 전술적인 변화다. 밀란은 지난 3경기동안 2무1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다. 알레그리는 그동안의 경기에서 밀란이 보여준 문제점을 수비라고 판단했고 그것이 맞았다. 그동안 밀란이 펼쳤던 경기를 생각해보자. 밀란은 총 3경기동안 겨우 4골을 넣은 반면에 6골이나 상대에게 허용했다. 지난 시즌 밀란의 수비력을 생각한다면 말도 안되는 기록이다. 지금 분명 미드필더와 수비라인의 수비력에 문제가 있었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알레그리가 생각한 것은 미드필더 라인을 두텁게 가져가는 것이었다. 


<최전방 카사노를 남기고, 4-3-2-1의 대형으로 전환된 모습.>

실제로 밀란은 체세나 선수들이 볼을 잡았을 때 최전방에 카사노만을 남겨두고 엘샤라위가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가서 엠마누엘손과 짝을 이루면서 4-3-2-1의 대형으로 경기했다. 즉, 아퀼라니가 1의 자리에 위치할 때는 이러한 변화로 쉽게 가져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아퀼라니의 수비력이나 위치선정등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엠마누엘손은 윙백도 겸할 수 있는만큼 왼쪽 라인에서 시도로프와 함께 체세나의 사이드 어택을 커버했다. 엘 샤라위는 트레콰르티스타 또한 소화가능함으로 자연스레 2의 자리까지 내려오는 것이 가능했고 역시 노체리노와 함께 사이드를 커버했다. 엠마누엘손의 지속적인 수비가담은 시도로프를 후반전까지 활약할 수 있게 했다. 반대편의 경우, 시도로프와 달리 노체리노는 후반전 내내 뛸 수 있는 스테미너를 가졌기에 엘 샤라위 입장으로서도 엠마누엘손보다 수비가담에 있어 그만큼 덜 부담을 느낄 것이기에 알레그리의 이러한 미드필더 배치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지금까지 진행되 4-3-1-2가 원활한 역습을 위해 투톱이 측면으로 빠지면서 하프라인 근처에서 머물던 것에 비하면 작지만 큰 변화였다. 그리고 엠마누엘손의 다재다능함이 이것을 실현가능했던 이유였다. 엠마누엘손이 오늘 경기에서 매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기에 아퀼라니는 새로운 경쟁자를 맞이하게 되었고 앞으로 밀란의 1 자리에 대한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2. 슛빼고 완벽한 카사노!

프리시즌부터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부활의 조짐을 보인 카사노가 시즌 초반 굉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카사노는 밀란이 리그에서 넣은 6골중 네골에 직접 관여했다. 1골3어시스트) 이번 경기 역시 카사노의 진가를 알 수 있는 경기였다.

위에서 언급한 4-3-2-1로 바뀔 시 원톱의 역할이 중요해지는데, 공격수가 줄고, 미들이 줄어든만큼 원톱에 위치한 선수는 스스로 고립되지 않기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한다. 그리고 4-3-1-2에서 4-3-2-1로 바뀔 경우 역습의 패턴 또한 그 전과 달라지게 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선수가 카사노다. 



이브라가 없는 만큼 전방에서 상대의 압박을 이겨내고 볼키핑을 할 수 있는 선수는 카사노가 유일하다. 카사노는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될 시 최전방에서 패스를 이어받아 볼을 키핑해서 2에 위치한 엘 샤라위와 엠마누엘손(혹은 노체리노)같은 동료 선수들이 측면으로 침투할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의 패스는 원정임에도 불구하고 수비라인을 높이 올리던 체세나의 수비수들에게 항상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그리고 상대의 압박이나 동료들이 미처 올라가지 못해서 역습이 진행되기 어려울 때에도 절대 볼을 뺏기지 않고 체세나 선수들의 반칙을 끝내 유도해서 볼을 계속 소유하는 영리함도 보였다. 

그리고 최근의 경기력 덕분에 문전에서의 드리블할 때의 자신감도 상승된 모습을 보이며 특유의 골결정력만 높인다면 호비뉴가 복귀하더라도 주전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만큼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3. 복제하고 싶다... 시도로프와 반 봄멜



上 - KP=키 패스, C=크로스 , AC=크로스 성공, LB=롱패스, ALB=롱패스 성공, TB=쓰루패스, ATB=쓰루패스 성공, Rt=평점,
下 - Intc=가로채기, C=클리어링, EC=효과적인 클리어링, SB=슛팅 저지, F=파울, Rt=평점



경기가 끝난 뒤 시도로프의 많은 나이를 아쉬워하며 복제하고 싶다고 말하던 알레그리의 말만 들어도 시도로프의 이 경기 활약상을 알 수 있다. 초반 마법같은 기습골을 비롯해서 미드필더 전역에서 정확한 볼배급으로 밀란의 공격을 이끌었었다. 하나 주목할 것은 시도로프가 이 날 보여준 스타일은 지난 경기와는 다른 모습이었는데, 정확하게 3의 위치에서 볼 배급에만 주력한 점이다. 사실 이 날 시도로프는 평소보다 뒤에 처져서 플레이 했는데, 이는 아퀼라니보다 활동반경이 넓은 엠마누엘손이 1에 위치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최근 문제되었던 원활한 빌드업을 진행시키기 위해서라고도 볼 수 있다.

