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전무후무한 메이저 3연패라는 역사를 쓰면서, 이번 유로 2012도 어느새 막을 내렸다. 6월 9일 폴란드와 그리스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7월 2일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14번째 유로 결승전까지 총 16개의 각 국가들이 31경기를 치뤘는데, 76골(경기당 2.45골)이 터지며, 지난번 유로와 비슷한 평균 득점을 보여주었다. 물론, 지난 월드컵때 기록된 평균 2.27골보다는 상승한 셈이다. 그리고 대회전 우려와는 달리, 평균 4만명이 넘는 관중을 기록하여 1996 잉글랜드에서 열렸던 대회 이후, 처음으로 4만명을 돌파한 대회로 기록되었고, 역대 3번째로 많은 평균관중수와 역대 가장 많은 총 관중수를 기록한 성공적인 대회로 남게 되었다.
대회 전체를 다시 돌이켜 볼 때, 이번 대회는 최근의 메이저 대회와는 달리 뭔가 올드 스타(?), 정확히는 기존 스타 선수들의 향수를 많이 불러 일으켰던 대회였던것 같다. 최근 매 대회때마다 예상외의 돌풍을 일으킨 깜짝 팀들이 준결승을 차지했었지만, 이번 대회처럼 우승후보들, 혹은 클래식팀들이 모두 준결승전에 진출한 경우도 매우 오랜만이었다.
아무튼, 다사다난했던 이번 유로 2012를 간략하게 한 번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A - Again. 또!
또다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끄는 포르투갈이 결승 문턱에서 주저 앉았다. 비록 자국에서 열린 유로 2004때 결승전을 밟아본 경험이 있지만, 그 당시의 호날두는 팀의 중심이 아니었고, 풋내기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엿한 팀의 에이스이자 주장으로 직접 포르투갈을 이끌고 있다. 실질적으로 호날두가 중심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유로 2008부터 2010 월드컵, 그리고 이번 유로2012까지 모두 독일과 스페인이라는 최강의 팀을 만나 석패했다. 각각 8강과 16강에서 포르투갈을 꺽은 두 팀은 모두 결승전까지 승승장구했고, 스페인은 2010년 월드컵과 이번 유로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이번 유로2012에서는 최강이라는 스페인을 상대로 접전을 펼쳤고, 승부차기 끝에 패하여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심지어 5번 킥커를 맡은 호날두는 킥을 하지도 못한채 팀의 패배를 바라봐야만 했다. 분명 호날두는 리오넬 메시와 더불어 현 세계최고의 축구 선수라 할 수 있지만, 자신이 중심이 되어 결승전에 뛴 적이 없다는 점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안타까운 상황이다.
포르투갈뿐 아니라, 현재 최강의 황금세대가 열렸다고 평가받는 독일 역시 이번에도 또 우승에 실패하며 무관의 징크스(?)를 이어가고 있다. 비야와 푸욜이 빠진 상황과 조별예선에서 보여준 경기력등을 감안할 때, 대회 직전까지 오히려 스페인보다 더 유력한 우승후보라고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평가받던 독일은 여전히 결정적인 순간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천적 이탈리아에게 완패했다. 황금세대라고 자랑하던 화려한 독일은 현재 16년째 무관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남미의 브라질과 함께 유럽 최고의 팀인 독일로서는 꽤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B - Brought Bus, then park the Bus. 10백, 수비축구
"Brought Bus, then park the bus"는 2004/05 프리미어리그에서 첼시의 무리뉴 감독이 SB에서 팀 전원이 수비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토트넘을 비꼬기 위해, 골문 앞에 버스를 세워놓았다는 발언에서 유래되었다. 크루이프의 안티풋볼, 흔히들 말하는 10백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이번 유로 2012에서 대표적인 'Park the bus'를 실행한 팀은 축구종가 잉글랜드였다. 그동안의 자존심을 버리고, 철저히 살아남기 위해, 호지슨은 이번 유로에서 'Park the bus'를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중하위권의 퍼거슨'이라는 별명답게 호지슨은 약팀(?) 잉글랜드를 새로운 늪축구의 팀으로 변신, 조별예선에서 살아남았다. 특히, 스웨덴 징크스를 깨고, 마지막 경기에서 개최국 우크라이나에게 승리하며 실제로 실속을 챙기기도 했다. 8강전에서도 이탈리아의 수십번의 슛팅을 선수들이 육탄방어로 전부 막아내며, 결국 승부차기까지 끌고 가는데까지 성공했다. 다만, 아마 수비에 열중한 나머지, 승부차기도 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한듯하다. 역시나 예상되었던 연이은 실축으로 탈락했지만, 사실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에서 8강의 성적에 다들 만족하는 분위기라 할 수 있다. 다만,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시어러나 몇몇 선수들은 이런 대표팀의 수비적인 전술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역시 전통있는 '늪'축구의 대가 그리스가 A조에서 진출하는 이변(?)아닌 이변을 일으키며 8강까지 진출했다. 그리스는 일명 철퇴로 불리는 수비축구를 유로 2004이후 그들만의 색깔로 채택, 계속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비록 우승후보였던 독일에게 아쉽게 패하고 말았지만, 약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의 축구로 8강까지 진출했던 것과 그리스의 국민들을 위해 투혼을 불살랐던 모습을 본다면, 그들을 무작정 수비축구라고 비판할 순 없을 것이다.
