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팀 감독들의 말대로 굉장히 중요한 경기였다. 단순히 이번 경기가 더비라서가 아니라, 향후 스쿠데토경쟁에 영향을 미칠만 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먼저 열린 18R 경기에서 유벤투스가 칼리아리와 비기면서 이번 경기에서 밀란이 이긴다면, 올 시즌 첫 단독1위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편 인테르는 초반 강등권에서 맴돌다가 특급 소방수 라니에리의 구원으로 최근 5연승을 달리며 어느덧 우승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 경기를 이긴다면 유벤투스와 AC밀란과 함께 스쿠데토 경쟁에 뛰어들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러한 상황을 라이벌, AC밀란이 가만히 보고 있을리는 없었고, 인테르로서도 지난 여름의 수페르코파의 복수와 함께 더비전 3연패의 사슬을 끊어야만 했기에 그 어느때보다도 치열한 시합이 예상되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고, 시합내내 나온 두 팀의 숨막힐 듯한 수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전반전
스네이더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있었지만, 최근 폼이 좋은 알바레즈를 그대로 기용하며 인테르는 4-4-2를 준비해 나왔다. AC밀란은 보아텡을 1이 아닌 3자리에 기용하면서 엠마누엘손을 트레콰르티스타로 기용하면서 다소 의외의 라인업을 구성하였다. 최근 선수들의 부상으로 미드필더진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알레그리는 지난 경기에서도 보아텡을 3자리에서 돌리면서 시험한 바 있었다.
경기는 전후반 내내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인테르는 자기 진영에서 진을 치고 밀란의 공격을 되받아쳤고, 밀란은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인테르를 두들겼다. 인테르는 밀란의 오래된 약점으로 지적받는 왼쪽라인을 역습시 마이콘이 주도하며 공략했다. 전반전 인테르의 공격의 대부분은 마이콘과 사네티에 의한 빌드업과 페너트레이션으로 이루어졌으며, 마이콘의 측면공격은 몇 차례에 불과했지만 매 번 위협적이었다.
그에 반해 밀란은 인테르가 라인을 내리고 자기 진영에서 웅크린 덕분에 손쉽게 중원에서의 점유율을 가져갔고, 걱정스러웠던 미드필더 라인도 무리없이 돌아갔다. 그러나 위협적인 공격은 몇차례 나오지 못했는데, 오른쪽 윙으로 출전한 사네티가 캄비아소를 도와 중원에서 적극적으로 밀란의 선수들을 압박했다. 뿐만 아니라 마이콘과의 협력수비로 측면을 무력화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인테르가 라인을 내리고 두텁게 수비라인을 구축하자 밀란의 미드필더들은 공을 소유하긴 했으나 효과적인 공격이 어려웠다. 중앙에서의 페너트레이션은 이뤄질 수 없었고, 대부분의 공격은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마저도 왼쪽은 사네티와 마이콘이 지키고 있었기에 여의치 않았고, 우측에서는 아바테가와 보아텡에게서 크로스가 자주 연결되었으나 단조로운 공격은 박스안에서 자리를 선점하고 있는 루시우와 사무엘에게 번번히 막혔었다.
밀란 입장에서는 아바테와 보아텡이 나가토모와 알바레즈쪽을 좀 더 효과적으로 공략했어야 했다. 아무래도 잠브로타와 노체리노(혹은 파투)가 마이콘과 사네티를 돌파하는 것보다 좀 더 확률이 높았고, 나가토모와 알바레즈의 수비가 안정적이라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3자리에 익숙치 않았던 보아텡은 아바테와의 연계보단 다이렉트로 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고, 아바테와 보아텡의 조합은 측면에서 그렇게 위력적이지 못했다. 상대하는 센터백들이 누군가. 루시우와 사무엘이라면 트레블을 가능케했던 철벽라인이다. 이런 센터백들이 자기 진영에서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단순한 측면 크로스에 의한 공격이 성공할 확률은 적다고 볼 수 있다.
인테르 입장에서도 알바레즈의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사실 알바레즈가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하긴 했지만, 주로 움직인 것은 중앙일 때가 많았는데, 지금까지와의 경기와는 달리 부진했다. 그도 그럴것이 인테르가 라인을 극단적으로 내리면서 볼을 소유할 수 있는 시간자체가 적었고, 나가토모도 평소보다 오버래핑을 자제하면서 알바레즈에게 주어진 임무는 평소보다 많았다. 거기다 수비가담까지 요구하다보니, 알바레즈는 이도저도 아닌 플레이에 그칠 수 밖에. 결과적으로 알바레즈는 어찌됫든 측면 미드필더임에도 밀란의 측면 수비수인 아바테를 전혀 압박하지 못했고, 공격시에도 결정적인 기회를 눈 앞에서 날리며 파찌니와 함께 이 날 유이하게 부진했던 인테르 선수들이었다.
