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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기/AC밀란

[챔피언스리그] Group H. Milan vs Barcelona : 화려한 창 vs 아름다운 방패

<양 팀 선발 라인업 : 바르셀로나 4-3-3 / AC밀란 4-3-1-2>

추가시간까지 포함하여 93분중에서 약 90분동안 바르셀로나가 밀란을 압도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이 잠깐 놓쳤던 채 3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로쏘네리는 두 골을 넣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2 : 2 결과는 무승부지만, 과르디올라와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매우 아쉬운 경기였고 알레그리와 밀란 선수들에겐 매우 자랑스러운 경기였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서 가장 빅매치인 이 경기는 그에 걸맞는 이야기거리들을 남겼다. 밀란은 챔피언스리그에서 4경기만에 골을 터뜨렸고, 경기전 호언장담하던 보아텡 말대로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고(심지어 보아텡은 메시가 골을 기록하지 못할거라던 예상도 맞췄다!), 누캄프에서 비기기만해도 성공이라는 알레그리도 본인의 말을 지켰다. 그렇지만 바르셀로나는 역시나 강했고 메시는 역시 최고였다. 




 24초만에 ...?

눈깜짝할 새에 일이 터졌다. 경기시작을 알리는 휘슬의 여운과 홈팀 바르셀로나의 멋진 경기를 보러 온 수 만명의 관객들의 열기가 채 달아오르기도 전에 일이 벌어졌다. 망연자실한 발데스와 웅성웅성대는 캄프 누의 홈팬들.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5번째로 빠른 골로 기록된 24초만에 터진 이 골은 남은 전반전의 경기양상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 덕분에 밀란은 바르셀로나 원정이라는 부담감에서 해방되었고 본인들이 준비했던 가장 잘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반대로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에겐 선제골을 먼저 허용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었고 시작하자마자 실점을 허용한 것에 대한 부담감이 따랐다. 

시작하자마자 터진 이 골에서 무슨 전술적인 포인트를 따지겠냐마는 짚고 가야할 점이 있다. 바로 바르셀로나의 센터백들이다. 피케가 부상으로 빠졌고, 푸욜이 부상에서 갓 회복된 바람에 벤치에서 시작했다. 어린 폰타스에게 챔피언스리그 개막전에서 밀란을 상대하라고 내보낼 용감한 감독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결국 지난시즌에도 곧잘 센터백을 소화하던 마스체라노와 부스케츠가 중앙수비수에 이름을 올렸고 일을 저질렀다. 사실 센터백으로 소화한 경기가 많았던 마스체라노와 달리 중앙수비수 부스케츠의 모습은 경기내내 중원을 지배했던 동료선수들의 플레이에 가렸지만 실로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차라리 중앙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아비달을 센터백으로 세우고 막스웰을 좌측수비수로 기용하는게 어땟을까 싶다. 밀란은 측면공격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팀도 아니기에 차라리 믿음직한 좌측 수비수보다 믿음직한 중앙수비수가 필요했었다.(그리고 그마저도 마지막 실점상황의 코너킥을 허용한 것은 아비달이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의 수비수들이 수비할 시간은 많지 않았기에 이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90분동안의 일반적인 대형.. 뚫느냐 지키느냐의 싸움이었다>

화려한 창 vs 아름다운 방패 

누캄프에서 원정팀 밀란이 시작하자마자 앞서고 있다. 이 이후에 일어날 전개는 너무나 뻔하고 실로 그러했다. 지키느냐 뚫느냐. 밀란의 좌우풀백인 잠브로타와 아바테는 90분동안 최대한 오버래핑을 자제하면서 중앙 수비수들과의 간격을 유지했다. 특히 걱정되었던 좌측의 잠브로타는 90분동안 하프라인조차 넘지 않으며 말그대로 수비만 했고 잘 막았다.(페드로를 놓친 것이 유일한 옥의 티지만 부상에서 갓 회복해서 이번 경기에서 이만큼 활약한 그에게 과연 비난한 팬들이 있을까.) 밀란은 경기 처음부터 끝까지 지역방어를 유지했다. 보아텡과 3미들은 페널티 에이리어부근까지 내려와서 수비라인과의 간격을 거의 없애다시피 좁혔으며 밀란의 수비수들도 컴팩트한 대형을 계속해서 유지했다.