C - Crisis. 경제 위기
유럽은 물론 세계의 경제에 커다란 위기를 몰고온 그리스발 유로존의 위기가 대회전부터 유로대회에 긴장감을 몰고왔다. 조별예선에서 스페인 총리가 아일랜드와의 경기에서 관람하러 왔다가, 서유럽 언론들의 많은 질타를 받았으나 PIGS의 언론들은 "배고프다고 축구도 못해야 하나? 스포츠는 다른 개념이다"라며 반박을 하는 사태도 일어났었다. PIGS는 유럽 국가중 최근 심각한 재정위기와 국가채무에 시달리는 국가들(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추가로 아일랜드)의 앞 글자를 조합해서 만든 신조어로서, 최근 아일랜드까지 PIIGS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번 경제위기의 팀들은 모두 고통에 시달리는 자국민들에게 축구로서 위로를, 그리고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며 많은 투혼과 감동을 보여주었다.
그 노력이 빛을 발휘했는지, PIGS의 국가들이 모두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PIGS국가들과 非 PIGS 국가들의 맞대결로 8강이 이루어졌고, 독일과 그리스의 대결은 축구뿐 아니라, EU 최고의 경제국과 최대 채무국간의 만남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물론, 결과는 채권국 독일의 잔혹한 징벌로 끝났지만. 그렇지만 4강에 독일을 제외한 PIGS 국가들 셋이 진출하며, 과연 이번 유로가 독일의 채무국 징벌대회가 될지 관심이 모여졌으나 결국 이탈리아가 독일을 꺽으며 독일팬들의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스페인의 우승이 끝이 났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모든 국민들은 우승과 준우승을 이룬 자국 대표팀의 선전에 많은 박수를 보냈다. 10년 전에도 아르헨티나의 바티스투타가 경제가 힘든 상황에서 월드컵에 참가하며 "모든 것이 무너져도 우리에겐 축구가 있다"는 멋진 말이 다시 한번 생각나는 대회였다.
D - Disharmony. 불화
축구는 개인이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11명의 팀원이 모두 함께하는 스포츠다. 즉, 팀원들간의 호흡과 융화는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탈락은 응분의 결과다. 아무리 죽음의 B조에 속해있긴 했지만, 네덜란드가 겨우 두 골밖에 넣지 못하고 조별리그에서 전패로 탈락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네덜란드는 지난 대회의 준우승팀이고, 대회 직전까지 스페인, 독일과 함께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팀이었지만, 결국 내부의 불안요소를 해결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탈락했다. 반 마르바이크 감독이 자신의 사위인 반 봄멜을 계속해서 주전했고 그러한 선수기용이 벤치에 있는 선수들의 불만을 야기했고, 외부로 이러한 내용이 흘러나올만큼 상황이 악화되었던 것이 문제였다. 거기다 반 페르시의 주전기용에 훈텔라르가 또 불만을 제기하면서 반 더 바르트와 함께 카윗등 비주전 선수들과 주전 선수, 감독간의 갈등이 곪을때로 곪아 터져버렸다. 네덜란드 축구사에서 이러한 갈등은 종종 나왔던 문제다.
프랑스는 블랑 감독이 2010년의 쑥대밭이었던 팀을 잘 조직해서 본선까지 올라왔고, 2010년 나왔던 대표팀내 갈등을 잘 진화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3차전 스웨덴전이 끝나고 터져나왔다. 스웨덴에게 완패하자 디아라가 공격진에게 비난을 퍼부었고, 나스리와 디아라가 이 과정에서 말다툼을 펼쳤고, 그들을 말리던 블랑 감독에게 벤 아르파가 거친 언사를 내뱉으면서 갈등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그리고 8강에서 스페인에게 무기력하게 패배하면서, 나스리는 기자단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물의를 일으켰다. 이후 프랑스 축협은 나스리, 벤아르파, 메네즈, 음빌라와 같은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에게 징계를 내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모두 다수의 개성넘치는 선수들로 이루어져있고, 결국 그 과정에서 이들을 하나로 모이게 만들 구심점이 없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프랑스는 여전히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전설이던 지단의 부재를 느껴야 했고, 네덜란드는 카리스마 있는 감독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다. 유로는 끝이 났지만, 월드컵 예선은 이제 시작이다. 물론, 두 팀모두 선수들 개개인의 실력은 확실하기에 예선 통과는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곪아 터진 이 문제를 해결 못한다면 다가오는 남아공에서도 이러한 역사는 다시 반복될 것이다.
E - Expansion. 확대.
이번 유로 2012는 16팀이 본선에 진출하는 마지막 대회다.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유로 2016부터는 24개의 팀으로 본선 진출팀의 수가 확대된다. 최근 UEFA에 가입한 국가들의 증가로 총 53개국이 유로 예선에 참가하게 되었고, 플라티니는 그 수에 맞게 16개의 팀에서 24개의 팀으로 대회 규모를 확대하기러 결정한 것이다. 물론 플라티니의 의도는 단순한 그런 의도뿐 아니라, 더 많은 팀들의 참가는 분명 더 많은 관심과 광고 효과, 수익을 얻어낼 수 있다는 점이 더 뚜렷한 이유일 것이다.
이번 유로2012는 상금 규모에서도 이전 대회들에 비해 더욱 확대되었다. 유로 2008의 우승 상금은 총 2300만 유로(370억원)였지만, 이번 유로2012의 우승 상금은 총 3050만 유로(439억원)로 확대되었다. 이 금액은 지난 2010년 월드컵의 우승 상금인 3100만 달러(350억원)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이다.
