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FC서울 홈페이지)
결국 그가 돌아왔다. 예상대로 반응이 뜨겁다. 국내 무대로 복귀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이미 각종 SNS와 언론, 그리고 축구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얼마 전 소속팀에서 나와 새로운 팀을 구하고 있다는 소식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축구팬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던 우려와 기대가 현실이 된 셈이다. 좋든 싫든, 어찌 됐든 간에 근 10년간의 한국 축구사에서 절대 빠트릴 수 없는 선수, 박주영. 그가 K리그에 왔다.
박주영의 어제 - 기대는 줄어들고, 실망은 누적되고…
2015 K리그 개막전이 끝난 지난 10일,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박주영이 정말로 복귀했다. 박주영의 복귀 소식에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갈렸다. 그간의 사건과는 별개로 박주영이라는 이름값은 여전히 굉장하므로 이번 복귀가 서울과 K리그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지금껏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준 선수가 소속팀에서 방출되어 K리그에 슬금슬금 복귀하는 모양새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물론 이러한 의견은 그동안 박주영을 지켜봐온 축구팬들로선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박주영은 프로 데뷔 때부터 최근 왓포드, 알 샤바브 FC 까지 선수 생활 내내 잡음을 몰고 다니던 선수였다. 이적 협상 때마다 전 소속팀과 마찰을 빚어왔으니 그러한 부정적 이미지가 낙인찍힌 건 자초한 일이다. 더불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것도 비판의 이유였다. 경기력까지 부진하니 비판의 강도는 날이 갈수록 거세질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닥친 부정적 여론과 이미지를 오로지 실력으로 덮어버리는 선수들도 물론 적지 않다. 그러나 박주영은 아니었다. 2005년 FC 서울에서 데뷔하여, 그해 누구보다 화려하게 빛이 났으나,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그때만큼의 하이라이트를 누리지 못 했다. 물론 모나코 이적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가도 싶었으나, 그마저도 팀의 강등과 아스날 이적으로 오래가지 못했다. 그래도 박주영이 경기력만 부진했다면 이 정도의 원망을 듣진 않았을 것이다. 사실, 박주영이 이토록 비난받는 이유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군대' 그리고 '파벌'. 병역문제야 런던 올림픽에서의 성과로 늦게나마 잠재울 순 있었으나 연이어 터진 홍명보 감독과의 월드컵 특혜 문제는 심각한 타격이었고 결국 홍명보 감독과 박주영 본인의 커리어에 있어 가장 큰 오점으로 남았다. 분명 박주영은 기대를 받던 선수였다. 지금까지 이렇게 비난받는 이유도 데뷔 전부터 보여준 그 가능성에서 비롯된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며, 기대는 계속해서 줄어들지만, 실망은 계속 누적된다.
박주영의 오늘 - 박주영은 메시가 아니다.
그렇지만 박주영은 이미 서울의 유니폼을 입었고, 데뷔전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박주영의 어제가 아니라 오늘이다. 프로 선수에게 경기감각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오랫동안 경기를 뛰지 못했을 땐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심지어 부상의 위험까지 커지는데, 최근의 박주영이 그렇다. 몇 년간 아스날에서 거의 경기를 뛰지 못했고, 왓포드 이적 후에도 부상으로 제대로 된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대가를 지난 월드컵에서 톡톡히 치렀다. 현재 박주영의 경기감각과 컨디션은 여전히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크고, 방출 전 알 샤바브FC에서도 주전 경쟁에서 밀려 다른 포지션에서 뛰는 등의 저조한 활약을 보였기에 더욱 걱정스럽다. 하지만 문제는 FC서울의 현 상황은 이보다 더 암울하다는 데 있다. 지금의 박주영에게 많은 걸 기대한다는 현실이 FC서울의 분위기를 말해준다. 리그 3R가 끝난 지금, 서울은 2015년 리그 3경기, ACL 조별리그 3경기에서 총 3골밖에 기록하지 못하며 1승1무3패의 처참한 성적을 내고 있다. 자연스럽게 골 가뭄에 시달리는 서울로선 박주영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박주영은 메시가 아니다. 혼자 힘으로 팀을 구해낼 수 없다. 더욱이 지금의 상태라면. 오히려 박주영이 아닌 팀 전체의 경기력을 살리는 방법을 찾는 게 서울엔 우선이다. 박주영에 대한 지나친 기대, 그것은 외려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
박주영의 내일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주영이라는 이름 석 자는 이 모든 객관적 사실과 이성적 판단을 무시하게 한다. 서울의 많은 팬이 그러하듯 축구 관계자들 역시 박주영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껏 수없이 우리를 실망시켰지만,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는 비록 짧지만, 박주영이 빛나던 그 순간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서울의 팬들은 그런 심정으로 구장을 찾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2R에서 3만 2,516명의 관중이 구장을 찾았다. 전북과 서울의 경기는 원래 많은 관중을 몰고 다녔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박주영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이 날 관중 수는 2012년 이래 개막전 최다 관중 기록이었다. 박주영 개인에게도 서울은 기회다. 실제로 고향 팀으로 돌아와 부담을 던 상태에서 다시 재기하거나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올 시즌 AT마드리드로 돌아와 팬들에게 사랑받는 토레스가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비난에 시달려 온 박주영에게 친정팀 복귀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미 영웅이 될 수 있는 상황은 준비돼있고, 박주영은 언제나 그렇듯 기회를 잡으면 된다. 성공 여부는 본인에게 달려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박주영의 복귀는 대승적인 관점에서 리그 전체에 긍정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이미 박주영의 복귀는 다른 K리그 구단 팬들의 비판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고 공공의 적이 되었다. 이러한 반응과 경쟁 구도는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박주영이 못 하길 바라는 팬들의 관심도, 박주영이 과연 잘할까 궁금한 팬들의 관심도 모두 K리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현재 국내 선수 중 박주영만큼 이렇게 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선수도 거의 없다. 박주영의 복귀는 그래서 K리그에 필요했다.
"박주영에겐 다른 공격수와는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있다."
- 최용수, FC서울 감독
물론 필자 역시 박주영의 복귀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박주영의 지난 행적을 여전히 싫어하며, 올 시즌 그가 많은 골을 넣지 않길 바란다. 그러나 박주영의 복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K리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는 사실도 동시에 인정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없는 편이 더 바람직하지만, 사회 전체로 볼 때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이 있다. 보통 그런 것을 가리켜 ‘필요악’이라 한다. 축구 선수 박주영도 비슷하다.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박주영은 분명 FC서울과 K리그에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왕에 부를 거, 필요악이 아닌 최용수 감독의 말을 빌려 ‘다른 무언가’로 부르고 싶다. 박주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흔히들 말하는 박주영만이 가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다른 무언가’ 말이다. 박주영은 분명 지금까지 K리그엔 없었던 '다른 무언가'다.
그리고 가끔은 ‘다른 무언가'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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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게 3월 말이었는데. 결국 박주영은 복귀 전에서 어찌됐든간에 골을 기록하긴 하드라...
과연, 서울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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