이렇게 페널티 에이리어부근까지 미드필더 라인을 내릴 경우 발생하는 위험요소인 상대 중앙 미드필더(샤비&이니에스타)에게 너무 넓은 공간을 준다는 것을 밀란은 알고 있었지만 흔들릴지언정 끝까지 페널티 에이리어안으로 바르셀로나의 공격수들의 침입을 막아냈다. 이렇게 1.5선의 간격이 거의 보이지 않자 메시와 비야, 페드로는 결국 수비수들을 끌어내기 위해 페널티 에이리어 바깥까지 나올 수 밖에 없었지만 밀란은 요 근래 볼 수 없었던 완벽한 간격유지를 통해 이 또한 최대한 커버했다. 특히 시도로프와 잠브로타는 완벽하게 알베스의 뒷공간을 메꿔버리면서 알베스를 평범한 수비수로 만들어버렸다.

한편 바르셀로나 입장에서는 중앙 수비수들의 부재가 아쉬웠다. 90분동안 바르셀로나의 뒷공간을 노리며 역습에만 몰두하던 파투의 존재는 아비달의 오버래핑을 자제시켰다. 아비달이 올라갔을 시 부스케츠와 마스체라노가 파투의 스피드를 막아내기엔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력이 느렸던 센터백의 부재가 결국 좌측 풀백의 아비달이 파투를 마크하는대 시간을 보내게 만들었고 이 또한 밀란의 이른 선제골이 주는 보너스였다.

그럼 이렇게 포백을 페널티 에이리어까지 내릴 시 가장 위협적인 페너트레이션은 무엇일까? 바로 중거리슛이다. 상대적으로 넓어진 중앙에서 맘놓고 때리는 중거리슛은 결국 상대 수비라인을 올라오게 만들테니까. 그렇지만 바르셀로나의 이니에스타와 샤비의 중거리슛은 상.대.적.으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준 적이 적다. 그렇기에 밀란은 샤비와 이니에스타에게 공간을 주는 대신 패스의 줄기만 막아서면서 웅크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 경기의 가장 큰 화젯거리.. 바로 알레산드로 네스타와 리오넬 메시의 대결이다. 실로 수비란 것이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기에 수비수가 홀로 빛나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네스타는 그중에서도 가장 빛났고 메시와 자주 부딪히면서 명장면들을 만들어냈다. 메시와 네스타간의 아름다운 창과 방패의 대결을 논하는 것은 이미 많이 다뤘고 이번 경기에서 알레그리가 택한 수비전술을 잠시 언급하려고 한다. 바르셀로나와 상대하는 팀들을 잠시 생각해보자. 그런 팀들 중 메시를 상대로 종종 센터백 둘 중 한 명을 메시의 전담마크로 붙이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대부분 피지컬적으로 뛰어난 선수에게 그러한 역할을 맡기고 나머지 중앙수비수가 커버플레이를 펼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알레그리는 반대로 지역방어체제를 유지하다가 메시가 페널티 에이리어 안으로 접근할 시 이를 마크해주는 역할을 피지컬적으로 더 뛰어난 실바가 아니라 네스타에게 전담했고 네스타는 그러한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그리고 오히려 실바는 네스타의 뒷공간을 적절하게 커버하는 역할에 치중했다. 이것이 말해주는것이 무엇일까.

완벽한 키핑과 드리블의 메시를 한 수비수가 마크하게 되면 그 수비수의 뒷 공간 또한 열리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에게 무너졌던 대부분의 팀들은 메시를 잘 막아내다가도 메시로 인해 생기는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비야, 페드로, 이니에스타와 같은 선수들을 놓치며 무너졌다. 그렇기 때문에 알레그리는 그 뒷공간을 전부 커버할 수 있는 운동량의 실바에게 오히려 지역방어를 끝까지 주문했고 피지컬적으로 열세지만 뛰어난 수비력의 네스타에게 메시가 페널티 에이리어로 들어올 때 마크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네스타의 피지컬이 메시보다 떨어졌기에 이는 메시 한 명에게 뚫릴 경우 대참사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었지만 알레그리는 네스타를 믿었고, 이 노장의 수비수는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하며 완벽에 가까운 지역방어와 맨마킹을 선보였다. 