그리고 유로 2012를 성공적으로 후원한 현대,기아차의 유럽내 영향력이 확대되었다. 이번 유로 2012는 역대 3번째로 많은 평균 관중수를 기록했을 정도로 성공적인 대회였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등 주요 국가에서 경기당 시청자 수가 20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역대 최대의 브랜드 노출 효과를 현대와 기아차는 달성한 것이다. 특히 그동안 불모지에 가까웠던 동유럽 국가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향상시킨게 가장 큰 소득이다. 현대,기아차는 유럽 전역에 대규모의 길거리 응원전을 마련했고, 약 440만 명의 관중이 모여 큰 성황을 이뤘다. 마드리드와 토리노에 각각 60만, 15만 명이 모여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현대차는 카시야스, 포돌스키, 벤제마등 주요 5개국의 인기 선수 5명을 홍보대사로 선정, 현지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그 중 우승을 차지한 카시야스 덕분에 제대로 된 홍보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중이다. 이 외에도 온라인(페이스북)과 오프라인에서 많은 이벤트를 개최하여 성공적인 마케팅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앞으로 2014 월드컵과 유로 2016까지 계속 후원을 할 현대,기아차의 유럽내 위상의 확대가 기대된다.
F - Fernando Torres. 행운의 사나이, 페르난도 토레스
요즘 유럽에서 가장 Hot한 공격수는 누굴까.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보다 뭔가 예능(?)캐릭터가 되버리긴 했지만, 그만큼 많은 팬들에게 인기있는 선수가 바로 페르난도 토레스다. 첼시로 이적하면서부터 토레스가 어느새 개그 캐릭터가 되어버렸는데, 그 탓일까? 이번 유로 2012에서 필드 위에 있는 시간보다 벤치에 있는 시간이 더 길었던 토레스가 결승전에서 1골 1어시를 기록하며 순식간에 득점왕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실 결승전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득점왕은 발로텔리가 무득점으로 그치면서, 독일의 마리오 고메즈가 3골로 동률이지만, 1어시 덕분에 차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출전시간에서 토레스는 189분으로 고메즈의 282분보다 적어 공격포인트에서 동률이지만 득점왕을 차지할 수 있었다.
토레스의 막판 몰아치기 덕분에 고메즈는 리그&챔피언스리그&포칼(FA)컵 준우승과 리그 득점2위, 챔피언스리그 득점 2위에 이어서 유로 득점2위까지 차지하면서 대표팀 선배, 콩락의 전설을 그대로 이어가는 영광(?)을 누렸다. 굳이 따지자면, 유로 준우승을 차지하지 못한게 아쉽지만, (2x2)강전에서 탈락했으니 뭐 콩메즈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5경기(1교체)의 3골 1어시를 차지한 토레스를 선발이 두 경기(3교체)밖에 되지 않는 토레스가 약체 아일랜드에게 두 골, 10명이 싸워 의욕이 없는 이탈리아를 상대로 1골과 1어시를 적립하며 최고 효율의 득점왕을 차지한 것이다.
G - Germany. 독일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독일이 징크스 앞에 또 무릎을 꿓었다. 대 이탈리아전 메이저 대회 무승의 기록앞에 너무 쫄아버렸던 것일까. 독일은 발로텔리에게 두 골을 얻어맞으며 예상보다 더 맥없이 이탈리아에게 무너졌다. 이번이 유로 96이후 16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추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더욱 독일팬들의 아쉬움을 클 수 밖에 없었다. 2002년부터 월드컵과 유로에서 모두 준우승과 4강에서 탈락하며 우승 문턱에서 번번히 주저 앉는 독일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4강전 이후 펠릭스 마가트와 빌트지는 독일 대표팀과 이탈리아 대표팀의 애국가를 부르는 태도를 지적하며, 애국심과 관련하여 대표팀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에 한스 피터 프리드리히 독일 내무부 장관과 일부 언론은 또 소모적인 논쟁만 일으킨다며 반박하며 독일 내부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었다.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개인적으로도 베켄바워, 마테우스, 발락과 같이 중앙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팀원들을 다독이고 경기장 전체를 압도하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의 부재가 멘탈리티에서 문제를 일으킨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한때 람의 주장 자격에 대해 돌던 논쟁이 떠오르기도 한다. 고메즈에 묻히긴 하지만, 람도 대표적인 콩라인의 일원으로서 계속된 무관의 한은 본인 스스로에게 큰 짐이 될 것이다. 특히, 이번 챔피언스리그를 포함 뮌헨의 선수들이 전부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받은 심리적 데미지는 독일 대표팀에도 꽤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 부분을 가장 우려한 것도 뢰브였고. 어찌됫든 독인은 지금 오랜만에 찾아온 황금 세대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이 좋은 시기에 정점을 찍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재능 있는 귀화 선수들과 전통 독일 선수들의 조화로 이전과는 다른 화끈하고 공격적인 테크닉 축구로 변신한 독일은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오히려 정작 새로운 변화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독일 대표팀 고유의 끈끈함을 잃어버리진 않았나 되돌아봐야 할 때다.
H - History. 새로운 역사.
스페인이 예상대로(?) 우승하게 되면서, 많은 기록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 유로 2012를 통해, 쏟아져 나온 역대급 기록을 알아보자.
- 스페인은 유로 역사상 처음으로 2연패를 성공한 팀이다. (2008-2012) 소련과 독일에 이어 세번째로 연속해서 결승전에 진출한 팀
- 스페인은 유로와 월드컵까지 메이저 대회를 3연패로 거머쥔 축구 역사상 유일의 팀이다.
