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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기/AC밀란

[Serie A] 9R. Milan 4 - 1 Parma : 노체리노 !



레체와의 대역전승으로 한껏 고무된 분위기를 산시로까지 이어온 밀란과 홈에서의 아틀란타전 패배하고 산시로 원정까지 오게 된 파르마의 분위기는 대조적이었다. 밀란은 주말에 있을 로마전을 대비하여 반 봄멜과 네스타에게 휴식을 주고, 돌아온 캡틴 암브로시니와 보네라를 선발로 내세웠다. 



전반전

전반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양 팀의 공격은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양상이었다. 파르마 선수들의 두터운 수비라인에 밀란의 공격은 문전까지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이브라와 카사노는 박스 바깥까지 더 많이 나와서 플레이할 수 밖에 없었다. 파르마 역시 빌드업은 간결하게 이루어졌으나 문전앞에서의 슛팅까지 연결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다소 의외의 상황에서 첫 골이 터졌다. 29분 이브라쪽으로 한 번에 연결된 롱패스를 이브라가 이를 키핑해서 박스안으로 패스했는데 달려오던 노체리노가 그대로 밀어넣으며 선취골을 기록했다. 밀란의 공격선수는 이브라, 카사노, 노체리노 단 세명뿐이었으나 파르마의 박스근처엔 6명의 선수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로 이러한 골을 먹는다는 것은 분명한 문제였다. 지난 레체전은 보아텡, 이번엔 노체리노였을까? 2분뒤 마찬가지로 박스안을 파르마의 수비진이 두텁게 지켰지만 이를 뚫어낸것은 노체리노의 기습적인 중거리슛이었다. 2 : 0. 밀란의 공격력은 아쉬웠지만 노체리노의 컨디션은 최근 최절정에 다다랐다.

파르마의 수비상황에 비해 공격은 제법 잘 이루어졌다. 4-4-1-1에서 1에 위치한 지오빈코는 수비시에도 최전방에 남아 파르마의 빠른 역습을 지휘했으며 특히 발이 느린 암브로시니가 위치한 포백 앞의 공간에서 마음껏 패스웍을 시도했다. 파르마가 잘한 것은 딱 거기까지 였다. 스코어를 생각치않고 볼때 빌드업의 깔끔함이나 스피드면에서 외려 파르마가 앞섰다고도 볼 수 있을 전반전이었다. 발데스는 좌측으로 빠져주며 계속해서 모데스토, 지오빈코와의 트라이앵글을 만들어냈고 지오빈코는 우측에서 발리아니와 빌드업을 전개했다. 그러나 박스안으로 들어가야 될 선수였던 발데스는 너무 자주 밖으로 내려왔고(아니 보네라에게 밀려났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파르마의 공격시에 박스안에 들어가있는 선수는 보기 힘들었다. 

파르마의 측면에서의 빌드업은 밀란을 상대로 매우 효과적이었으나 공격의 효율에 있어선 따라주지 못했다. 파르마는 결국 대부분의 슛을 박스 바깥에서의 중거리슛팅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고 이 마저도 대부분이 골대를 벗어났다.



밀란의 50%가 넘는 슛팅은 박스근처에서 이루어졌지만, 파르마가 기록한 슛팅의 무려 90%는 박스 바깥에서 기록한 것이다.



암브로시니 효과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북경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에 토네이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이론으로 카오스이론을 나타내는 단어다. 갑자기 왠 나비효과타령이냐고 물을수도 있겠지만, 오늘 밀란의 경기가 이와 비슷했다. 반 봄멜을 대신하여 선발로 오랜만에 나온 암브로시니의 투입은 밀란의 모든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파르마 선수들의 압박이 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후방에서 시작되는 밀란의 빌드업은 매우 느리고 힘들어보였다. 센터백들 앞에서 위치를 잡아주며 미드필더와 수비라인간의 축으로서 빌드업을 수행해야 될, 아니 해야만 했던 암브로시니는 포지셔닝에서 계속 동료 선수들과 불협화음을 만들어냈고 실바와 보네라는 다른 패스공간을 찾아다녀야 했다.

