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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기/AC밀란

[Serie A] 8R. Lecce 3 - 4 Milan : 전,후반 각각 다른 팀을 상대한 레체

밀란 19(6) 슛팅(유효) 레체 12(6)
밀란 65% 점유율 레체 35%
밀란 83% 패스성공률 레체 74%

이 경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 정말 진부한 표현중 하나지만,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지난시즌우디네세전이 오버랩될 정도로 굉장히 다이나믹했던 오늘 경기는 전반전까지 3 : 0으로 끌려가던 밀란이 결국 교체되어 들어온 케빈 "프린스" 보아텡의 말이 안 나오는 원맨쇼와 예페스의 멋진 결승골로 밀란의 대역전승으로 끝났다. 사실 너무 이른 시간대에 열리는 경기라 그런지 몰라도 밀란 선수들의 집중력이 전반전에 계속 부족함을 느꼇다. 그에 반해 홈 팀 레체는 매우 잘 조직된 경기력을 선보였었고.

디 프란체스코 감독과 선수들이 밀란전을 정말 잘 준비했다는 생각이 드는 경기였다. 수비와 공격 모두 밀란의 빈틈을 정확히 노리고 나왔다. 첫번째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온 골과 두번째 페널티킥은 밀란 선수들의 집중력이 아쉬웠고 세번째 골은 밀란 라인업의 허점을 그대로 노출했던 장면이었다. 전반전이 끝나고 두 명의 선수를 바로 교체했다는 점에서 오늘 라인업에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는지 알 수 있었던 경기였다. 그리고 교체되어 들어온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을 해줬고 특히 보아텡은 교체로 들어와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밀란의 구세주가 되었다.

 

 


<전반전 밀란4-3-1-2 : 레체4-3-2-1>

전반전 - 레체 vs 리그 13위팀


처음 라인업이 공개되었을 때, 다소 의외의 선택이라고 생각됬었다. 보아텡 혹은 아퀼라니, 엠마누엘손이 아닌 암브로시니가 부상에서 복귀해 선발 라인업에 합류했다. 그 외에는 지난 팔레르모전과 같은 라인업을 들고 나왔었다. 이전부터 레체 원정에서 좀처럼 승리하지 못하던 밀란이었기에 갈길 바쁘던 밀란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매치업이였고 이 알 수 없는 불길함은 암브로시니라는 악수(惡手)와 함께 전반전 세 골을 실점하며 정확히 들어맞았다.

 


<지아코마찌를 완전히 놓친 예페스>

일단 채 5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이른 선제골을 먹힌게 밀란에겐 악몽의 시작이었다. 암브로시니의 무리한 반칙으로 좋은 자리에서 프리킥을 얻게 된 레체는 셋피스상황에서 멋진 선제골을 넣었다. 지아코마찌를 마크하던 예페스가 그를 놓쳤고 순발력에서 뒤처진 예페스는 아무런 방해도 못했고 지아코마찌는 가볍게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셋피스 상황은 전력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팀이 앞서는 팀에게 이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중 하나가 아니던가. 레체는 경기내내 셋피스 상황에서 다양한 작전을 이후에도 구사했다.

홈에서 선취골까지 기록한 레체 입장에서는 더욱 수비벽을 단단히 할 수 있게 되었다. 디 프란체스코가 미리 언급했던 것처럼 수비라인을 무리하게 올리지 않고 페널티부근까지 내려서 밀집수비형태를 갖추었다. 그리고 앞선의 4~5명의 미드필더들이 간격을 좁혀 1.5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레체는 전반전 내내 2선과 3선의 간격을 좁히는데 주력했고 공격시엔 전방의 2~3명의 선수들에 의한 역습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이는 밀란의 답답한 미드필더들과 맞물려 전반전 내내 완벽한 경기력을 보일 수 있었다.

 

스트라써는 포백 바로 앞에서 호비뉴의 공간을 틀어막으며 말그대로 밀란의 선수들을 1.5선안에 잠궈버렸다.