- 델 보스케는 독일의 전설, 헬무트 쇤에 이어 두번째로 월드컵과 유로를 모두 우승한 감독이다.
- 챔피언스리그까지 포함시킬 경우, 월드컵과 유로, 챔스를 모두 우승한 감독은 델 보스케가 역사상 유일하다.
- 스페인은 3번째 우승을 차지하면서, 독일과 함께 유로 역대 최다 우승국이 되었다.
- 스페인의 결승전 4-0 승리는 유로 역사상 가장 많은 점수차의 결승이다. (월드컵 포함해도 마찬가지)
- 이번 네골차 패배는 이탈리아 역사상 메이저 대회에서 가장 많은 점수차로 패배한 경기다.
- 토레스는 유로 역사상 최초로 두번의 결승전에서 모두 골을 기록한 선수
- 호르디 알바는 유로 역사상 결승전에서 득점을 기록한 최초의 수비수다.
- 샤비는 유로 역사상 최초로 두번의 결승전에서 모두 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
- 샤비는 유로에서 지금까지 가장 많은 패스를 기록한 선수다. 총 949회. (이전 기록은 지단의 843회.)
- 스페인은 결승전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디노조프의 최장시간 무실점(494분) 기록을 509분으로 경신했다.
- 또한 스페인은 유로 2008부터 토너먼트에서 계속해서 무실점 진행중이다. (990분, 마지막 실점은 2006 월드컵 16강)
- 카시야스는 주장으로서 유로에 연속해서 출전한 두번째 선수다. (최초는 베켄바워. 다음 대회때 기록 경신예정)
- 카시야스는 월드컵(2)과 유로에서 모두 최소실점을 기록한 유일한 골키퍼. (이번 대회에서 1실점)
- 카시야스는 유로 역사상 최다 클린시트(9회)를 기록했다. (공동1위 반데사르 9회)
- 카시야스는 유로 역사상 주장으로서 가장 많은 출전 기록(11경기)을 세웠다.
- 카시야스는 결승전을 통해 역사상 처음으로 A매치 100승을 기록했다. (A매치 137경기)
I - Italy. 이탈리아
결승전, 단 한 경기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유로 2012 최고의 팀을 하나 꼽으라고 했다면, 아마 많은 팬들이 이탈리아를 택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탈리아는 이번 유로를 통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여주었고, 거기에 결과뿐 아니라 이번 유로에서 가장 재미있는 경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번 대회를 통해 2010년 월드컵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박수받을만 했다. 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던 피를로와 부폰, 두 백전노장 선수들의 경기력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역시나 명불허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피를로는 실제로 이니에스타와 똑같이 MOM 3회에 선정되면서 대회 MVP의 유력후보기도 했다. 비록 체력적 열세와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승전에서 기대보다 맥없이 무너졌지만, 이탈리아가 자국의 국민들에게 안겨준 희망의 메시지는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다.
J - Jewel. 보석. 이니에스타.
결승전이 끝나고, 이번 유로 2012의 MVP로 스페인의 핵심 이니에스타가 선정되었다. 비록 하나의 어시스트밖에 기록하지 못했지만 대회 6경기에 모두 풀타임 출전하며 스페인의 공격을 이끌었다. 특히 왼쪽에서 호르디 알바와 함께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며 수차례 상대의 오른쪽 라인을 무너뜨렸다. 이니에스타는 스페인을 상대로 대부분의 팀들이 라인을 내리고 밀집수비를 보였음에도 좁은 지역에서 놀라운 드리블과 좀처럼 볼을 뺏기지 않고 동료들에게 볼을 연결해주며 팀의 공격을 먹여살렸다.
UEFA 테크니컬 디렉터인 앤디 록스버그는 유로 MVP 이니에스타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피를로는 훌륭했다. 주변 상황이 결승전에서 그를 도와주지 못했다. 사비 알론소와 샤비 에르난데스, 이니에스타는 모두 최고였다. 샤비의 경우 지난 대회에 MVP를 수상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쉽게 MVP를 수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니에스타가 수상의 자격이 있다고 느꼇다. 그는 이번 대회를 상징하는 선수다. 창조적이고 공이 있을 때나 없을 때 모두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였다. 그는 그가 완벽한 본보기가 되는 선수라고 생각했다."
K - Keep the Possession. 점유율 축구
이번 대회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주제중 하나는 바로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에 대한 이야기다.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가 지루하다는 얘기는 2010년 스페인의 1:0 행진때부터 계속되온 논쟁거리다. 델 보스케 감독이 부임하면서 알론소와 부스케츠라는 두 수비형 미드필더를 중앙에 배치하면서 안정적인 전술을 지향한다는 비판 아닌 비판에 시달려왔다. 이번 유로 역시 소극적인 경기 운영으로 점유율을 수비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여기저기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었다. 그러나 이 의견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러가지 의견으로 나뉘고 있는 상황이다. 유로스포츠에서 칼럼을 기고중인 웽거는 "스페인은 과거와 달리 점유율을 이기기 위함이 아닌 지지 않기 위해 사용중"이라며 스페인의 현 축구를 비판했다. 또한 무리뉴와 아라고네스도 델 보스케의 전술운용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뢰브와 프란델리는 스페인 축구가 지루하다는 말은 "그들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나오는 소리"라며 반박했다. 또한 미셸 플라티니와 클린스만 역시 스페인의 축구는 지루하지 않다고 스페인의 전술을 옹호했다. 물론, 아시다시피 스페인은 결승전에서 이탈리아를 완파하면서 지루하다고 비판받던 모습을 반박이라도 하듯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그리고 델보스케는 "스페인의 전술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받아들이겠다."며 승자의 여유를 보였다.
