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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기/AC밀란

[Serie A] 10R. Roma 2 - 3 Milan : 집중력의 차이가 승패를 가르다.

리그초반에 몰려있던 죽음의 일정과 많은 부상 선수들의 이탈로 인해 챔피언스리그와 달리 밀란은 리그에서 큰 어려움을 맞이해야 했다. 그러나 유벤투스전 패배이후 챔피언스리그 포함 4연승을 기록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 밀란은 어느덧 리그5위까지 치고올라와 연이은 무승부로 멀리 달아나지 못한 유벤투스를 2점차까지 바짝 추격했다. 그리고 유벤투스가 잠시후 인테르와의 더비경기를 앞두고 있던지라, 이번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역전의 가능성 또한 있었기에 이번 로마전은 밀란에게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로마는 주중경기에서 제노아에게 패하면서 팔레르모전 승리이후 다시 기세가 꺽인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기세가 오른 밀란을 상대하는 것은 로마에게 다소 부담스러운 매치업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9위로 중위권에 머물러있는 로마 역시 승리가 절실했다. 유로파에서 탈락하고, 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게된 로마였지만 리그에서의 기복있는 경기력으로 쉽사리 상위권 진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위권 팀들이 잦은 무승부로 차이를 벌리지 못하면서 9위에 쳐져있는 로마였지만 이번 경기에서 승리시 4위권까지 순식간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온것이다.

 

 

전반전

전반부터 양 팀의 팀컬러가 확실히 드러나는 경기였다. 로마와 밀란 모두 4-3-1-2를 들고 나왔지만 서로 지향하는 바가 너무나도 다른 두 팀이었다. 밀란의 4-3-1-2는 전형적인 밀란식 4-3-1-2로 다소 지키면서 역습에 의존하는 밸런스를 중시하는 시스템이라하면, 로마의 4-3-1-2는 변형 4-3-3에 가까운 형태로 매우 공격적이고 볼 포제션을 중시한다. 또한 1에 위치한 트레콰르티스타에게 제로톱의 룰을 맡겨 굉장한 힘을 실어주는데, 오늘 피아니치가 이 역할을 맡았다.

이렇게 다른 스타일의 4-3-1-2가 서로 충돌하였고 경기의 대부분은 하프라인과 밀란의 진영에서 이루어졌고, 로마는 숏패스 위주로 점유율을 늘려간 것에 비해 밀란은 중앙을 생략하는 다이렉트 패싱에 의한 역습이 주된 전술이었다.

로마는 오스발도와 보리니, 피아니치가 전반부터 강하게 밀란의 수비진을 압박했다. 그리고 이러한 압박은 잘 유지되는듯 보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약점이 드러났다. 로마의 이러한 포어체킹(전방압박)이 효과를 발휘할려면 1선과 2선, 3선 각 라인간의 간격이 촘촘하게 유지가 되어야한다. 그럴 경우 상대가 원터치 혹은 드리블로 1차 압박을 벗겨낸다고 쳐도 2차,3차 압박이 연이어 들어오면서 상대 선수의 볼을 빼앗거나 빠른 빌드업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마의 1선과 2선간의 간격은 너무나 자주 벌어졌고 1차 압박에서만 그쳤을 뿐, 밀란의 빌드업을 효과적으로 저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밀란의 노련한 센터백과 반 봄멜은 이를 역으로 이용했고 2,3번의 패스로 쉽게 전방으로 연결했다.

밀란은 평소에 비해 상대의 올라간 라인을 이용하기 위해 롱패스를 자주 시도했는데, 로마 선수들간의 간격이 벌어지자 상대의 압박에도 불구, 쉽게 상대진영까지 넘어갈 수 있었다. 이 날, 알레그리는 수비력이 불안한 타이우대신 노련한 잠브로타를 왼쪽에 배치했고 노체리노 또한 최근 경기에 비해 전방으로의 오버래핑을 자제하며 협력수비에 주력했다. 반대로 아바테의 경우 적극적으로 올라갔는데, 굉장히 전진하는 앙헬의 뒷공간을 아퀼라니와 함께 공략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아바테가 전진하면서 생기는 뒷공간의 위험부담은 감수해야 됬고, 이 날 아바테와 앙헬은 서로 상대의 뒷공간을 공략하기 위해 치열하게 마주했다.


로마의 벌어진 간격과 이를 이용하는 밀란의 공격전개.