그리고 아퀼라니는 이번 경기에서 상대진영으로 전진하기 보다는 암브로시니와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후방에 남아서 패스를 공급했다. 이 날 아퀼라니가 기록한 롱패스는 12개로 평소에 비해 1.5배~2배가량 늘어난 수치였다. 전진하지 않고 주로 하프라인 근처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롱패스의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움직임에 변화가 일어난건 아퀼라니만이 아니었다. 보아텡 역시 평소에 비해 더 많이 내려와야만 했다. 노체리노는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으로 필드를 종으로 마음껏 휘저었지만, 보아텡은 암브로시니와 아퀼라니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더 내려와야만 했다. 

이렇게 전방으로 올라와야 될 미드필더들이 내려가다보니, 파르마의 진영에서 이브라와 카사노는 고립될 수 밖에 없었고 계속 후방으로 내려와야만 했다. 파르마의 공격이 부족했던 이유처럼, 밀란 역시 전반전에 공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가 박스안으로 들어오는 선수들의 수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1. 레체전 아퀼라니의 움직임 2. 파르마전 아퀼라니의 움직임 3.레체전 보아텡의 움직임 4.파르마전 보아텡의 움직임
레체전에 비해 보아텡과 아퀼라니가 얼마나 넓게 활동범위를 가져갔는지 보이는가.



후반전

후반전이 들어오고, 파르마의 대처방안은 라인을 올리는 것이었다. 암브로시니의 빌드업이 불안한 것을 노리고 더 타이트하게 라인을 올려 전방부터 압박을 하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부진했던 발리아니를 비아비아니와 교체하여 팀의 공격에 스피드를 올리려 했다. 그렇지만 이것이 되려 화근이 되었다. 전반전에도 문제를 보였던 포백라인의 움직임은 후반전 역시 계속해서 문제를 노출했다. 전방의 라인이 올라갔지만 후방에 남은 수비라인의 전진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고 결국 파르마의 공수간격은 매우 넓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후방에 있던 밀란 선수들의 패스 한 두방에 바로 카사노와 이브라까지 연결됬고 밀란의 공격은 전반전에 비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파르마의 압박이 올라오자, 알레그리도 곧바로 대처했다. 전반전부터 많이 뛰었던 아퀼라니를 엠마누엘손과 교체해주었는데 여기서 재미었었던건 엠마누엘손을 1의 자리로 올리고 보아텡을 아퀼라니의 위치로 내린 것이었다. 아퀼라니에 비해 투박하지만 더 역동적인 움직임이 있는 보아텡은 암브로시니의 부족한 활동반경을 커버해주고, 역습시 더 빠른 전개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엠마누엘손은 보아텡보다 드리블능력이 뛰어난 점을 감안할 때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역습에 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보아텡이 들어가고 잠시 뒤 추가골이 나왔다. 이 세번째골이 파르마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장면이다. 타이우의 롱패스가 바로 카사노에게 연결되었고 카사노는 이를 깔끔하게 헤딩으로 이브라에게 전달했다. 순식간에 수비라인이 무너진 파르마. 이브라는 마크하던 펠쳐와의 볼경합에서 승리한뒤 깔끔하게 키퍼와의 1대1상황에서 추가골을 기록했다. 파르마의 문제점이었던 공수간격,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모두 드러난 장면이다.

3 - 0의 스코어가 나오자 밀란은 특유의 여유로운 플레이로 볼 점유율을 늘려갔고 대부분의 선수들이 내려왔고, 파르마의 경기는 더더욱 어려워졌다. 다만 경기내내 불안하던 타이우가 결국 결정적인 미스로 비아비아니에게 빼앗겻고 지오빈코가 이를 마무리하며 만회골을 기록한것이 파르마에겐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물론 인저리타임때 터진 노체리노의 해트트릭이 일어나기 전까지말이다.




밀란의 후반전 진영.