한편, 알레그리는 3자리에 직선적인 움직임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보아텡과 노체리노를 각각 배치하였는데, 이렇게 될 경우 후방에 남겨진 반 봄멜의 부담이 커지게 되는 위험감수를 해야한다. 그러나 이 날 반 봄멜의 컨디션은 최상에 가까웠고, 혼자서 무리없이 캄비아소와 모따의 중원을 상대했다. 피지컬에서도 상대에게 밀리지 않으며 대부분의 루즈볼을 따냈고 이 날 밀란에서 가장 많은 볼 컷팅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인테르의 역습이 날카로웠음에도, 밀란이 하프라인 근처까지 라인을 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전반전 마지막에 크로스바에 맞고 나온 반 봄멜의 슛팅이 들어갔다면, 경기양상은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후반전
경기는 후반전 역시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밀란은 인테르가 구축한 철옹성을 무너뜨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의미없는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었다. 박스 안까지의 진입이 힘들었고, 설사 진입하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루시우의 수비와 세자르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답답한 것은 인테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적은 숫자에도 불구하고 밀란의 네스타와 실바는 인테르의 공격수들을 필드위에서 지워버렸다. 만약 후반 54분 아바테의 어이없는 실수가 없었다면 경기는 0:0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경기내내 좋은 활약을 보였던 아바테는 단 한 순간의 실수로 패배의 원흉이 되어야했다. 물론, 아바테의 실수가 결정적이었지만, 경기내내 딱 한번 찾아온 슛팅의 기회를 골로 연결시킨 밀리토의 결정력에도 높은 점수를 주어야 할 것이다.
이제 지키기만 하면 되는 인테르는 더욱 더 수비라인을 견고히 쌓았고, 밀란은 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 알레그리는 잠브로타를 빼고 호비뉴를 넣으면서 엠마누엘손을 잠브로타 자리로 옮기는 강수를 두었다. 라니에리도 지지 않았다. 밀란이 공격 숫자를 늘리자, 부진했던 알바레즈를 빼버리고 키부를 투입하면서 대신 나가토모를 윙으로 올리면서 측면 수비를 강화했다. 밀란은 여전히 중앙에서 실마리를 찾지 못했고, 측면 공격에 의존했으며 이브라와 파투는 사무엘과 루시우에 막혀있었다. 결국 답답한 양상이 계속되자, 파투와 노체리노를 엘 샤라위와 시도로프와 교체하면서 공격을 강화했다.
이런 교체가 좀 더 빨라줬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비록 세자르에게 막혔지만, 엘 샤라위는 들어가자마자 좋은 찬스를 맞이했다. 또한 중원에서 볼을 키핑할 수 있는 미드필더가 부족했던 밀란으로선 시도로프의 투입이 좀 더 앞당겨졌으면 어땟을까 싶다. 물론 경기 후반으로 접어들자, 밀리토를 스네이더와 교체해서, 중원에 미드필더를 한 명 더 추가하면서 좀 더 수비라인을 두텁게 구축한 라니에리의 좋은 선택으로 시도로프의 투입이 그렇게 효과적이진 못했지만 말이다.
통계
1. 공격루트 - 로쏘네리의 비효율적인 공격과 네라주리는 Only 마이콘
밀란은 상대적으로 중원에서 좀 더 강세를 보일 수 있는 포메이션과 라인업이었다. 그렇지만 최근 기세가 좋은 상대 인테르 중원을 너무 의식했을까? 지나친 측면 고집으로 공격패턴이 지나치게 단순화되었다. 중원에서 한 명이 더 많음에도 그 이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단조로운 공격만 고집했다. 또한 마이콘과 사네티가 위치한 밀란의 왼쪽 측면보다 차라리 우측면을 좀 더 공략했다면, 어땟을까? 잠브로타보다 공격에 더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아바테가 있었음에도 별다른 측면 공격이 그 쪽에서 없었다는 것은 측면 수비수와 호흡을 맞춰야 될 보아텡과 아바테 사이의 플레이가 좋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인테르 입장에서는 알바레즈가 부진한데다가, 중앙으로 대부분 자리를 옮기면서 4-4-2임에도 불구하고 왼쪽 측면 자체의 공격이 부진했다. 또 마이콘과 달리 나가토모가 오버래핑을 자제한 것도 오른쪽 측면 공격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왠만한 윙어 뺨치는 마이콘의 공격력은 이번 경기에서도 역시 인테르의 역습 대부분을 지휘하며 밀란을 위협했다.