L - Left. 왼쪽 윙백들의 대회.
몇 년전부터 왼쪽 포지션에서 정상급 풀백들의 품귀현상이 축구계에 나타났다고들 말했다. 그만큼 수준급의 왼쪽 풀백들을 구하기 위해 클럽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만큼 새로운 선수들의 등장이 뜸했다. 여전히 애쉴리콜과 에브라와 같은 기존 선수들 외에 눈에 띌만한 새로운 유망주들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오히려 다른 포지션에 비해서 수준급 풀백들의 강세가 돋보였다. 오른쪽 포지션에서 마땅한 선수들이 없었던 것에 반해, 왼쪽에서는 많은 선수들이 정상급 기량을 뽐냈다. 4강에 진출했던 팀들은 모두 수준급 윙백을 보유하고 있었고, 특히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포르투갈의 코엔트랑과 스페인의 호르디 알바였다. 독일의 필립 람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최고의 윙백중 한 명으로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했다는 평에 반해, 코엔트랑과 호르디알바는 공수에서 모두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여주며 전문가들과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M - Mature Culture of Support. 성숙한 응원문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이기는 것보다 즐거운 것이 때론 더 중요한 순간이 있는 것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것이 3패로 탈락했지만 가장 아름다웠던 아일랜드의 팬들이다. 아일랜드는 1988년 이후에 24년만에 유로 본선 무대에 진출했다. 이번 대표팀 멤버들로선 생애 최초의 유로무대였고, 팬들에게도 유로는 말그대로 축제였다. 비록 스페인, 크로아티아, 이탈리아와 같은 강팀들 사이에 끼어서 3패로 일찍 짐을 싸게 되었지만, 아일랜드의 팬들은 대회 기간 내내 가장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었다. 아일랜드 경기가 있는 날이 되면,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경기장 근처의 맥주가 바닥났을 정도니, 그 열기를 알 수 있는데, 경기가 시작되서도 아일랜드 팬들은 패배가 확정된 상황 속에서도 자국의 대표팀을 향해 격려의 박수와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부르며 무대 자체를 즐기는 성숙된 응원문화를 보여주었다.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비록 아일랜드가 0-4로 대패했지만, 아일랜드의 열정적인 팬들은 전반전에는 포즈난 응원으로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더니, 특히 후반전부터 대표팀을 향해 '아덴라이 평원'가 '더 필즈 오브 애슨리(The fields of Athenly)'를 부르는 모습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대승을 거둔 스페인 응원단보다 오히려 더 큰 목소리로 고개숙인 선수들을 향해 서포터들은 감동의 노랫소리를 불러주었다. 비록 아일랜드의 경기는 단 세경기로 끝이 났지만, 아일랜드의 팬들이 보여준 가슴뭉클한 장면은 오랫동안 유로 2012와 함께 기억 속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 아덴라이 평원은 19세기 아일랜드 대기근을 소재로 한 소설 속 주인공을 위한 노래로, 저항정신을 상징한다. 주로, 경기에서 패한 선수들을 격려할 때 자주 불려지는 노래다.
* 더 필즈 오브 애슨리는 아일랜드의 민요이자 아일랜드 대표팀의 응원가.
* 포즈난 응원은 폴란드의 레흐 포즈난 클럽에서부터 유래된 것으로, 다같이 어깨동무를 한 채 뒤를 돌아 응원을 하는 응원 방식이다. 이번 시즌부터 맨시티 팬들이 자주 보여주기도 했다.
N - No Strikers. 가짜 공격수, 펄스 나인.
이번 대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테마중 하나였다. 스페인의 제로톱 전술에서 공격수 대신 출전해서 기존의 공격수와는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를 지칭하는 용어다. 조나단 윌슨이 처음 사용한걸로 알려져 있는 펄스 나인(False No.9), 즉 가짜 공격수는 이번 대회를 통해 매우 익숙해진 단어다. 대표적인 펄스 나인으로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와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들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스페인의 파브레가스는 가짜 공격수 역할을 맡았고, 일부 평론가들과 팬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순간에서 강팀들을 상대로 꺼내든 카드는 대부분 제로톱이었고 스페인의 이러한 가짜 공격수 전술은 결국 우승까지 이끌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미드필더 지역에 여섯명의 선수를 배치하면서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가짜 공격수가 상대의 1.5선에서 위치하면서 공간을 만들어내면 그 공간으로 측면과 중앙에 위치한 미드필더들의 침투로 공격이 마무리 되는 것이 제로톱의 기본 시스템이다. 투톱에서 미드필더의 수를 늘리면서 원톱이 유행했고, 미드필더 5명도 모자라 한 명을 더 늘리는 제로톱의 영역까지 등장하게 되었는데, 스페인이 보여준 제로톱이 과연 새로운 축구계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지는 좀 더 두고볼 일이다.
O - Oh my God!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야기.
* 유로 2012 조별예선 D조 우크라이나 : 프랑스 경기에서 폭우로 인해 경기 시작하자마자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무려 1시간 가까이 경기가 중단되었는데, 경기장에 천둥 번개도 내리치면서 도저히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폭우가 내리는 상황 속에서도 관중석에서 프랑스와 우크라이나의 팬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수영을 하거나 키스를 하는 등 많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볼거리를 연출했다.