공격과 수비
 
공격과 수비에 있어서 밀란이 잘한 점과 못한 점을 짚어보자.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메시, 비야, 세스크, 샤비의 활동반경>
 

밀란이 가장 잘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바르셀로나는 다른 경기들에 비해 페널티 에이리어 안으로 침투하는 기회가 흔치 않았는데 밀란의 수비라인이 패스줄기를 잘 차단했을 뿐더러 간격을 좁힘으로 빈 공간을 거의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밀란이 바이탈 존(페널티 에이리어 바로 앞 위험지역)을 완벽에 가깝게 막았기에 바르셀로나의 공격수들은 위험지역 바깥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러한 밀집 수비는 3번째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샤비를 거의 프리로 놔두는 상황을 만들었지만, 3명의 미드필더들은 포백 바로 앞에서 패스가 갈 수 있는 길을 줄여버렸다. 바르셀로나가 시도했던 22개의 슛팅중에 유효슛팅이 7개밖에 없었다는 기록이 바로 밀란 포백의 지역방어가 얼마나 성공이었는지 말해준다.



<안첼로티 "밀란은 압박할 때와 압박을 하지 않아야 될 때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안첼로티의 저 한마디 감상평이 오늘 밀란의 수비를 말해주지 않을까. 밀란의 포백라인말고 이번엔 미드필더 라인을 칭찬해보자. 밀란의 네 명의 미드필더들은 평소보다 더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오면서 존 디펜스에 치중했는데 위 그림중 상단을 보도록 하자. 1에 위치한 보아텡이 적극적으로 내려오면서 네 명의 미드필더들이 매우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바르셀로나의 샤비나 이니에스타를 마크하는게 아니라 서로의 간격만 유지한 채 공간을 주더라도 바르셀로나의 패스가 갈 수 있는 길을 단순화 시켰다. 그렇기에 뒤에 위치한 반 봄멜이라던가 수비수들은 수월하게 바르셀로나의 패스를 차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 그렇게 간격만 유지한 채 적극적으로 압박하지 않던 밀란의 미드필더 라인은 바이탈 존 부근까지 물러나 포백과 거의 맞붙다시피 간격을 줄였는데, 이로서 상대 중앙 미드필더들에게 공간을 내줄 지 언정 공격수들이 위험지역에서 볼 컨트롤 하느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위 그림의 하단우측을 보자. 이렇게 밀란이 두텁게 수비라인을 유지하자 메시나 비야, 페드로는 페널티 에이리어 안에서 나와서 볼을 받아야만 했는데, 이 때를 놓치지 않고 밀란의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은 순식간에 볼을 받는 공격수를 둘러싸면서 볼을 차단했다. 이렇게 압박할 타이밍을 완벽하게 조절하면서 밀란은 완벽에 가깝게 지역방어 형태를 유지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렇게 수비하면서 위험지역에서의 파울이 많았다는 것이다. 밀란의 파울수가 전혀 많지는 않았지만, 그 몇개의 파울 중 3,4개가 직접 프리킥으로 전부 골을 넣을 수 있을만한 정면 부근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문제였다. 특히 평소 거칠던 반 봄멜과 수비력이 부족한 카사노의 파울이 문제였는데.. 결국 카사노의 파울로 만든 프리킥 기회에서 비야는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골을 기록했다. (물론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11개의 반칙밖에 범하지 않은 것은 매우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그럼 이번엔 공수를 바꿔보자.


<밀란의 문제점이자 바르셀로나의 진짜 강한 이유.>

75:25의 점유율과 22(7) : 6(3)의 슛팅수에서 알 수 있듯이 밀란의 공격과 바르셀로나가 수비하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바르셀로나가 비록 공격에서는 실마리를 풀지 못했지만 수비에서는 역시나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첫째 바르셀로나는 볼이 차단당하자마자 전방의 공격수들이 에워싸며 수적우위를 바탕으로 굉장한 압박을 선보였다. 반대로 밀란의 문제점이였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될 시 너무나 느렸다. 암브로시니와 노체리노는 바르셀로나와 같은 수준급의 압박에서 제대로 빌드업을 연결해줄 선수가 아니었고, 시도로프만이 유일하게 키핑이 가능했으나 너무 노쇠했다. 아퀼라니도 없었고 이브라히모비치도 결장했다. 도저히 신속하게 압박을 벗어나 빌드업을 진행시켜줄 선수가 보이지 않던 밀란은 설상가상으로 보아텡마저 아웃되자 전방으로 속도를 불어넣어줄만한 선수가 전무했고 이는 역습이 파투의 개인에게만 의존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브라의 부상으로 선발출장했던 카사노의 키핑력과 드리블을 알레그리는 믿었지만 카사노는 속도도 키핑도 이도저도 아닌 플레이로 결국 교체당했다.