중미 보아텡과 노체리노

이 날 노체리노의 경기력은 완벽했다. 전반전에도 이브라히모비치와 함께 유일하게 공격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던 노체리노가 결국 자신의 생애 첫 해트트릭을 기록하였다. 최근 노체리노의 경기력은 언제부터일까. 바로 좌측에 위치하면서였다. 노체리노는 우측에 비해 좌측에서 뛰는것이 더 잘 맞았고 우측에 있을 때 자주 호흡을 맞추던 아바테, 카사노에 비해 좌측으로 자주 빠지는 이브라와 좋은 호흡을 보였다. 사실 우측에 있을 때부터 노체리노의 활동량은 엄청났다. 전반전부터 경기후반전까지 쉬지않고 하프라인을 오고가며 움직이는 모습은 충분히 선보였다. 다만 동료들과의 호흡문제라던가, 공격시에 나오는 잘못된 위치선정등은 굉장히 비효율적이었다. 하지만 노체리노가 좌측으로 옮기면서 팀원들과의 움직임도 매우 좋아졌고 공격가담 역시 굉장히 날카로워졌다. 공격도 날카로워졌고 그 미친 활동량으로 피지컬이 부족한 잠브로타나 수비력이 부족한 타이우,안토니니까지 잘 커버링하면서 좌측 수비수들의 오버래핑도 활발해진 것은 보너스였다.

이미 보아텡이 작년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했을 때부터, 보아텡의 중미전환 얘기는 나오고 있었다. 보아텡의 장점인 활동량과 특유의 폭발력(박스투박스에 최적화된..)등은 외려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해 보였다. 그리고 지난 1년간의 시행착오끝에 이번시즌엔 중미 보아텡의 변신은 작년에 비해 나아진듯 했다. 후반전부터 중앙으로 내려온 보아텡은 공격력이 부족한 보네라를 대신해 앞으로 전진할 줄도 알았고, 암브로시니의 커버링을 도와 수비를 할 줄도 알았다. 움직임이 좋아진것이다. 사실 보아텡은 1에 위치했을 때 장단점이 확실한 선수다. 1에 위치하기엔 좋지않은 패싱력, 투박한 테크닉. 그러나 뛰어난 피지컬을 이용한 폭발적인 움직임. 넓은 활동량... 오히려 이런 그의 능력을 생각할 때 밀란입장에서는 1의 보아텡보다 3의 보아텡이 더 맞아보이는게 사실이다. 거기다 밀란이 필요로하는 3의 선수이기도 하고.. 파르마전의 후반전은 이미 승부가 갈린 시점이었고 선수들의 의지도 그 전에 비해 낮아졌기에 사실 보아텡의 중앙미드필더역할이 완벽했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분명히 움직임면에서 발전을 보였고 이는 좋은 징조다. 아마 보아텡의 중앙 미드필더화는 이번시즌 내내 시도될 것이다.



결론

전반전 빌드업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다소 답답한 공격을 펼치던 밀란은 파르마 수비진의 부족한 집중력으로 의외의 골들을 만들어내며 쉽게 경기를 이끌어갔다. 또한 두 경기 연속으로 미드필더에서 해트트릭이 나왔다는 점이 주목할만한데, 미드필더들의 컨디션이 어느정도 본 궤도에 올라왔음을 의미했고 시즌전에 알레그리가 언급했던 "미드필더들의 득점력이 필요하다"는 말에도 부응하는 좋은 결과였다. 거기다 부상에서 복귀해 좋은 모습을 보인 실바와 휴식이 필요했던 네스타&반 봄멜없이도 대승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경기내외적으로 모두 만족할만한 경기였다. 이로서 밀란은 주말에 있을 로마전을 앞두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파르마 입장에서는 전방 공격수의 움직임이 아쉬웠다. 파르마가 올 시즌 기록한 10골중 6골이 지오빈코에게 나왔고 나머지 선수들은 각각 1골씩에 그쳐있다. 이마저도 미드필더들의 골기록이다. 즉, 지오빈코까지 볼이 연결은 되지만 페너트레이션에서 마무리가 되지않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결국 공격수들의 분발이 필요하고, 지오빈코와 공격수들간의 연결을 어떻게 연결시키는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