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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기/AC밀란

[챔피언스리그] Group H. AC Milan - Barcelona : 예상과는 다른 난타전



이번 챔피언스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 조별예선부터 흥미진진한 경기들이 많은 느낌이다. H조의 밀란, 바르셀로나를 제외한 어느 조에서도 16강으로 진출하는 두 팀이 정해진 조가 없다. 몇몇 팀은 진출이 유력한 조도 있지만, 그래도 남은 한 자리의 행방을 6차전까지 치러봐야 알 수 있는 조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조들에 비해 이미 16강 진출이 진작에 결정 난 두 팀끼리 맞붙는 경기는 다소 맥이 빠질 수가 있다. 그러나 그 두 팀이 밀란과 바르셀로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경기의 승자가 1위로 진출할 수 있는 상황에다가 요즘 가장 뜨거운 인물인 전(前) 바르셀로나 출신의 밀란 공격수, 이브라히모비치의 출전만으로 이미 흥분되는 매치업이다.

경기 전부터 누캄프 원정과는 다른 경기가 될 것이라던 타소티 밀란 수석코치의 말처럼, 지난 1차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의 경기였다.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밀란은 홈에서 맞불작전을 놓았고, 이미 조별 진출이 확정되었던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양 팀 모두 수비보다는 공격을 생각하며 굉장히 재미있는 경기가 펼쳐졌다. 축구경기에서 가장 재밌다는 3-2 펠레스코어로 끝난 경기결과만 보더라도 오늘의 경기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었다.



밀란은 노체리노가 아닌 시도로프, 파투가 아닌 호비뉴가 나온 것이 다소 의외였지만 기본 포메이션은 이전과 동일했다. 다만, 바르셀로나는 3-4-3(위 사진에서 부스케츠가 쓰리백 앞으로 올라온다.)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라인업을 들고 나왔으며 파투와 호비뉴라는 밀란 공격수들의 스피드를 의식하여, 피케가 아닌 마스체라노와 푸욜, 아비달로 쓰리백을 구성하였다.







밀란의 바르셀로나 공략 - 전방 압박 

시작 휘슬이 울리고, 바르셀로나는 공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이브라와 호비뉴, 보아텡이 샤비를 향해 달려든다. 그러면서 밀란의 전방 압박이 시작되었다. 경기 전까지 산시로에서 열리는 밀란의 홈경기였지만 밀란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맞불을 놓으리라 예상한 사람은 극히 적었다. 누캄프 원정만큼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라인을 뒤로 물리면서 경기를 풀어나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밀란은 초반부터 위력적인 전방압박을 보였다. 움직임의 범위가 적은 파투를 대신하여 활동반경이 넓은 호비뉴가 출전한 것도 이러한 압박을 위함이었다. 밀란의 수비라인은 전진했고, 적극적인 전방압박으로 바르셀로나를 공략했다. 특히 1선과 2선의 촘촘한 간격유지는 이러한 압박을 위해 얼마나 알레그리가 준비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보아텡은 우측에서 움직였고, 시도로프는 평소보다 후방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고 반대로 반 봄멜은 전진했다.

밀란의 압박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반 봄멜과 시도로프의 위치다. 밀란의 압박을 좀 더 풀어보자면 전방 공격수들의 압박에 이어 기본적으로 보아텡과 시도로프, 아퀼라니가 미드필더에서 2차 압박하게 되고, 반 봄멜은 포백 앞에서 라인을 유지하거나 3차 압박을 가하게 되는 게 원래 밀란의 수비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번엔 바르셀로나전을 위해 다른 변화를 주었는데, 바로 반 봄멜의 전진이다. 바르셀로나의 기술 좋은 선수들이 박스 앞까지 오게 되면 그들을 막는 것은 매우 어려워지게 되므로, 아예 하프라인 부근에서부터 타이트한 압박을 해주는 게 목표였다. 그리고 이때 샤비와 같은 시발점이 되는 선수들을 거칠게 압박해주는 역할에는 시도로프보다 반 봄멜이나 보아텡같은 선수들이 더 효과를 발휘할 것이고, 이를 위해 반 봄멜은 오늘 경기에서 평소보다 더 많이 전진해서 압박했다. 공격을 위해 전진하는 게 아니라, 수비 시에 그들을 압박하기 위해 전진하는 모습은 평소의 반 봄멜의 역할이 아니었기에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반 봄멜이 이동할 시에 그 뒤를 커버하는 것은 시도로프였고 공간에 대한 이해력이 좋은 시도로프는 포백 앞에서 봄멜의 전진으로 인한 공간을 메꾸는데 적절해 보였다.