그리고 밀란의 이브라와 호비뉴 역시 평소보다 더 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이 잦았는데, 이 역시 매우 전진하는 앙헬과 카세티의 뒷공간을 역습시에 공략하기 위함이었다. 특히 카사노에 비해 호비뉴는 빠른 스피드로 뒷공간이 열려있을 때 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인데, 최근 폼이 좋은 카사노를 과감히 제외하고 호비뉴를 공격수로 택한 것은 알레그리의 이번 경기에서의 의도를 알 수 있는 선발이었다.

그렇지만 밀란의 역습 또한 번번히 로마의 수비진에 막히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양 팀 모두 자신들의 색깔만 드러내고 있던 전반 17분, 우측에서 아퀼라니의 얼리크로스는 이브라의 머리에 명중했고, 이브라는 보기드문 헤딩골로 선취골을 기록했다. 이 날 로마 수비진의 맨마킹은 최악이었는데, 모든 실점장면에서 상대 선수를 마크하지 못해 전부 크로스에 의해 골을 허용한 것이다.

아, 로마 뿐 아니라 밀란 역시 좋지 못했다. 밀란은 셋피스 상황에서 계속해서 상대 선수를 놓치면서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 로마의 동점골 역시 10분뒤 코너킥 상황에서 부르디소가 잠브로타의 마크를 따돌리고 기록했다. 그러나 더욱 좋지 못한 쪽은 로마였고, 놀랍게도 2분 뒤, 역시 코너킥 상황에서 네스타가 추가골을 기록하며 2-1로 앞서나갔다. 특히 네스타가 점프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네스타를 마크하지 않고있던 장면은 얼마나 로마의 수비진의 맨마킹이 최악이었는지 말해주는 장면이다.

이후 보리니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보얀이 들어온 것과 반 봄멜이 무리한 반칙으로 옐로카드를 받은 것이 주목할만한 상황이었고 전반전은 이렇게 양 팀의 불안한 셋피스 수비에 의한 골들로 1-2로 끝이 났다.

 

후반전

후반전이 시작되고 로마의 공격패턴이 바뀌었다. 계속해서 측면으로 빠지던 오스발도와 보얀이 중앙으로 적극적으로 들어오면서 피아니치와 함께 밀란의 1.5선을 공략했다. 계속해서 측면에서의 카테나(△ 트라이앵글 진영)를 형성, 공략하던 로마의 공격수들은 반 봄멜이 경고를 받은 상황에서부터 어느정도 바뀌기 시작했고 후반전에 들어가자 더욱 확실해졌다. 밀란이 자기 진영에 어느정도 대형을 갖춘 상황에서는 역시 측면에서의 카테나로 우위를 점하는 것을 노렸으나 역습시나 밀란의 진영이 갖추어지지 않을 경우 과감하게 중앙을 공략했다. 이는 거친 플레이의 반 봄멜이 경고카드를 받은 것을 이용하기 위함이었는데, 경고카드를 받은 상황에서 반 봄멜이 로마의 기동성있는 미드필더들을 이전처럼 마크하는 것에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역습시의 반봄멜은 피아니치를 비롯한 로마의 선수들을 막는데 어려움을 나타냈다.


밀란의 압박에도 불구, 조직적인 빌드업을 만드는 로마

밀란의 대응은? 전방의 이브라와 호비뉴, 보아텡은 로마의 수비진에게 적극적으로 포어체킹을 시도했다. 물론 밀란의 기본 시스템은 하프라인 아래에서 지역방어를 유지하면서 역습을 노리는 것이었지만. 그러나 전반부터 후반전까지 박스 근처(!)까지 내려와서 수비하는 이브라의 모습은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이었고 알레그리가 공격수들에게 수비가담을 요구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밀란의 포어체킹은 적극적으로 측면 수비수들에게 이루어졌는데, 수비에 전념했던 잠브로타와 달리 아바테는 아퀼라니와 함께 적극적으로 앙헬을 공략했다. 그러나 밀란의 포어체킹은 밀란의 선수들에게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고 로마 역시 빌드업에 있어서는 크게 문제점을 전혀 드러내지 못하였다. 그렇기에 간간히 밀란의 포어체킹이 측면에서 자주 나왔지만, 주요 전장은 여전히 밀란의 진영이었다.