2. 슛팅 지점 -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수비라인
이 날 나온 슛팅은 밀란이 16개, 인테르 12개로 많은 수가 나왔지만, 유효슛팅은 3개와 4개로 정확도에서 매우 낮은 수치를 보였다. 그 이유는 이 날 양 팀 수비수들의 호수비로 공격수들이 박스안으로 진입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 대부분의 슛팅은 박스바깥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기대를 받던 이브라히모비치와 파투는 루시우와 사무엘에 가로막혔고, 밀리토와 파찌니는 슛팅을 1회밖에 못할 정도로 네스타와 실바에게 꽁꽁 묶였다.(물론 밀리토는 그 슛팅1개를 골로 기록했지만.)
3. 패스 -
밀란은 총 600회의 패스를 기록하며 인테르보다 무려 2배가 넘는 패스횟수를 기록했다. 인테르는 34%밖에 점유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밀란에 비해 간결한 패스로 최대한 효율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그렇지만..
밀란은 통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밀란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기록한 선수는 후방에 위치한 실바와 네스타, 반 봄멜, 아바테였다. 그 말인 즉슨, 볼을 전방으로 중앙을 통해 투입하지 못하고, 후방에서 볼을 돌리는 횟수가 많았음을 의미하는데, 그 중에서도 실바와 네스타, 반 봄멜의 롱패스 수치가 굉장히 많았다. 왜냐하면 밀란은 중앙에서의 활로를 찾지 못하고 확률이 적은 롱패스에 의한 공격횟수가 높았기 때문이다. 이는 밀란의 평소 모습이 아니며, 인테르의 밀집수비에 고전했음을 말해준다.
또 하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엠마누엘손의 기록인데, 엠마누엘손은 실바에 이어 가장 많은 패스 횟수를 기록했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키패스를 시도했다. 물론 전형적인 트레콰르티스타와는 달리 엠마누엘손은 측면으로 자주 빠지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전방으로 패스를 연결하는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다만, 이 날 밀란의 문제점은 중앙에서 볼을 키핑해줄 수 있는 미드필더가 없었다는 것이다. 엠마누엘손과 노체리노, 보아텡은 볼을 소유하는데 능숙한 미드필더들이 아니었고, 중앙에서 힘을 발휘해야 될 밀란의 미드필더들은 측면으로 울며 겨자먹기식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퀼라니의 부상과 시도로프의 부재가 아쉬웠다. 물론 이러한 키핑을 가장 해줘야 될 선수는 1에 위치한 선수지만, 엠마누엘손은 그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해보이므로 앞으로의 기용에 대하여 좀 더 고민해야 될 문제일 것이다.
4. 활동량 - 중앙엔 오직 반 봄멜이 있을 뿐.
위 활동량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엠마누엘손은 1에 위치했음에도 본인이 편한 측면으로 자주 빠지는 움직임을 보였다. 또한 노체리노와 보아텡도 평소보다 더욱 측면에서 움직이면서 중앙엔 반 봄멜 홀로 남아있었다. 인테르의 날카로운 역습을 밀란이 견딜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으론 수비라인도 있겠지만, 역시 반 봄멜이 홀로 중앙에서 많은 공간을 커버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캄비아소와 모따가 수비에 치중했기에, 인테르의 공격이 중앙에서 많이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이 날 반 봄멜의 활약은 굉장했다.
인테르의 고민
모라티는 이 경기를 보고, 더욱 테베즈를 영입하고 싶어 했을지도 모르겠다. 골을 넣은 밀리토는 차치하더라도 파찌니의 역습시 움직임과 오프더 볼에서의 움직임은 매우 좋지 못했다. 파찌니는 박스 안에서의 효율적인 움직임이 돋보이는 선수지, 역습시나 수적열세에 빠졌을 때 인테르에서 뭔가 해줄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 수비진을 흔들 수 있는 선수, 이것이 테베즈를 원하는 인테르의 가장 큰 이유다. 현재 인테르의 공격수들인 밀리토와 파찌니, 포를란, 사라테중 이러한 역할을 가장 잘 해줄 선수는 사라테이나, 사라테의 기복있는 경기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오늘 경기에서는 알바레즈가 이러한 역할을 부여받았지만, 동료 선수들을 흔드는 경기력이었다.