* 유로는 유럽팀들만의 대회지만, 여기서도 메시의 이름은 쉽게 들을 수 있었다. 팬들은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호날두를 향해서 호날두가 부진한 모습을 보일때, 덴마크전에서 관중들이 그를 향해서 메시의 이름을 연호하며 조롱하기도 했다. 이런 관중들의 연호에 호날두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고, 인터뷰에서 메시의 코파 아메리카를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메시는 호날두의 인터뷰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둘의 대결구도는 유로에서도 계속 되었다.
* 매 대회마다 꼭 논란을 일으키는 오심은 나오기 마련이다. 이번 유로에서 역시나 가장 큰 논란이 됬던 것은 잉글랜드와 우크라이나의 조별 경기에서 나온 골 장면이다. 존 테리가 골 라인을 넘어가기 전에 걷어내려고 했지만 결국은 실패했고 공은 명확히 라인을 넘어갔다. 그러나 심판만은 그 장면을 보지 못했고, 그 골은 무효가 되었다. 또한 당시 주심을 맡았던 카사이 심판이 우크라이나전 골은 자신의 오심이라며, 실수라고 인정하면서 더욱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유로가 끝나고 FIFA는 골라인 판독 시스템을 도입하기러 결정했다.
* 포르투갈과 덴마크의 조별예선에서 극적인 헤딩골을 터뜨린 벤트너가 골 세레모니를 하는 도중 바지를 내리며 속옷을 노출하는 세레모니를 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벤트너가 입고 있던 속옷에 '패디 파워'라는 아일랜드 베팅 사이트명이 적혀 있었고, 의도적인 광고노출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벤트너는 A매치 1경기 출전 금지에다가 벌금 10만 유로(1억 4,6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UEFA는 엄격하게 선수들의 개인적으로 상업광고를 하는것은 금지하고 있다.
P - Panenka Kick. 파넨카 킥
64년전에 태어났던 인물이 36년전에 했던 일로 낯선 아시아에서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대회 최고의 키워드인 파넨카 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76년 유로 결승전에서 독일의 전설적인 골키퍼 제프 마이어를 상대로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시키던 체코의 전설 안토닌 파넨카가 보여준 칩슛을 파넨카의 이름을 따 파넨카 킥이라고 하게되었다. 사실 파넨카 킥은 당하는 입장에서 굴욕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고, 사기를 떨어뜨리지만 반대로 실패할 경우 너무나 어이없이 팀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도 있기에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시도조차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피를로의 파넨카 킥은 전세를 역전시킴으로서 결국 이탈리아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특히 파넨카 킥이 두 번이나 나왔는데, 바로 라모스가 피를로의 파넨카 킥이 나온 이후 4강전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성공시켜 또 큰 이슈를 이끌기도 했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칩슛으로 불리던 파넨카 킥이 한준희 해설이 방송에서 언급한 이후 대중화(?) 되어 이번 대회가 남긴 가장 큰 이슈로 남았다.
Q - Quality. 명경기.
이번 유로 2012의 가장 큰 명승부 3가지를 꼽아보았다.
1. 조별리그 C조 이탈리아 1 : 1 스페인
이번 유로 2012에서 가장 유명한 경기가 아닐까. 굳이 많은 골이 나오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어떤 경기력으로 어떤 상대를 만나느냐에 따라 명승부를 연출할 수 있다는걸 보여준 경기였다. 특히 전술적으로도 두 팀은 다른 팀들이 흔히 쓰지 않는 포메이션인 4-6-0의 제로톱과 3-5-2인 쓰리백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많은 흥미를 유발했다. 이니에스타와 피를로, 두 최고 미드필더간의 맞대결도 맞대결이었지만, 양 팀 골키퍼의 선방대결도 눈이 부셨다. 공평하게 두 팀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고, 두 팀이 다시 결승전에서 맞붙기를 희망했던 많은 팬들이 있었을 정도로 두 팀은 언론과 팬들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실제로 결승전에서 두 팀은 다시 맞붙으면서 유로 2012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팀이 되었다.
2. 조별리그 D조 잉글랜드 3 : 2 스웨덴
잉글랜드가 마침내 메이저 무대에서 바이킹 징크스를 깨는 날을 맞이했다. 스웨덴은 패배할 경우 탈락이 확정되었기에 필사적으로 뛰었고, 글렌 존슨의 자살골과 멜베리의 역전골로 앞서 나갈때까지 역시 바이킹 공포증이 다시 한 번 재현되는듯 싶었다. 그러나 잉글랜드의 젊은피인 윌콧과 웰백의 두 골로 역전에 성공하면서 드라마를 만들었다. 특히, 이 경기에서는 잉글랜드 팬들에게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아온 앤디 캐롤과 웰백이 모두 멋진 골을 넣으면서 큰 기쁨을 주었다. 특히 웰백과 캐롤의 골은 모두 이번 대회 베스트 골 후보에 올라갈만큼 멋진 골들이었다. 한편, 스웨덴은 이브라히모비치는 팀의 공격을 혼자 이끌었지만 동료 선수들의 부족한 움직임에 결국 탈락의 쓴 맛을 아일랜드에 이어 두번째로 맛보게 되었다.