반 봄멜은 좀 더 전진했고, 시도로프는 그 빈 자리를 커버했다.

물론 이러한 압박은 볼을 가진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위치에 따라 유연하게 가동되었다. 그리고 후반전부터는 이러한 빈도는 점점 늘어났고, 결국 시도로프는 1자리에 위치했던 피를로처럼 플레이하게 되었다. 바르셀로나의 압박을 이겨내고 빌드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시도로프가 더 능숙했기 때문이고, 체력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특히 노체리노가 반 봄멜과 교체되어 들어온 뒤부터는 아예 위치를 바꾸어 1의 자리에서 뛰었고, 시도로프는 후방에서 전방으로 볼을 배급하는 데 주력하였다.





밀란의 바르셀로나 공략 - 측면 후벼 파기 

알베스가 경고누적으로 나오지 못하자 펩이 택한 것은 3-4-3이었다. 원정에서 3-4-3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한 펩의 근거는 알베스의 부재 외에도 밀란의 측면이 약하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중앙에 몰린 전형과 아퀼라니와 노체리노가 측면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선수들이 아니었고, 아바테와 달리 부족한 왼쪽 풀백이 그러한 판단의 이유였을 테다. 그렇지만 바르셀로나의 수비는 정상적이지 못했고, 결과적(경기 스코어와는 상관없이)으로 펩은 밀란의 측면을 안일하게 생각했거나 혹은 자신의 쓰리백을 너무 과신한 꼴이 돼버렸다.

밀란은 노체리로 대신 시도로프를 좌측에 배치하면서 좀 더 볼을 소유할 수 있고, 패스를 빠르게 측면으로 연결할 수 있는 선수를 좌우로 배치하였다. 밀란의 미드필더들은 중앙으로의 연결을 포기하는 대신, 측면으로 대부분의 공을 연결했다. 최전방의 이브라를 축으로 좌우로 호비뉴와 보아텡은 끊임없이 쓰리백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이 날 밀란의 1선과 2선의 간격은 매우 좋아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많은 볼을 커트할 수 있었는데(평소보다 바르셀로나는 많은 패스를 커트 당했다.) 그럴 때마다 아퀼라니(혹은 시도로프)는 주저하지 않고 측면으로 롱볼을 연결했고, 측면에는 최소한 한 명의 밀란의 공격수가 대기하고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첫 번째 실점이나 이후에 나오는 대부분 위기상황은 이러한 측면지역에서의 밀란의 역습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밀란의 역습이 매번 좋았던 것은 아니다. 수비 시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몰라도 이 날 호비뉴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고, 역습 시에 많은 공격기회를 날렸다. 특히 푸욜과의 매치업에서 거의 완벽히 K.O 당했다. 이후에 호비뉴를 대신하여 들어온 파투 역시 측면에서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파투의 주력은 분명히 위협적이었지만, 움직임이 좋지 못했다. 반면에 운동능력이 뛰어났던 보아텡은 경기 내내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측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고 아비달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이러한 밀란의 측면공격에 펩은 후반전 3:2로 다시 리드하게 되자, 비야와 세스크를 차례로 산체스와 페드로와 교체해주며 측면을 두텁게 지키며 대응했다. 세스크와 비야에 비해 좀 더 측면에서 편안한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공간을 넓게 벌릴 수 있는 이 두 명의 투입으로 강한 압박은 물론, 밀란의 측면공격을 약화시키는 효과까지 보았다.


3-4-3을 노리고 나오기라도 한 듯, 밀란의 측면공격은 빠르고 날카로웠다. 아퀼라니(or시도로프)는 후방에서 단번에 측면으로 벌려주는 임무를 맡았다.