두번째로, 스네이더의 복귀다. 마냥 기뻐해야 될 문제지만, 라니에리는 결국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현재 팀이 잘나가고 있는 이유는 인테르식 4-4-2가 현 선수들과 너무나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밀란더비에서 부진하긴 했지만, 최근 폼이 좋았던 알바레즈와 중앙에서 꽉 잡아주는 캄비아소,모따. 사네티&마이콘의 측면조합은 밸런스면에서 현재 절정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 여기 이 자리에 팀의 핵심선수중 한 명이었던 스네이더는 어디로 들어갈 수 있는가. 스네이더는 절대 벤치멤버로 만족할 선수가 아니다. 물론 스네이더를 4-4-2에서 기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4-4-2는 스네이더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포메이션도 아니다. 지금의 스네이더는 어느 자리를 대신 들어가더라도 불협화음을 낼 수 밖에 없다. 방법은? 4-4-2를 포기하고 4-3-1-2나 4-2-3-1식의 스네이더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주면 된다. 하지만, 지금 잘 나가는 인테르가 이런 모험을 감수하려 할까.
밀란이 밀린 숙제들
이번 시즌 시작부터 늘 지적 받아오던 문제다. 바로 전문 트레콰르티스타의 부재. 밀란이 중하위권 팀들과의 경기를 하게 되면, 이런 문제점이 잘 드러나지 않을 때도 있다. 왜냐하면 중하위권 팀들의 밀집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을만큼의 개인전술을 가진 공격수들이 존재하니까. 이브라히모비치와 카사노, 보아텡이 그렇다. 중앙에서의 볼 배급이 원활하지 못하더라도, 패턴이 조금 단순화 되더라도 이기는게 가능하다. 왜냐면 선수 기량의 차이로 극복가능한 수준이니까. 그러나 강팀간의 경기에선 그게 달라진다. 선수 기량의 차이에서 우리가 월등히 앞서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토너먼트라는 이유로 강팀이라도 대놓고 수비를 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이러한 강팀의 수비를 뚫어내는데 어려움이 많다. 중하위권 팀들처럼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언제까지나 이브라매직을 기대할 순 없으니까.
그럼 공격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밀란의 1의 도움이 절실하다. 우선 인테르전에서도 나왔지만 창의적인 패스가 매우 부족했다. 밀란이 하는 거라곤 측면으로 돌린 다음, 박스안으로 크로스 혹은 측면으로 돌린 다음, 중앙에 있는 선수가 이어받아 그대로 중거리슛팅. 짜임새있는 공격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중앙에서 수적 우위에 있음에도 볼을 소유해줄 수 있는 선수가 전무했기에, 측면으로 볼을 연결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중앙에 만약 볼 소유에 능하고, 패스를 창의적으로 해줄 선수가 있었다면 밀란이 중앙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그렇지만 창의적인 패스는 물론, 이 날 출전한 밀란의 미드필더중에서 전방에서 볼을 소유해줄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1에 위치한 엠마누엘손까지 측면으로 빠지면서 인테르의 측면을 고집했지만, 이 날 MOM급 활약을 펼친 사네티의 세월을 비켜 가는 활약에 밀란의 왼쪽라인은 답을 찾지 못했다.(오른쪽 라인은 위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이 날 사네티는 말그대로 밀란의 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나타나서 커버했다. 거기다 공격시엔 마이콘과 함께 밀란의 왼쪽라인을 흔들었으니.. 다시 하던 얘기로 돌아가서, 밀란의 중앙에서 볼을 소유해주고 좀 더 창의적인 패스가 가능한 선수는 시도르프와 아퀼라니가 있다. 그러나 아퀼라니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시도로프는 더이상 예전의 몸 상태가 아니다. 이런 전형적인 트레콰르티스타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듯한 알레그리지만, 현재 밀란의 전술엔 필요로 해보인다. 만약 No.10을 영입할 수 없다면, 적어도 중앙에서 볼을 소유할 수 있는 선수를 보강하던지. 중앙에서 제대로 볼을 소유하지도 못하면서 의미없이 점유율만 늘려가는 현 밀란의 4-3-1-2는 분명 문제가 있어보인다.