후반전 로마의 진영

로마의 공략과 밀란의 역습이 적절하게 버무러지던 후반, 급한쪽은 홈팀 로마였고 로마는 가고를 빼고 라멜라를 투입하면서 4-3-1-2에서 4-3-3(4-1-2-3에 가깝게)으로 전환되었고 더욱 몰아치기 시작했다. 라멜라가 투입되자 알레그리 역시 부진했던 보아텡대신 엠마누엘손을 투입했다. 확실하게 로마가 몰아붙였지만 밀란은 박스안을 두텁게 지켰고 오히려 그라운드를 넓게 쓰면서 간결한 롱패스로 위험스러운 역습장면을 연출했다. 그렇게 진행되던 경기는 77분, 로마의 수비진이 문제를 일으켰다. 마찬가지로 코너킥 상황에서 연결된 공격기회에서 아퀼라니의 크로스를 허용했고 이브라가 또다시 헤딩(!)으로 결승골을 기록했다. 이브라의 앞 뒤로 데로시와 앙헬이 위치했지만 아무도 이브라의 헤딩을 방해하지 못하고 그냥 지켜봐야만 했다. 이후, 경기 막판 밀란 수비진의 집중력 저하와 라멜라의 멋진 드리블이 만든 보얀의 골에 그나마 로마는 위안을 삼아야했다.

이 날 기록들을 통해 경기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

 

기록과 통계

좌측이 로마의 기록이고, 우측이 밀란의 기록이다. 패스숫자와 롱볼의 비율에서 양 팀의 오늘 들고나온 전술의 성향이 어떠했는가를 말해주고 있다.

로마 23(9) 슛팅(유효) 15(4) 밀란
로마 57% 점유율 43% 밀란
로마 84% 패스성공률 78% 밀란
로마 0 오프사이드 6 밀란

밀란은 6개의 오프사이드를 범했고 로마는 하나도 기록하지 않았다. 밀란은 하프라인아래에서 수비라인을 내렸고, 로마는 라인을 높이 올리고 오프사이드 트랩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패스성공률과 점유율에서도 밀란을 앞서며 중앙에서 그들이 의도하는대로 풀어간듯 보인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23개의 슛팅중 유효슛팅이 9개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밀란은 단 4개의 유효슈팅으로 세골을 뽑아냈고, 로마는 9개중에 2골을 성공시켰다. 물론 이 날 아비아티는 결정적인 세이브를 연달아 기록하며 로마 공격수들을 좌절시킨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로마 공격에 문제도 있었다.

상 - 두 명의 공격수들은 밀란의 센터백들에게 마크당하고 있고 주위의 공격가담이 늦다. 결국 밀란의 선수들의 수비전환이 먼저 이루어졌고 중앙의 공간은 죽은 공간이 되버렸다. 결국 피아니치는 확률이 떨어지는 중거리슛을 시도할 수 밖에 없었다.

하 - 역시 밀란의 수비전환이 빠르다. 공격수들은 좌우로 밀란의 선수들에게 마크당하고 있고 피아니치가 패스할 공간은 없어지고 바이탈존(박스 정면)을 벗어나 측면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될 시, 활발한 측면과는 달리 중앙에서 박스까지 전진해서 패스를 이어줄 선수들의 가담이 적다. 공격수들의 움직임뿐 아니라 미드필더들의 전진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올 시즌 로마가 드러내는 문제점. 측면에서의 카테나는 매우 잘 이루어지고 있다. 전방 또한 나쁘진 않다. 다만 중앙 미드필더들간의 카테나(파란 라인) 형성은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앞으로 로마가 반드시 수정해야할 모습이다.

 

 결론

밀란은 이 날 승리로, 아직 라치오가 경기를 치루진 않았지만 3위까지 순위가 상승하였고 연승행진을 이어갔다. 앞으로의 남은 경기가 초반에 비해 수월한것을 감안할 때 밀란의 상위권 진입전망은 밝을 것이다.

다만, 이 날 밀란은 승점 3점을 얻는대신 많은 출혈이 있었다. 우선, 노체리노가 경고를 받으며 다음 경기 출장이 금지되었다. 그리고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심의 판정으로 보아텡과 알레그리가 각각 벤치퇴장을 당해 다음 경기에 결장하게 되었다. (다만 보아텡과 달리 알레그리의 경우,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정확히 결장여부를 알 수 있을것 같다.) 경기내에선 승리했지만 경기외적으론 너무나 깊은 상처였다.

로마는 이 날 패배로, 13위까지 순식간에 추락해버렸다. 더비전 패배를 포함하여 최근 5경기에서 2승3패라는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게 되었다. 엔리케로선 다음 경기 일정이 최하위권의 노바라와 레체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인데, 반드시 이 두 경기에서 모두 승점 6점을 얻는것이 필요해졌다.

그렇지만 이번 경기의 승패를 차치하더라도  로마는 어이없는 수비불안과 확실한 공격 마무리의 부족, 중앙 미드필더들의 라인문제와 같이  굵직굵직한 문제점들이 부각되었는데, 이는 밀란과의 경기 그 이전부터 보여지던 것이다. 앞으로 시즌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로마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반드시 빠른 시일내에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로마를 좌절시킨 아비아티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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