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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기/AC밀란

[SERIE A] 3R. Napoli 3 - 1 Milan: 자, 공 너희 가져가.. 대신

<양 팀 선발 라인업>

양 팀 모두 주중 챔피언스리그를 소화했기에 조건은 비슷했다. 그러나 2경기 연속 원정을 치르게 된 밀란 선수들의 부담감이 더 컸던 것일까. 나폴리는 카바니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생각했던것보다 더 쉽게 밀란을 제압했고 밀란은 시즌 초반이지만 3경기째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마짜리는 수니가대신 도세나를 선발로 출전시킨 것을 제외하면 맨체스터 시티전의 선발 라인업을 그대로 들고 나왔고, 알레그리는 바르셀로나전에서 빠졌던 아퀼라니를 시도로프와 같이 선발로 세웠고 보네라를 왼쪽 풀백에 포진시켰다.

흥미로웠던 점이라면 홈임에도 불구하고 나폴리가 수비라인을 깊숙히 내렸었고 밀란은 거기에 대응하지 못했다. 비록 전반 11분만에 아퀼라니의 헤딩골로 득점에 성공했지만 그마저도 곧바로 동점골을 내주었고 그 장면말고는 나폴리의 수비를 제대로 공략하는 장면은 찾기 어려웠다. 반면에 나폴리는 맨체스터 원정과 마찬가지로 경기내내 위협적인 역습장면을 선보이며 3:1의 완승을 거두었다.




자, 공 너희 가져..



사실 나폴리가 이번 경기에서 대형을 뒤로 물릴거라고 생각치는 않았기에 예상외의 초반전개였고, 밀란의 선수들은 그들이 생각했던 경기와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자 필드위에서 당황하기 시작했다. 마지오와 도세나는 적극적으로 압박을 펼치기보다는 자기진영에서 3백과 함께 마치 5백에 가깝도록 두터운 수비라인을 구축했고 인러와 가르가노는 밀란의 시도로프와 노체리노의 공격가담을 마크했다. 37:63의 볼점유율이 말해주듯 밀란은 하프라인 근처에서 계속해서 볼을 돌렸지만 오히려 급한쪽은 밀란이었고 나폴리의 수비는 여유가 있었다. 

저번 바르셀로나전과 달리 파투는 아무런 활약을 하지 못했다. 파투의 장점은 수비 뒷공간을 허물 수 있는 스피드와 퍼스트터치의 정확성이다. 그렇지만 나폴리의 수비라인이 내려가자 파투의 스피드를 활용할 공간이 없었고 밀집된 3명의 중앙수비수의 벽에 가로막혀 전진하지 못했다. 카사노 또한 초반의 날카로운 크로스로 아퀼라니의 골을 도왔지만 계속해서 사이드로 밀려나며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카사노와 파투가 사이드로 계속해서 움직였지만 중앙과 측면 모두 공간을 찾기엔 힘들었다. 좁은 공간에서도 볼 소유권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의 이브라의 빈 자리게 매우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폴리의 윙백들이 내려가자 밀란의 좌우 풀백들은 평소보다 더 올라갈 수 있었지만 크로스의 정확도라던지 돌파면에서 별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었다. 애초에 나폴리의 윙백들이 내려가는 바람에 사이드에도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사이드 공격에 능하지 못한 밀란이 계속 측면공격을 시도했던 것이 문제였다. 오히려 중앙을 공략했어야 했다. 나폴리의 중앙엔 두명의 미드필더밖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인러와 가르가노는 밀란의 아퀼라니, 시도로프, 노체리노보다 훨씬 뛰어난 움직임을 보이며 2 vs 3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대신 절대 뺏기지마...


<1. 밀란의 공격상황 2.나폴리의 역습상황(2번째 골장면) 밀란은 언제나 숫자에서 밀렸다.>

마짜리가 준비해온 전술은 성공적이었다. 밀란의 측면공격은 위협적이지 않았기에 역습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도세나를 기용했고 그의 수비가담을 줄이기 위하여 수비라인을 골문근처로 내렸다. 활동량에서는 밀란보다 자신 있었던 나폴리 선수들이기에 선수비 - 후역습의 상황을 후반전끝까지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리고 함식과 라베찌/카바니의 수비가담은 2 vs 3으로 숫자에서 밀리던 나폴리의 중앙 미들들에게 힘을 더했다. (사실 인러와 가르가노 둘이서도 충분히 밀란의 세 미드필더보다 높은 활동량을 가져갔지만) 나폴리는 점유율보다는 정확하게 역습을 가져가는데 목표를 두었다.