3. 조별리그 D조 우크라이나 2 : 1 스웨덴
그야말로 레전드 v 레전드의 대결이라 할 수 있었다. AC밀란의 과거와 현재 공격수들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도 많은 흥미를 끌었다. 두 주인공 모두, 명불허전의 모습을 보였다. 골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뻔 했지만, 결국 홈팬들의 절대적 지지와 개최국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하여 더욱 간절해보였던 우크라이나가 역전승을 거두었다. 구소련에서 분리된 이후 처음으로 유로 본선무대에 진출한 우크라이나는 영웅, 쉐브첸코가 다시 한 번 팀을 극적인 승리로 이끌며 전설을 계속 써내려갔다. 이번 승리와 골은 우크라이나 역사상 최초의 유로무대의 첫 승이자 첫 골이다. 결과뿐 아니라 경기 내적으로도 두 팀 모두 화끈하게 오픈된 공격을 펼치며 매우 빠르고 재미있는 경기를 보였다.
R - Racial Discrimination. 인종차별
36년만에 동유럽에서 열리는 이번 유로 대회는 대회 전부터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인종차별을 포함한 인권 문제에 대해 많은 걱정과 우려를 나타났었다. 대회 전부터 플라티니는 인종차별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고, 전 잉글랜드 수비수 캠벨은 집에서 TV중계를 보라며 우크라이나의 치안에 대해 많은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우크라이나의 야당 총리 탄압을 문제 삼아 유럽 고위급 간부들이 불참을 선언했고, 메르켈 총리와 영국 외무부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폴란드에 있던 네덜란드 대표팀의 훈련장에 인종차별적 구호를 외친다거나 러시아와 폴란드 관중들이 경기를 앞두고 패싸움을 벌여 수십명이 부상당하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이날 러시아 서포터들중 일부는 폭죽을 터뜨린다거나 경기장에 불법 현수막을 거는 등 폴란드 팬들을 자극하는 악질적인 행동과 진행요원 폭행등 여러가지 사고를 일으켰다. 이에 연관된 폴란드와 러시아 일부 팬들은 자국에서 실형을 선고받기도 하면서 유로 2012의 먹칠을 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크로아티아 관중들이 발로텔리를 향해 인종차별 구호를 외치고, 홍염을 터뜨리는등 물의를 일으켰다. 이에 빌리치 감독은 강경한 입장을 밝히면서 팬들의 반성을 요구했다. 이에 크로아티아는 8만 유로(1억 1천만원)의 벌금과 러시아는 12만 유로(1억 7,500만원)의 벌금과 유로 2016 에선 승점 -6점을 삭감당하는 중징계에 처해졌다. 이러한 강경대응에도 불구하고, 8강전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의 승부차기에서 애쉴리 영과 애쉴리 콜이 차례로 실축하자 일부 팬들이 "two black monkeys"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수사에 들어가기도 하면서 여전히 인종차별로 문제로 대회가 얼룩지기도 했다.
S - Slavek and Slavko. 슬라벡과 슬라브코
폴란드를 상징하는 슬라벡과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슬라브코로, 이번 유로 2012의 마스코트다. 지난번 유로 2008의 트릭스와 플릭스 쌍둥이와 마찬가지로 또 쌍둥이 캐릭터들이 마스코트로 채택되었다. 지난번 대회와 다를바 업는 마스코트의 모습에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한 이번 유로 2012의 슬로건은 "Together, we are creating the future."로 함께 만드는 역사라는 뜻이다.
T - Tiki-Taka. 스페인의 티키타카.
스페인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가짜 스트라이커였지만, 결국 제로톱 전술도 티키타카를 잘 활용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지난 월드컵에 이어서 스페인을 관통하는 중심은 티키타카였다. 티키타카란 2006년 월드컵에서 스페인 해설을 맡은 안드레스 몬테스가 언급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결국 스페인 팀 특유의 숏패스를 통해 끊임없이 주고 받으며 볼 점유율을 중시하는 스타일의 축구를 공을 주고받는 탁구 비슷한 장난감에 비유하면서 태어난 말이다. 스페인의 우승 이후, 전 세계의 많은 팀들이 그들의 축구를 따라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시 원조만한 팀은 없었고, 이들에 비견될만한 팀은 이들 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회 내내 가장 많은 패스와 점유율을 기록하며 꾸준함에 있어선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팀워크를 보였다. 티키타카는 스페인의 가장 웰메이드한 수출품이다.
U - Unfortunately. 아쉬운 팀들
탈락한 팀들 중에서 어느 팀이 안 아쉬운 팀이 있겠느냐만, 몇몇 팀의 탈락은 정말 아쉬움을 남기게 만들었다. A조의 러시아는 첫 경기에서 체코를 멋지게 완파했지만 결국 마지막 그리스에게 일격을 맞으며 탈락했다. 8강 진출이 가장 유력해보이던 러시아였지만 결국 승자승 원칙에 그리스에 밀려 탈락했다.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주며 고만고만한 A조 팀들중에서도 가장 유력했으나, 결국 막판 그리의 의지에 꺽여버렸다. 이후, 아드보가트는 팀을 떠나고, 아르샤빈와 팬들의 언쟁, 승점 삭감등 악재가 잇달았다. 또한 C조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밀려 3위로 탈락한 크로아티아 또한 아쉬운 팀이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와 혈전을 벌였지만 아쉽게 3위로 탈락한 크로아티아는 만약 A조에 들어갔으면 조1위가 가능했을 정도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탄탄한 경기력이 돋보이던 팀이었다. 특히 에이스 모드리치는 클럽에서 첼시에 아쉽게 밀려 챔스에서 탈락한 것처럼, 이번 유로에서도 아쉽게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밀려 탈락하면서 비운의 스타로 남게 되었다. D조에서는 팀내 내분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홀로 공격을 책임졌던 스웨덴이 프랑스를 2:0으로 완파했음에도 잉글랜드와 우크라이나에게 패하면서 아쉬움을 자아냈다. 특히 3경기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발 라인업과 경기력으로 멋진 경기력을 보였다. 그에 반해 세 경기에서 모두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주었고, 프랑스전에선 대회 최고의 골로 뽑혀도 손색이 없을 멋진 골로서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했지만, 다소 늦은감이 있었다.