바르셀로나의 밀란 공략 - 2선과 3선 사이에서...

이번엔 바르셀로나의 반격을 한 번 보자. 밀란의 전방압박은 분명히 바르셀로나의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을 매우 효율적으로 괴롭혔다. 1선의 이브라와 호비뉴, 보아텡과 2선의 반 봄멜과 아퀼라니, 시도로프의 간격은 훌륭했다. 그렇지만 너무 신을 낸 것이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밀란의 2선과 3선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놓칠 만 한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이 아니다. 세스크와 메시, 샤비, 티아고는 밀란의 2선과 3선 사이를 바르셀로나의 영역으로 만들어버렸다. 애초에 3-4-3으로 출발한 바르셀로나는 메시가 1차전과는 달리 박스 안으로 들어가기보다는 박스 바깥으로 나와서 1.5선에서 플레이했다. 오늘 제로톱으로 나온 세스크와 함께 티아고, 샤비, 메시는 기동력이 느린 밀란의 미드필더들보다 한 걸음 먼저, 한 박자 더 빠른패스로 벌어진 라인 사이에서 밀란의 수비진을 농락했다.


2선과 3선의 간격이 벌어졌고, 그 중간을 오히려 바르세로나의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밀란의 포백은 미들의 지원 없이 바르셀로나의 공격수들과 그대로 맞부딪혀야 됐고 수비는 구멍이 뚤릴 수 밖에 없었다.

지난 1차전과 달리 밀란의 전체적인 라인이 하프라인까지 올라오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인데, 밀란의 미드필더들은 기동력에서 바르셀로나 선수들보다 열세일 수밖에 없고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되는 속도에서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라인을 올린 덕분에 공격 시의 속도는 평소보다도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지만) 따라서 대부분의 상황에서 밀란의 포백은 바르셀로나의 선수들과 4 vs 4를 맞는 게 대부분이었고, 수적 우위를 전혀 점할 수 없었다. 최전방에 있었지만 1.5선에 내려오는 메시와 세스크까지 많게는 중원에 6명의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위치할 수 있었고 밀란은 1차 압박이 벗겨지게 되면 항상 실점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메시가 볼을 소유하면서 밀란 수비진을 흔들었고 그 사이 세스크가 빠지면서 생기는 공간을 샤비가 침투는 경우가 늘어났고, 밀란의 수비진은 이러한 움직임을 그저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



밀란의 대응은 어땟는가. 수비수들(정확히는 센터백)이 오히려 더 전진해서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라인을 이미 많이 올렸기에 더 전진하면 그만한 후방의 위험은 감수해야겠지만, 2선의 미드필더들이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되는 속도가 너무나 느렸기에 바르셀로나의 침투를 차단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미드필더들의 공간을 메꾸는 것도 결국 센터백들의 몫이었다. 네스타와 실바는 평소보다 더 넓은 수비범위를 가져가야 했고, 뒷공간은 평소보다 더 넓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전진으로 발생한 실점은 없었기에 결과적으로 중앙수비수들의 전진은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샤비의 결승골 장면. 밀란의 수비진영은 전방의 도움 없이 그대로 메시를 비롯한 바르셀로나의 공격진과 맞닥뜨렸다. 반 봄멜(4)과 아퀼라니(18)가 순식간에 포백과 겹치면서 저지선이 생기지 못했고, 침투하는 샤비를 아퀼라니는 또다시 놓치며 결승골을 허용했다. 하단에 있는 비야의 움직임 때문에 아바테는 움직임이 제한적이었다.


첫 번째는 누캄프에서 제로톱 메시의 모습이고, 두 번째는 산시로에서 우측 공격수로 출전한 메시의 움직임이다. 메시는 밀란의 박스 앞 1.5선에서 공간을 만들어냈다.






후반전 산체스와 페드로의 투입으로 측면을 강화한 바르셀로나. 결승골이 터진 이후부터 부스케츠는 쓰리백과 함께 포백처럼 움직였고 진영은 4-3-3에 가까웠다.