나폴리의 공격진과 미드필더들의 기동력과 활동량은 밀란의 네 미드필더들을 압도했기에 역습상황에서 매우 큰 위력을 발휘했다. 밀란의 공이 컷트당하는 순간 순식간에 좌우로 넓게 벌리면서 측면을 파고들었다. 밀란의 풀백들은 공격가담을 하느라 생긴 빈 공간을 나폴리의 공격수들은 매우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특히 문제점은 반 봄멜과 노체리노였다. 

반 봄멜은 밀란이 수비라인을 하프라인아래에 위치할 때는 그의 느린 기동력이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경기처럼 밀란의 수비라인이 올라가게되면 기동력에서 큰 문제점을 보이는데, 이번 경기에서 분명 밀란의 수비라인을 보호해야 했던 반 봄멜은 역습 상황에서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했다. 반 봄멜뿐 아니라 좌우의 다른 두 명의 미드필더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그들보다 아래에 있던 반 봄멜은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될 때 반드시 컷트해야 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나폴리의 공격수들은 매우 수월하게 밀란의 골대까지 접근했고 아무런 방해없이 밀란의 수비수들과 넓게 마주했다. 네스타와 실바가 아무리 뛰어나다고해도 순식간에 몰려오는 동수 혹은 자신들보다 많은 수의 공격수들을 막아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첫번째 실점장면은 다소 운이 없었다고도 변명할 수 있겠지만(정확히 말하자면 시도로프가 끝까지 집중하지 못했고 카바니는 쉽게 슛팅까지 가져갔다.) 나머지 두 골을 실점한 상황은 변명의 여지없는 미드필더들의 문제다. 시종일관 나폴리의 3명의 공격수들과 그대로 마주보던 밀란의 센터백들과 아비아티는 3골밖에 실점하지 않은것에 안도해야 됬을 것이다. 밀란은 공격과 수비, 어디서든 나폴리의 선수들보다 수에서 밀렸다. 공격시엔 미드필더들이 정적이었고, 수비시엔 미드필더들의 수비가담률은 제로에 가까웠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렇기에 플라미니, 장기적으로 가투소의 대체자가 될 것같은 노체리노의 오늘의 움직임은 매우 실망적이었다. 노쇠한 반 봄멜이야 그렇다쳐도 노체리노의 수비가담이나 움직임은 공수 어디서도 도움되지 못했다.

전반 35분과 후반 50분 두차례 폭풍같이 득점에 성공한 나폴리는 이후 함식과 제마일리, 도세나와 수니가를 차례로 교체해주며 더욱 더 수비에 안정감을 더했다. 특히 수니가는 막판 파투의 슛팅기회를 멋지게 막아내며 맨체스터시티전에 이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밀란을 3:1로 완파한 나폴리에게 뭐 아쉬운 장면이 있겠냐만은 맨체스터시티전에 이어 이번 경기에서도 여전히 제 컨디션을 찾지못한듯한 함식이 유일한 걱정거리일 것이다.




알레그리의 딜레마... 

이번 경기에서 밀란은 아퀼라니를 1에 자리에 기용하고 시도로프를 내렸는데 알레그리가 얼마나 미드필더의 조합에 애를 먹고있는지 알 수 있었다. 지난 바르셀로나전에서 아퀼라니 대신 시도로프가 기용된 이유는 아퀼라니의 부족한 수비력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경기에서 시도로프는 여전히 기동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냈고 알레그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퀼라니를 1에, 시도로프를 3에 놓고 둘 다 기용하는 시도를 한 것이다. 결과적으론 대 실패였다. 