V - Veteran. 베테랑, 노장선수들의 투혼
이번 유로 2012는 다른 대회들과 비교해볼 때, 신예 선수들보다는 기존의 노장 선수들의 불꽃이 더욱 아름답게 빛났던 것이 그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것은 이탈리아를 결승으로 이끈 피를로와 부폰이다. 피를로는 결승까지 3번의 MVP에 선정되었을 정도로 중원에서 돋보이는 패스와 플레이메이킹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그리고 부폰은 결정적인 선방과 승부차기에서의 신승으로 팀의 후방을 든든하게 지켰다. 두 전설, 모두 지난 월드컵에서 제대로 경기를 뛰지 못하면서 팀의 몰락을 지켜봐야 했지만, 이번 대회에서의 활약으로 명불허전의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비록 탈락했지만, 고국 팬들에게 잊지 못할 첫 승을 안겨준 우크라이나의 영웅, 셰브첸코 역시 이번 유로 2012가 기억할 전설의 마지막 뒷 모습이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셰브첸코는 0-1로 뒤진 후반전, 자신의 클래스가 돋보이는 두 번의 헤딩슛으로 역전승을 이끌며 화려하게 불꽃을 태웠다. 셰브첸코의 득점은 유로 역사상 두번째로 나이가 많은 득점 기록이다. (35세 256일) 잉글랜드의 제라드나 존테리도도 약체라고 평가를 받는 팀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이며, 8강까지 진출시켰다. 그야말로 구관이 명관이었다.
W - Why always me! 발로텔리
이번 유로 2012가 낳은 스타중 한 명. 어디로 튈지 모르는 4차원 매력을 가진 선수다. 불안정한 감정 기복과 멘탈의 주인공이지만, 그 재능만큼은 확실한데, 좀처럼 본선무대에서 그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중요한 독일전에서 혼자서 두 골을 터뜨리며 팀의 결승행을 이끌었다. 그 기복만큼이나 멋진 골들로 이번 대회 세골로 득점왕을 아깝게 놓치기도 했다. 또한 대회기간중 자신에게 인종차별적 구호가 들리자 거기에 대한 울분으로 아일랜드전에서 첫번째 골을 넣고 세레모니 도중 카메라에 무언가를 말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었다! (물론 보누치가 이번 대회 최고의 커버링을 보여주어서, 다행히 무슨 말인지 알 순 없었지만.) 비록 결승전에서는 체력적 열세로 동료들의 부정확한 지원과 라모스&피케의 콤비에 막히며 미비한 활약을 보였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발로텔리다.
X - Xavi. 중원의 사령관, 샤비.
티키타카라 불리는 스페인의 패싱 게임의 중심은 누구냐고 묻는다면 2년 전에도, 4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샤비 에르난데스다. 전무후무한 스페인의 시대에는 언제나 샤비가 있었다. 이제 30대를 훌쩍 넘긴 샤비는 무적함대의 역사에 새로이 3연패라는 전설을 남기며 역대 최고의 미드필더 반열에 올라섰다. 샤비는 최초의 결승 2연속 어시스트, 역대 최다 패스 기록, 한 경기 최다 패스 성공(127)의 패스와 관련된 대부분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왜 자신이 무적함대의 키를 쥐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증명했다.
Y - You're so beautiful. 눈을 즐겁게 해줬던 여신들
지난 월드컵에서 가장 핫이슈였던 응원녀가 파라과이의 라리사 리켈메였다면, 이번 유로 역시 유럽의 숨어있던 엘프녀들이 각지에서 자신의 팀을 응원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오면서 지구 반대편의 우리도 안방에서 눈이 즐거울 수 있었다. 이번 유로 2012에서 각자 어떤 여신들이 있었는지 생각해보자. 저는 이번 유로를 책임져준 윤태진 아나운서를 사.. 사.. 좋아합니다.
Z - Zero of rising star. 깜짝 스타는 없었다.
이번 유로 2012는 노장 선수들의 불꽃이 돋보인 것에 반해, 새롭게 등장한 신예 선수라던지 이변의 팀같은 것은 없었다. 유로 2008은 그 유명한 터키극장이 있었고, 러시아의 아르샤빈이나 파블류첸코같은 선수들이 새롭게 이름을 알렸지만, 이번 유로 2012에서는 대부분 올라올 팀들이 올라왔고, 혜성같이 등장한 스타들이 없었다. 그나마 눈에 띄었던 자고예프는 러시아의 탈락으로 인해 조별경기에서밖에 볼 수 없었다. 기대를 모았던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부진한 활약 속에 죽음의 조의 희생양이 되었고, 독일 국민들이 가장 기대했던 괴체는 컨디션 난조등으로 유로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다. 그 밖에도유로 역대 최연소 출전 기록을 경신한 네덜란드의 빌렘스는 이번 대회를 통해 기록과 실력은 별개라는 것을 증명하는 적절한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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