바르셀로나의 밀란 공략 - 공간을 내 마음대로

그렇다면 바르셀로나는 밀란이 후퇴하여 박스에 두텁게 방어진영을 구축했을 땐 어떻게 플레이했을까? 바르셀로나는 밀란의 공간을 자유자재로 조절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밀란의 좌우폭을 좁혔다가 넓혔다가 마음대로 주무르며 수비진의 균열을 일으켰다. 샤비와 메시(추가로 이니에스타까지)라는 희대의 볼키핑의 최고수들을 보유한 바르셀로나는 밀란의 박스 앞에서 오랫동안 볼을 지킬 수 있었고 자연스레 밀란의 포백은 좁혀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포백이 중앙에 쏠리면 언제나 측면에는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이 위치했고, 샤비와 메시는 그들에게 볼을 연결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중앙에서 볼이 전개되더라도 언제나 측면엔 돌아나가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있었고, 잠브로타는 이들의 움직임을 신경 쓰느라 제대로 포백을 유지할 수 없었다.

중앙에서 측면으로 공간이 나지 않을 땐? 언제나 측면으로 볼을 전개했고, 다시 밀란의 포백을 넓게 만들었고 다시 중앙으로 포백을 좁히는 작업을 계속했다. 밀란 미드필더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따라잡는데 다소 둔했고, 왼쪽의 잠브로타는 측면까지 열렸을 때 상대와의 1:1에서 언제나 버거워 보였다. 아바테에 비해 잠브로타의 움직임은 문제가 있었고 바르셀로나의 메시와 티아고는 우측과 중앙을 오가며 공략했고, 티아구 실바는 잠브로타쪽을 커버하기 위해 자주 좌측으로 빠졌고 그 자리는 네스타와 아바테가 간격을 좁히면서 다시 메꿨지만 반대편 공간은 역설적으로 열릴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실점이 이러한 패턴의 본보기였다. 잠브로타의 실수로 오른쪽 측면까지 티아고가 무사히 볼을 잡았고, 수비라인은 넓어졌다. 그리고 메시가 중앙으로 전진하며 다시 포백을 좁혔고 후방의 케이타가 완전히 열린 측면으로 들어가면서 반 봄멜의 자책골로 마무리되었다.

이후 후반전 샤비의 골로 리드를 하면서 위에서 언급했듯이 바르셀로나는 더욱더 넓게 진영을 유지했고, 측면에서부터 밀란을 강하게 압박했다. 메시를 중앙으로 옮기고 좌우로 페드로와 산체를 배치해서 역습 시에도 좀 전보다 더 날카로운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우선 산체스와 페드로가 비야와 세스크보다 수비 시에 더 강한 압박과 활동범위를 가지고 있기에 밀란의 추가적인 측면공격을 무력화시키기 위함이었다. 특히 산체스는 뛰어난 주력과 함께 밀란의 왼쪽 측면 공격을 매우 잘 커버했다.


바르셀로나의 공격방향과 상관없이 슈팅의 대부분이 중앙에서 나온 걸 알 수 있다.







보아텡 - 빛과 그림자

오늘 밀란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를 누구로 꼽을 수 있을까. 여러 차례 선방으로 밀란을 구해낸 아비아티와 전방에서 고군분투했던 이브라도 있겠지만, 보아텡이야말로 가장 빛났던 선수였다. 보아텡은 1에 위치했지만 우측으로 계속해서 빠지면서 밀란의 공격은 마치 쓰리톱처럼 보였는데, 보아텡의 측면공략은 반대편의 호비뉴(파투)에 비해 매우 효과적이었다. 호비뉴와 파투가 드리블에 중점을 둔 것에 비해 보아텡은 쉴새 없이 측면으로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어냈는데, 바르셀로나가 그러했던 것처럼 보아텡 역시 바르셀로나의 쓰리백을 넓게 벌리면서 아비달을 난관에 빠트렸다. 바르셀로나의 공격과 달리 밀란의 슈팅은 좌·우, 중앙 할 것 없이 고르게 나왔는데, 그 이유는 밀란의 목표는 측면에서 바르셀로나의 쓰리백의 뒷공간을 허무는 것이 그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아텡은 우측에서 슈팅공간이 열릴 때마다 빠른 슈팅까지 연결하면서, 팀 내 최다 슈팅을 기록했다.