둘 째. 사실 이번 밀란더비에서 보여준 파투의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에 비하면 좋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투톱으로서 과연 이브라와 좋은 호흡을 보였느냐는 질문에는 의문에 가깝다. 카사노의 부상과 호비뉴의 기복으로 인해 파투와 이브라가 투톱으로 같이 나서는 경우가 많았지만, 여전히 이들의 팀워크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서로의 위치와는 상관없이 개인전술에 의한 공격을 시도하는 횟수가 많았고, 개인적인 의견으론, 팀의 중심으로 활약중인 선수는 이브라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 이브라의 호흡은 대체로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팀의 중심, 이브라와의 호흡이 맞지 않은 파투는 알레그리체제에서 다른 선수들과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보더라도혼자 붕 떠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이번 경기가 그러했다. 최근 이적설로 곤욕을 치러서 그런지 몰라도 파투의 움직임은 평소답지 않은 볼터치와 키핑으로 매우 조급해보였다. 테베즈 이적설과는 별개로, 밀란에 남을 것을 선언한 파투지만 마냥 밝은 전망을 기대할 순 없다. 파투의 충성심이 올시즌 단 1골에 그치고있는 기록까지 밝게해줄 순 없는거니까. 성장이 멈춘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만큼 좋지 못한 이번 시즌의 파투는, 앞으로 그가 얼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시즌이 될 것이다. 여기서 이 난관을 극복하면 진짜 7번에 걸맞는 선수로 성장할 것이고, 만약 발전하지 않는다면.. 뭐 파투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위 장면은 밀리토가 결승골을 기록할 때의 화면이다. 물론 이 장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밀리토나 인테르의 역습보다도 아바테의 치명적인 실수가 컸다. 그러나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밀란의 수비전환 속도다. 약팀, 강팀을 가리지 않고 이렇게 역습시 2선과 3선의 간격이 벌어져서 상대 공격수들보다 수적우세를 점하지 못하는 장면은 밀란의 경기에서 매번 나오는, 이제는 익숙한 모습이다. 이렇게 2선과 3선이 벌어져 상대 공격수들과 1 on 1으로 수적우세를 점하지 못하고 맞부딪힐 경우 수비수들이 수비하는 것이 매우 힘들 수 밖에 없다. 1차 저지선이 제대로 작동을 못하자 실바가 전진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중앙엔 네스타와 아바테가 파찌니와 밀리토와 2v2로 마주하게 되었다.
이 날 노체리노와 보아텡이 지나치게 측면공격에만 몰두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전진할 때가 더 많았고, 반 봄멜 혼자선 역습공간을 다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필연적이었다. 노체리노의 공수전환 속도도 물론 빠르지 않지만, 만약 보아텡이 3자리에서 계속 서기 위해선 이런 공수전환의 움직임과 공간을 막아서는데 있어서 좀 더 섬세한 모습이 필요하다. 1 자리에서 압박하는 것과 필요한 수비전환과 3자리에서의 그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니까. 현재 밀란이 가장 필요한 미드필더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기도 한데, 반 봄멜을 대체할 선수와 좀 더 공수전환에서 밀란의 중심을 잡아줄 균형있는 미드필더가 알레그리가 원하는 선수일 것이다.
결론
예상치 못한 아바테의 실수로 결국 인테르가 6연승에 성공하며, 유벤투스와 밀란이 양분할 것으로 보이던 스쿠데토 경쟁에 본격적으로 발을 딛기 시작했다. 다음주 라치오전까지 긴장을 풀 순 없겠지만, 밀란과의 승점차를 5점차로 좁혔다는게 중요하다. 거기다 더비전 승리라니, 선수들의 사기진작에 이보다 더 좋은 약이 있을 순 없는 인테르다. 인테르뿐 아니라 밀리토 역시 그동안의 부진을 씻고 3경기 연속골을 이어나갈 수 있었고, 또한 밀란전 7경기 5골(2어시)이라는 밀란 킬러로서의 명성도 유지할 수 있었다.
밀란으로선 단독 1위로 치고갈 수 있었던 상황에서 1점차지만 다시 2위로 내려앉은데다가 리그 무패기록의 좋은 분위기를 더비전 패배로 망치게 되었다. 거기다 미드필더들의 줄부상과 공수에서 각 각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쓰디 쓴 보약이었다. 알레그리는 남은 이적 기간동안 어떻게 보강을 할 지, 지난 시즌부터 지적받아온 공격진들의 공격전술에 대해 챔피언스리그가 열리는 2월이 오기전에 문제점을 수정해야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시즌 역시 챔피언스리그는 16강에서 만족해야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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