둘째, 밀란의 미드필더. 저번 라치오전과 마찬가지로 암브로시니는 더이상 밀란의 주전으로 뛸만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재차 확인시켜준 경기였다. 암브로시니니느 경기내내 밀란의 포백과 어울리지 못했으며 더이상 뛰어난 피지컬도 없었고 뛰어난 위치선정도 기대할 수 없었다. 오히려 계속되는 패스미스와 어이없는 실수들로 바르셀로나에게 절호의 찬스들을 만들어주기도 하였다. 필드위에서 교체해서 들어왔던 아퀼라니를 제외하고 기존의 미드필더중에선 유일하게 노체리노만이 후반으로 갈수록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을 뿐이다.(전반전 내내 보이지않는 활약을 하던 노체리노는 심지어 동점골의 시발점이 되는 마지막 코너킥을 아비달로부터 만들기도 했다!) 현재 밀란의 미드필더진의 보강은 이번 겨울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위대한 선수와 뛰어난 전술의 싸움

예전부터 축구계에서 논쟁으로 곧잘 번지던 주제가 있다. 바로 선수가 전술보다 우위에 있느냐 없느냐의 논제다. 많은 감독들도 고민하고 고민한다. 선수가 우선시 되어야 할까. 전술이 우선시 되어야 할까. 선수가 과연 전술을 이겨낼 수 있느냐 없느냐따위의 논쟁말이다. 지금껏 위대한 선수들이 있었고 그러한 선수들을 막기위해 전술 또한 발전해 나갈 수 있었기에 선수와 전술은 서로 공생의 관계가 아닐까. 

이번 경기를 통해 이러한 주제를 떠올리는 것이 다소 비약일 수 있겠으나 오늘 경기에서 나온 골들이 전부 선수와 전술의 싸움으로 정의될 수 있기에 언급해보았다. 먼저 바르셀로나의 골들을 떠올려보자. 첫번째 페드로의 동점골장면, 골을 넣은 것은 페드로지만 모두들 경악을 감추지 못한 선수는 바로 현존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다. 오늘밤 밀란의 수비는 완벽에 가까웠다. 완벽에 가까웠다고 하는 이유는 두 골이나 허용했기 때문이다. 전반전이 종료되기 10분전.. 전반 35분 역시 밀란의 수비는 두터웠고 바르셀로나는 이렇다할 공간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에는 전술을 무시할 수 있는 선수.. 리오넬 메시가 있었다. 메시는 그 좁은 공간에서 완벽하게 유일한 길을 만들어낸뒤 아바테를 제치고 패스에 성공했고, 이는 페드로의 골로 연결되었다. (페드로의 골장면에서 잠브로타가 넋을 놓고 있던것은 잠시 제쳐두자. 메시가 순식간에 포백을 뚫어버리는 순간, 어느 수비수가 그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었을까.)

이는 바르셀로나, 펩의 뛰어난 전술로 일어난 공격도 아니고 순전히 메시의 개인 능력에 가까웠다. 마라도나가 그러했듯 메시 또한 위대한 선수로서 전술을 뛰어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인 것이다. 마라도나와 사키가 벌였던 선수 vs 전술싸움(마라도나를 막기위해 고심 끝에 만들어 낸 사키의 프레싱..)이 순간 생각났던 것은 필자가 밀란팬이기 가능한 생각이었을까. 결국 누캄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위해 알레그리가 준비했던 수비전술을 메시가 뚫어내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두번째 비야의 역전골. 이것 또한 마찬가지로 인 플레이 상황이 아닌 프리킥에서 나온 골 이다. 프리킥과 같은 상황에서 직접 프리킥을 놓을 시 수비하는 입장에서 무언가 전술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단지 수비벽을 세우고 선수들을 마크하고, 골키퍼의 판단과 능력을 믿을뿐. 그리고 비야는 어느 골키퍼도 막을 수 없을법한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골문을 흔들었다. 이는 알레그리의 전술 밖 일이다.