 

상단부터 A/B/C/D

A) 레체의 수비라인은 수비라인을 올리더라도, 최전방과의 간격이 멀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미드필더들과 수비라인의 간격은 계속해서 좁게 유지하였다. B) 하프라인 근처까진 허용했지만, 바로 하프라인 아래 자기 진영에 들어올 경우엔 가차없이 좌우에서 압박을 가했다. C,D) 팔레르모전과 비교해보자. 팔레르모의 미드필더들이 허용했던 그 공간을 레체의 미드필더들은 완벽히 틀어막고 있다. 밀란의 미드필더들은 어떠한 지원도 보기 힘들었고(노체리노를 제외한) 최전방의 공격수들은 전반전 내내 고립되있었다.

지난 경기들과 비교해볼 때 밀란의 미드필더들과 수비라인의 간격은 그야말로 최악에 가까웠다. 공격시 소수의 인원으로 공격을 꾸려나가던 레체의 공격수들은 적은 수 였지만 밀란의 미드필더들에게 넓은 공간을 선물(?)받았기에 효율적인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이번 경기에서 밀란의 미드필더들, 그중에서도 암브로시니의 플레이는 재앙에 가까웠다. 동료 선수들과의 위치선정은 계속해서 불협화음을 냈고 레체의 공격수들이 수비진과 맞닥들일 수 있도록 엄청난 공간을 내주었다. 측면에서 아바테가 공격 나가는 그 뒷 공간을 암브로시니는 메웠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그 공간은 레체 선수들의 주요 공격루트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밀란의 미드필더들이 저지르는 실수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이번 경기에서 밀란의 미드필더들의 수비전환은 최악이었다. 선취골을 기록한 레체의 패턴은 단순했다. 2선과 3선을 좁혀 수비라인을 두텁게 한뒤 중앙을 생략한 전방으로의 다이렉트 패싱. 그리고 소수의 공격수들에 의한 역습이었다. 上 후방에서 한번에 날라온 패스를 키핑했다. 현재 1 v 3의 수적 열세를 지니고 있었고 밀란의 수비수들이 이를 막기엔 아무 문제가 없어보인다. 下 그러나 순식간에 5 v 4의 수적우위로 뒤바껴버리게 된다. 레체 선수들 네명이 공격가담할 동안 밀란의 선수들은 겨우 한 명만이 이를 커버하기 위해 달려왔다는 말이 된다.

밀란의 미드필더들은 계속해서 잘못된 위치선정을 보였는데, 上 어느 공간을 막아서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전혀 엉뚱한 공간에 미드필더들이 서 있다. 암브로시니는 이번에도 역시 선수도 놓치고 공간도 허용했다. 下 어설픈 위치선정으로 순식간에 위험상황이 연출되었다. 피지컬 하락세가 심한 암브로시니는 이렇게 공간을 뺏겨버린 뒤에는 어떠한 커버링도 할 수 없다.

 

문제의 세번째 실점장면. 좌측상단) 메스바가 암브로시니의 뒤로 침투하고 있다. 우측상단) 암브로시니가 뒤늦게 이를 마크하기 위해 따라가고 있다. 좌측하단) 그로스뮬러가 공을 잡았고 지아코마찌가 그로스뮬러가 만든 빈 공간으로 침투하고 있다. 역시 암브로시니는 또 놓쳤고 뒤늦게 따라갔다. 우측하단) 완벽하게 마크하던 선수를 놓친 암브로시니. 지아코마찌에겐 슛팅공간이 열렸다.

세번째 실점장면. 계속해서 선수를 놓치는 암브로시니와 예페스의 성급한 태클, 반 봄멜과 안토니니의 미숙했던 볼 처리가 레체의 완벽한 패스&무브와 어우러진 앙상블이었다.

양 팀의 슛팅지점. 좌측이 레체고, 우측이 밀란의 것이다. 레체는 무려 6야드 안에서 8%나 되는 슈팅을 할 수 있었고, 이는 전혀 2선에서 밀란의 선수들이 수비라인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밀란의 저 슛팅기록은 대부분 후반전에 나온 것이다.