시도로프와 아퀼라니가 1과 3의 위치를 바꾸어 플레이하게 된 계기도 아퀼라니의 불안한 수비력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후에도 아퀼라니가 1에 위치할 경우 시도로프의 수비가담을 전혀 덜어주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생겨서 결국 후반전으로 접어들면 시도로프의 체력이 고갈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는 연이은 빌드업 문제로 불거지게 되었다. 하지만 엠마누엘손이 위치하면서 양상이 바뀌었다. 엠마누엘손이 넓게 위치하면서 시도로프의 수비를 도왔고 이는 시도로프가 평소보다 더 빌드업을 원활히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할 선수는 바로 반 봄멜이다. 최근 경기에서 지난 시즌에 비해 떨어진 모습을 보이던 반 봄멜이 특유의 안정감을 되찾았다. 위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밀란 선수중에서 가장 많은 패스횟수와 성공률을 기록한 반 봄멜은 공격시엔 시도로프와 하프라인 근처에서 밀란 특유의 느린 템포를 조절하면서 정확한 볼배급에 주력했다. 특히 반대편으로 열어주는 시원한 패스는 그의 폼이 다시 예전만큼 올라오리라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위 도표에서 나오듯 시도로프와 반 봄멜은 밀란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기록했는데 밀란이 이번 경기에서 높은 볼 점유율을 가지고 간 원동력이라 할 수있다. 그리고 그 밑의 표를 보면 반 봄멜이 가장 많은 태클과 컷팅을 기록했는데, 그가 포백앞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상대 선수들을 차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경기들에 비해 늘어난 컷팅숫자가 눈에 띈다. 

몇 몇 사람들은 체세나같은 약팀을 상대로 한 경기에서 지나치게 과장하는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경기를 보면 지금까지와는 변화된 모습이 보인걸 알 수 있다. 일반적인 약팀들과 달리 체세나는 웅크리기보단 전방으로 계속해서 올라오면서 밀란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들은 원정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라인을 올리려고 노력했다. 즉 우리 진영부터 계속 압박을 받았지만 지난 경기보다 더 나아진 빌드업을 보여줬다는 것은 선수들의 폼이 올라왔다는 것과 알레그리의 작은 변화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4. 왼쪽은 아직도 오리무중 ...



잠브로타대신 선발출전한 타이우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넘치는듯한 에너지와 활발한 공격가담은 좋았으나 수비로 전환될 경우 많은 문제점을 보였다. 수비력에 있어서 다소 거친 플레이를 보이던 타이우는 결국 데뷔전에서 노란 카드와 함께 잠브로타와 교체당했다. 영입할 당시에도 수비력에 있어서는 다소 불안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놀랍진 않지만 아마 유벤투스전에서 그를 볼 확률은 적을 것같다. 여전히 왼쪽은 누가 책임지게 될지.. 오리무중이다.



5. 명장이 되느냐 마느냐..



사실 3경기째 승이 없기에 개인적으로 2년차 징크스 아냐...? 라는 불안감이 생기려는 찰나였다. 그러나 역시 그렇듯이 스스로 가장 자신있는 안정감있는 전술로 첫 승을 기록했다. 사실 팀이 부진에 빠지게 될 경우, 문제점이 뭔지도 모르는채 계속 나아가는 감독도 많고 그걸 알면서도 본인의 고집만 내세우다 망하는 감독들도 더러 있다. 그렇지만 알레그리는 팀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했고, 현재 주어진 스쿼드에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해결법으로 구멍난 곳을 메꾸는데 성공했다. 거기에 리그 경쟁팀들도 밀란이 처질도안 다들 무승부를 기록해주면서 달아나지 못한 상황.. 이번 시즌의 스쿠데토 전망도 그리 어둡진 않다.

물론 이후에 유벤투스와 팔레르모라는 어려운 일정이 또 잡혀있긴 하지만 이브라히모비치의 복귀가 예정되어 있기에 밀란으로서는 충분히 해볼만한 싸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후 부상 선수들의 복귀가 차례로 예정되있는만큼 이번 경기에서의 승리가 올 시즌 목표달성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제 남은 것은 지난 시즌보다 충족해진(비록 초반엔 부상으로 많이 빠졌지만) 스쿼드로 어떻게 1년을 운영하는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바르셀로나전이나 이번 체세나전같이 전술에도 상당히 일가견이 있는 모습이나, 얕은 경력에서 바로 밀란이라는 빅클럽을 맡게 됬다는 점에서 알레그리는 상당히 밀란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사키를 떠올리게 한다. 보기와는 달리 약 7년밖에 감독경험이 없는 67년생의 젊은 감독인 알레그리가 과연 언론의 기대되로 제2의 사키 혹은 카펠로가 되어줄지.. 기다려보자.



p.s : 물론, 이번 경기에서 불안했던 점이 없던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모처럼만의 승리니 긍정적인 부분만 취해서 즐겨도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론 지금은 냉철한 비판보다는 따뜻한 응원이 더 필요한 시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