그럼 결국 밀란의 전술이 패했는가.. 이 또한 오늘 경기에서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메시의 슈퍼플레이가 나오는 순간을 제외하고 인 플레이 상황에서 밀란의 전술은 완벽에 가까웠다.(공격의 문제점이야, 사실 알레그리가 밝혔듯이 원정에서 밀란의 목표는 무승부로 마치는 것이었기에 공격보단 수비에 목적을 둔 전술이니 여기서 크게 의미를 부여하진 말자.) 네스타가 빛이 났던 이유도 결국 전술에 있다. 수비수가 전술을 뛰어 넘을 순 없다. 왜냐하면 수비수는 전술 속에서 가장 빛이 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수비수가 전술을 무시하고 경기에서 영향을 미친다... 이는 과거 베켄바우어와 같은 리베로에게만 해당될 수 있는 말일테니까. (그에 반해 공격수(와 미드필더)는 다르다. 공격수도 역시 전술 속에서 빛이 나지만, 간혹 전술을 뛰어 넘는 혼자의 힘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선수가 몇 몇 존재했고 현재 그러한 선수로는 메시와 호날두같은 선수들이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밀란의 전술이 오늘 성공했던 예를 한가지 더 말해보자면 바로 셋피스 상황에서의 득점이다. 셋피스는 필드 위의 모두가 멈춰진 상황에서 진행되는 만큼 약속된 공격을 펼치기에 더 없이 좋은 작전이다. 공격과 달리 셋피스 상황에서의 수비는 별도의 전술적 플레이를 대비할 수 없기에 더욱 셋피스는 경기내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높은데.. 이번 경기에서도 결국 셋피스 상황에서 일이 터졌다. 티아구 실바가 언급했듯 알레그리는 바르셀로나와의 원정경기를 대비하여 특별훈련으로 셋피스 연습에 엄청난 시간을 할애했는데 결국 알레그리가 생각했던대로 밀란에게 몇 안되는 셋피스 기회가 나왔고 이를 멋지게 성공시켰다. 

선수와 전술.. 누가 더 중요한 존재인가.. 그것에 대한 답은 없다. 오늘의 결과 또한 2대2로 공평하게 나누었으니까.


<上 포백을 순식간에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 메시 / 下 약속된 셋피스. 득점에 성공하는 티아구 실바>



결론 ... 과르디올라 vs 알레그리



결과는 무승부로 남았지만, 펩이 보기좋게 알레그리에게 한 방 먹은 꼴이 되버렸다. 작년 밀란에게 리그 최소실점 기록을 할 수 있게 수비 조직력을 길렀던 알레그리의 능력이 다시 한 번 빛이 났던 경기였다. 알레그리가 의도했던 파투를 이용한 바르셀로나의 뒷공간 공략이라던가, 가장 중요시 여긴 셋피스 훈련이라던가..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 알레그리가 원했던되로 결국 흘러갔으니까 말이다. 

양 감독 모두에게 사실 그렇게 좋은 경기환경이 제공되진 않았다. 알레그리는 갑작스런 이브라의 부상과 가투소의 징계, 타이우와 호비뉴의 부상으로 선수 구성에 애를 먹었고 과르디올라 또한 피케의 부상과 선발로 출장하기 힘들었던 푸욜의 몸상태등은 베스트 라인업을 구성하기 힘들었으니까.

그리고 전반전 보아텡(가슴 통증)과 이니에스타(햄스트링 부상)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인한 교체는 양 감독들의 전술에 큰 타격을 주었다. 부상으로 인해 의도치않게 이른 시간에 교체카드를 쓰는 경우 남은 시간동안의 전술적 변화를 가져오기엔 꽤나 큰 제한을 받게 때문이다. 특히나 이 경우 공격 자원이 거의 없던 알레그리 입장에선 난감했을 것이다. 결국 생각해낸 것이 암브로시니를 투입함으로서 보아텡의 속도를 잃은 대신 시도로프를 1에 자리에 놓고 좀 더 섬세한 빌드업을 원했지만 이것이 결국 빛을 바라진 못했다.

"밀란은 완성된 플레이를 했다. 우리가 활용했던 포제션은 쓸모없었지"라는 펩의 말처럼 이번 경기에서만큼은 알레그리가 과르디올라를 전술적으로 이겼다고 볼 수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두 젊은 감독의 첫대결은 이렇게 재미있는 흥미거리를 유발시키며 끝났지만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오는 11월 23일 자리를 바꿔 산 시로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는 과연 어떠한 경기가 펼쳐질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