전반 초반과는 달리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시도로프의 기동성은 계속해서 문제점을 드러냈고 이번 경기에서도 볼을 질질 끌다가 뺏겨 순간적으로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아퀼라니는 공격수들과의 연계라던지 움직임은 괜찮았지만 현재 밀란이 필요로하는 그의 포지션은 3인듯했다.(그리고 움직임은 괜찮았지만 그는 전반전 결정적인 기회도 놓쳤고 패스의 정확도에서도 65%라는 저조한 성공률을 보였다.) 시도로프와 반 봄멜쪽의 움직임에서 계속 문제가 일어났지만 아퀼라니는 이들을 지원해주는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마치 밀란의 공격, 미들, 수비라인은 제 각각 따로 노는듯 했다. 지난 바르셀로나전에서 보여주던 조직력과는 완전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시도로프와 아퀼라니 도대체 이 둘을 어떻게 써야 되는 것일까. 지금까지 치룬 3경기를 생각해보면

1. 라치오전 = 1 보아텡; 3아퀼라니 : 왼쪽라인의 수비가담 ↓ + 1의 창의성 부족 + 빠른 역습가능
2. 바르샤전 = 1 보아텡; 3시도로프 : 역습 전개 속도 ↓ + 1의 창의성 부족 + 풀백과의 연계 ↑
3. 나폴리전 = 1 아퀼라니; 3시도로프 : 역습 전개속도 ↓ + 공->수 전환속도 ↓ 

위 3가지 경우와 같다. 결론은? 현 시도로프는 주전으로 뛸만한 선수가 아니라는것과 아퀼라니의 수비력과 동료들과의 호흡이 향상될 필요성이 절대적으로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현재 밀란의 중앙MF의 선수구성이 한정되어있기에 어쩔 수 없는 면이기도 하다. (절대적으로 중원의 보강이 필요하다는 말!) 그렇지만 계속해서 시도로프를 고집하기보단 엠마누엘손과 엘 샤라위 같은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는 시도도 필요하다고 본다.(초반 일정이 녹록치 않았기에 이들을 기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수였지만, 앞으로는 이들의 기용은 반드시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밀란의 시도로프와 반 봄멜은 체력저하로 방전된 모습을 보였고 나폴리의 역습에 속수무책이었다. 알레그리는 결국 반 봄멜대신 엠마누엘손을, 보네라대신 안토니니를 넣으며 변화를 시도했다. 시도로프가 반 봄멜의 자리로 들어갔는데 느린 시도로프의 볼배급을 엠마누엘손이 빠르게 가져가고, 좌측 공격이 익숙치않은 보네라대신 안토니니에게 좌측공격을 맡긴 것이다. 그렇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수비라인을 깊숙히 내린 나폴리에게 측면공격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교체자원중에서 중앙에 힘을 불어넣어줄만한 선수가 전무했다는 것이 밀란에겐 아쉬웠다. 엘 샤라위는 어렸고, 15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퀼라니와 교체된 샤라위가 뭔가 보여주기엔 나폴리는 너무나 높은 상대다.



결론

볼 점유율은 37: 63 였지만 슛팅수에서 나폴리는 앞섰다. 11(4) : 8(4).. 보통 선수비 후역습의 방향성을 두는 경우 상대팀보다 슈팅수에서 밀리게 마련인데, 나폴리가 오히려 앞섰다는 것은 그만큼 역습이 위력적이었고, 나폴리의 수비 또한 강했다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밀란의 공수전환은 형편없었고 공격 또한 무뎠다는 것이다. 밀란은 의미없는 점유율만 가져갔다. 자신의 의도대로 볼을 소유하는 것과 어쩔 수 없이 점유율만 늘려가는 상황은 매우 다르다. 밀란의 경우 후자였고, 의미없는 점유율은 마치 늪처럼 시간이 가면 갈수록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결국 1 :3으로 패한 밀란은 슈퍼컵 우승이후 공식전 3경기동안의 무승에 그쳤고 나폴리는 2경기 6골 실점, 승점6점으로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지난 시즌에도 역시 초반에 삐걱거리던 밀란이었고 빡빡한 일정과 선수들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몇 경기동안은 힘든 레이스가 될 것이라 예상 했었으나 2경기동안 5실점(챔스까지 7실점)을 해버린 것은 밀란에게 매우 뼈아픈 결과다. 특히나 지난시즌 우승의 일등공신인 수비에서 이런 문제점을 보였다는게 놀라운 일이다. 알레그리 스스로도 수비력에 대해 지적한만큼 또다른 강팀인 우디네세와의 홈경기에서 어떠한 경기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밀란은 과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