부스케츠를 마크하는 보아텡. 보아텡이 전진할 경우, 맨 아래처럼 이브라가 부스케츠를 마크했다.

그렇지만 보아텡의 활약은 공격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전방압박 시, 바르셀로나 빌드업의 중심이 되는 부스케츠를 계속해서 압박하면서 바르셀로나가 후방에서 빌드업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부스케츠의 볼 터치는 평소보다 적어졌고, 결국 바르셀로나는 평소보다 빌드업 과정에서 문제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보아텡은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밀란에서 가장 뛰었났던 선수였다. 그러나 보아텡이 만약 1의 자리가 아니라 3의 자리였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계속 드는 경기였다. 1의 자리엔 다른 트레콰르티스타가 위치했을 것이고, 밀란은 공수전환의 속도와 중원싸움, 그리고 공격 시의 창의성 부분과 같은 밀란이 겪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보아텡의 뛰어난 전진성과 피지컬, 넓은 움직임은 지금 밀란에겐 오히려 1이 아닌 3의 자리에서 더 필요한 능력들이다. 보아텡이 만약 3의 자리에서도 이러한 활약을 계속 이어간다면 밀란은 중앙 미드필더들의 세대교체에 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보아텡에 비해 좀 더 창의적인 트레콰르티스타의 기용으로 공격 시에도 더 유연한 공격이 가능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보아텡이 어떻게 성장해 주냐가 밀란의 이번 시즌 목표치 달성에 중요한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바르샤의 빌드업과 3-4-3

이번 바르셀로나의 3-4-3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것은 측면뿐이 아니었다. 빌드업에서도 평소와 비교하면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이는 첫째, 이니에스타의 부재와 위에서 언급한 부스케츠가 상대의 압박에 계속 노출됬기 때문이다. 보아텡을 필두로 밀란의 전방압박이 강하게 들어오면서 부스케츠는 후방으로 밀려나면서 평소만큼 빌드업에 관여하지 못했고, 탈압박이 좋지 못한 케이타와 공격성향이 강한 티아고는 빌드업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샤비 개인에게 주어지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샤비 역시 밀란의 촘촘한 전방압박에 빌드업시 평소와 다른 실수를 범하게 되었다. 이니에스타의 공백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또한, 두 번째 이유로 알베스가 아닌 푸욜이 우측 수비수로 나온 것도 빌드업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었다. 알베스는 단순한 풀백이 아니라 바르셀로나의 측면 페너트레이션과 빌드업, 공격에 굉장한 영향을 미치는 선수다. 알베스대신 출전한 푸욜은 빌드업 진행이나 공격 시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마지막 이유로 피케의 부재다. 펩은 밀란의 빠른 공격수들을 대비하여 다소 느린 피케를 벤치에 앉히고 마스체라노로 대신했는데, 이는 수비할 때뿐 아니라 빌드업에서도 문제를 일으켰다. 샤비와 부스케츠의 빌드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후방에 남아 있는 피케가 전진하거나 측면 쪽으로 벌려주면서 바르셀로나의 빌드업은 이루어지지만, 그러한 피케가 없다 보니 결국 빌드업이 샤비 개인에게 계속해서 의존하게 되었다. 밀란의 진영에서 더없이 완벽한 모습을 보인 샤비가 자기 진영에서는 문제점을 노출한 것도 그 이유였다.