시작전부터 돌던 불길함은 결국 삼대영이라는 처참한 스코어로 나타났고, 알레그리는 후반 시작부터 큰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애초부터 더이상 주전으로 나오기엔 폼이 떨어져보이던 암브로시니를 과감히 선발로 내세운 알레그리의 의중은 무엇일까. 아마 주중 챔피언스리그를 뛰었던 아퀼라니와 보아텡의 체력안배를 위한 선택이였던걸로 생각된다. 겨울 이적시장 보강이 되기전까진 한정된 미드필더자원으로 챔피언스리그와 리그를 병행해야 되는 밀란 입장에서는 이러한 로테이션은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홈에서 0승3패로 19위에 처져있던 레체와의 경기였기에 아마 조금 안일한 판단을 한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전혀 예상과는 다른 전개에 알레그리는 당황스러웠을 것이고 전반이 끝나자마자 부진했던 암브로시니와 호비뉴를 아퀼라니와 보아텡으로 바로 교체해버리는 강수를 두었다. 암브로시니의 선발기용은 철저하게 실패로 끝났고 리그에서 더이상 암브로시니가 선발로 나오는 모습은 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레체의 디 프란체스코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경기내용이었다. 평소보다 일찍 열렸던 경기였기에 아이팬들과 가족팬들이 많이 찾아온 홈경기에서 밀란을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도 이 경기의 결말이 이렇게 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후반전 - 레체 vs 리그 챔피언

 

세 골차의 여유와 함께 한껏 기세가 오른 디 프란체스코는 후반전에 다소 변화를 주는데, 밀란의 미드필더들의 기동성이 떨어진 것을 이용하여 좀 더 윗 선까지 압박지점을 올리기로 하였고 팀을 4-4-2로 변형, 하프라인부터 강력한 압박을 시도하였다. 그렇지만 결국 이 판단은 말도 안되는 결과를 후반전에 만드는 요인이 되었고, 4-4-2를 상대로하는 밀란의 4-3-1-2는 역시나 강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후반전이었다.

우선 아퀼라니가 암브로시보다 활동량에서 뛰어나고 공격력에서도 크게 앞선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기에 아퀼라니가 대신 들어감으로서 밀란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굳이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언급할 것은 바로 보아텡의 역할이다. 이번 경기는 보아텡이 1에 위치했을 때 가져갈 수 있는 모든 장점들이 다 드러난 경기라 할 수 있다. 전반전에 보였듯이 호비뉴의 오늘 컨디션은 매우 좋지않았다. 앞선 공격수들과의 연계는 좋았으나 미드필더들의 지원이 부족하자, 결국 스스로 중앙에서 풀어나가려던 호비뉴는 무리한 드리블을 자주 보였고 레체의 미드필더들에게 계속해서 막혔다. 특히 포백 바로 앞에서 중심을 잡고있던 스트라써는 호비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제압했고, 호비뉴는 쓸모없는 공간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호비뉴에게 볼 수있는 안좋은 모습 중 하나가 스스로 무리한 돌파를 시도하거나 볼을 끄는 것인데, 오늘 컨디션마저 좋지 않았던 호비뉴는 계속해서 공격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좌측상단 - 암브로시니 <-> 우측상단 - 아퀼라니
좌측하단 - 호비뉴 <-> 우측하단 - 보아텡