펩이 다시 한 번 3-4-3에 대해 깊게 검토해봐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펩의 3-4-3은 분명 히 매력적인 포메이션이다. 그러나 알베스, 이니에스타, 피케와 같은 빌드업에 중요한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까지 이를 고집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오늘과 같이 상대에게 부스케츠나 샤비가 압박당하면서 고전할 경우,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3-4-3의 뒷공간은 오늘 계속해서 문제점을 드러냈었다. 비야와 메시, 세스크와 같이 중앙지향적인 선수들로 전방이 구성되면 역습 시에 측면을 상대에게 너무 허용할 소지가 크다. 그러면 이들보다 후방에 있는 선수들에게 수비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이번 경기에서 밀란의 역습 시, 좌측은 케이타가 이러한 뒷공간을 잘 막았다고 볼 수 있지만, 우측에서 티아고와 샤비의 전진으로 뒷공간의 푸욜은 후에 산체스가 들어오기 전까지 계속해서 수비에 어려움을 계속해서 겪었다. 샤비나 티아고 모두 후방에 남아서 볼을 지키기엔 선수의 성향과 피지컬적으로 어울리는 선수들이 아니다. 펩의 3-4-3은 반드시 완벽해야만 되는 전술이고, 앞으로 3-4-3의 선수 구성에서 펩은 좀 더 신중해져야 할 것이다.







그가 곧 전술이다 - 이브라와 메시

오늘 양 팀 에이스인 이브라와 메시는 모두 좋은 활약을 펼쳤다. 메시와 이브라 모두 평소와는 다른 플레이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것이 흥미로웠다. 메시는 플랜B라 할 수 있는 3-4-3에 완벽히 적응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계속해서 볼을 중앙과 측면에서 소유하며 밀란의 수비진 사이에서 공간을 만들어냈고, 그 사이로 멋진 패스들을 연결하면서 위협적인 공격 루트를 만들어냈다. 평소만큼 박스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기에 메시에게 결정적인 득점기회는 오지 않았지만 이 날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많은 키 패스(Key Pass)를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영점조절에 실패한 비야와 세스크가 좀 더 컨디션이 좋았다면 밀란 입장에서는 끔찍했을 것이다.



한편, 이브라는 평소와 다름없는 4-3-1-2였지만 전혀 다른 임무를 부여받았고 알레그리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바르셀로나의 압박에 대응하여 밀란은 주로 롱패스를 이용했고 이브라는 평소처럼 볼을 직접 소유하기보다는 포스트 플레이에 주력했다. 특히 피케가 빠진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을 상대로 대부분의 공중볼을 따내면서 밀란의 빠른 역습을 가능하게 했다. 분명히 이브라는 오프 더 볼의 움직임보다 볼을 직접 소유했을 때 진가가 드러나는 선수고, 박스 안에서 경쟁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지만 이날의 이브라는 방금 말한 플레이를 완벽히 실천했다. 이브라의 높이로 밀란의 셋피스는 언제나 위협적이었고 공중볼을 제압한 밀란은 이브라의 포스트 플레이로 박스안에서 수차례의 득점기회를 맞이할 수 있었지만 골까지 연결되진 못했다.

이렇게 감독이 기대하는 여러 가지 모습에 완벽히 부응할 수 있는 선수들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과거 호나우두를 가리키며 Sir.보비 롭슨이 말했던 "그가 곧 전술이다."라는 말처럼 바르셀로나의 메시와 밀란의 이브라히모비치는 스스로 전술 그 자체가 될 수 있는 능력의 에이스들이다.





결론

결과적으로 3 : 2로 바르셀로나가 승리하면서 조 1,2위를 확정 지었고 두 팀은 다른 조의 일부 강팀들과 다르게 남은 리그 일정에 힘을 더 쏟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양 팀 모두 16강 진출이 이미 확정된 상태였기에 수비보다는 공격에 힘을 쏟는 이런 화끈한 경기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원정에서 색다른 라인업으로 3-4-3으로 임하던 펩이나, 높은 수비라인에 익숙지 않음에도 무리하게 올리면서 공격적으로 경기를 임한 알레그리나 둘 다 부담 가는 경기는 아니었다. 만약 8강, 4강과 같은 토너먼트에서 둘이 만났다면 절대 이런 경기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찌 됐든 1위를 확정 지은 과르디올라나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인 알레그리 모두 결과와는 별개로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바르셀로나는 여전히 3-4-3을 활용하기 위한 숙제를 발견할 수 있었고, 밀란은 유럽 무대에서 선전하기 위해 어떤 포지션과 능력이 부족한지 확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오늘 경기를 발판으로 앞으로 어떻게 팀을 발전시킬지 두 젊은 명장의 선택을 지켜보자.







Written by : NeStaMilan (더 많은 글을 읽으시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