만약 후반전, 레체가 4-4-2로 바뀌면서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이 조금 넓어졌을 때 호비뉴가 어떤 활약을 보였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전반전에 보여준 컨디션으로 추측컨대 좋은 활약을 보였을 것 같진 않다. 그렇기에 알레그리도 보아텡을 교체하는 선택을 두었다. 우선 보아텡이 호비뉴에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점은 굉장히 플레이가 직선적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답답하게 막힌 공간에서는 보아텡의 날카로운 침투가 레체의 수비진을 흔드는데 용이할 수도 있다. 또한 호비뉴에 비해 패스의 정확도나 창의성에선 부족하나 페널티박스 앞에서 시도하는 중거리슛의 파워와 정확도가 날카롭다. 그리고 호비뉴가 밀란에 와서 활동량이 커졌다곤 하나 보아텡의 활동량에는 미치지 못한다. 즉, 보아텡의 가세는 다소 동적인 움직임이 부족한 앞선에 힘과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었고 이는 헐거워진 레체의 수비진을 말그대로 박살내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전반전, 레체의 선취골과 비슷하게 후반전 역시 이른 시점에 셋피스 상황에서 골이 터져나왔다. 다만 이번엔 넣은쪽이 밀란이었을뿐. 카사노에게 쏠린 나머지 보아텡을 완벽하게 프리로 두었고 이를 놓칠 보아텡이 아니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이 장면부터 레체의 수비진과 미드필더들은 하프라인부터 강력한 압박을 보였다. 그렇지만 집중력은 계속해서 떨어지기 시작했고 압박라인만 올라갔을뿐 전반전만큼의 조직력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오히려 4-4-2로 변한 레체의 헐거운 1,5선은 보아텡의 독무대로 바뀌어갔다.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ABCD

첫 골을 실점한 이후부터 레체의 수비라인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압박을 하러 올라간 미드필더들과 수비라인의 간격은 계속해서 벌어졌고 압박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아퀼라니와 보아텡의 가세로 기동력이 올라간 밀란은 전반전과 완벽히 반대로 레체의 페널티박스를 점령해버렸다. A) 레체의 수비라인과 밀란의 공격수들이 바로 맞닥들이고 있고, 압박을 하러 올라갔던 미드필더들은 보이지 않는다. B) A와 마찬가지로 수비라인과 그대로 부딪히는 밀란의 공격수와 미드필더들. 전반전의 상황과 달리 아퀼라니와 보아텡, 노체리노를 비롯한 많은 미드필더들이 공격가담을 함으로서 밀란의 선수들이 수적열세에 놓이는 상황이 나타나지 않았다. C) 밀란의 동점골이 터지는 셋피스 상황. 카사노의 크로스 이후 위치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레체의 미드필더들. 수비라인과의 간격은 벌어졌고 수비가담도 늦었다.  D) 밀란의 역습상황. 역시 압박점을 올린 레체 미드필더들의 복귀가 전반전에 비해 매우 느려졌다. 물론 체력또한 전반과 같지 않을테고.

 


슛팅공간이 열리자, 마음껏 슛팅을 날리는 보아텡. 이 날 보아텡의 컨디션은 최고였다.

 

결론

양 팀 감독들이 전반과 후반전 들고 나온 전술적 판단들은 결과론적으로 둘 다 악수로 팀에 작용했다. 그리고 양 팀 모두 셋피스 상황에서 수비시 집중력이 좋지 못했고 모두 골을 허용했다. 특히 마지막 결승골로 기록된 예페스의 골은 멋졌으나 레체의 수비진은 이미 두 골을 연속으로 허용한 시점부터 제 정신이 아니었다. 레체 입장에서는 아마 전반전과 후반전 각각 다른 팀과 맞붙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아 물론 평소보다 매우 이른 시간에 열린 경기였던 것도 선수들의 컨디션에 꽤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 마디로 이번 경기는 이상한 경기(!)였다.

전술적으로 훌륭하게 맞붙어서 승부가 났다기보다는 양 팀 모두 실수를 저질렀고 다만 이 날 보아텡의 컨디션이 워낙 절정이었다는 점이 차이를 만든 것이다. 확실하게 끝을 낼 수 있는 선수의 유무.. 그것이 결국 승부가 갈린 이유다.

그렇지만 경기의 재미가 반드시 전술적인 요인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이런 경기를 보고 "재미없다" "두 팀 모두 엉망이었다"고 소감을 말할 수 있겠는가. 이래도 저래도 결국 재미있는 경기다. 항상 전술적으로나 모든 선수들이 완벽한 경기를 기대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가끔씩 이런 이상한(?) 경기를 즐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경기를 이긴 밀란과 패배한 레체, 양쪽 모두에게 꽤나 오래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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