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좋은데 저렇게 튀어 나오면 너무 불안하지 않나."

"왜 이렇게 얄밉지? 비매너 플레이만 안하면 좋을텐데."

"와... 저걸 어떻게 막아?!"

 

 

등등 ... 아무리 인기와 안티는 비례한다지만, 포지션 특성상 필드 플레이어에 비해 주목받기 어려운 골키퍼인데 불구하고, 요 근래 이만큼 스타성 높은 선수는 없었던 듯 하다. (좋게 말하면 스타성이고, 뭐 나쁘게 표현하자면 어그로(논란을 이끌어내는 행위)를 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숱한 화제를 뿌리고 다니는 현 바이에른 뮌헨과 독일 대표팀의 부동의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의 이야기다.

 

어제 있었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8강 프랑스 : 독일의 경기 마지막 인저리 타임, 벤제마의 회심의 슛팅을 동물적인 반응속도(진부한 표현이지만, 이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미사여구가 없다)와 함께 한 손으로 막아내고, 벤제마가 고개를 떨구는 마지막 장면은 전세계 팬들에겐 매우 인상적으로 남았을 것이다. 어디 이뿐만인가. 16강 알제리전에선 말그대로 그라운드를 혼자 뛰어다니면서, 최후방 수비수 역할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팬들과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기도 했다. 물론, 여기서 그치면 노이어가 아니겠지. 역시나 졸렬한(?) "공뺏어서, 시간끌기" 스킬까지 시전하면서 "이 구역의 미친 놈은 나야" 외쳤다.

 

노이어를 평소 접하지 못하고, 이번 월드컵을 통해 제대로 보게 된 팬들에겐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주는 노이어의 퍼포먼스와 기행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중계중에도 노이어의 그러한 성향을 비판(?)적으로 보시는 해설 멘트도 있었다. 노이어를 원래 분데스리가나 챔피언스리그에서 봐왔던 팬들에겐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을텐데, 새삼 노이어의 이러한 모습이 요 근래 화제로 떠오르는 것 같아, 그냥 이번 글은 두서없이 최근 노이어의 퍼포먼스에 대한 주저리 주저리.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8강전에서 가장 결정적이었던 순간

 

"단지 반사적으로 나온 행동이었을 뿐." 

- 경기 후 인터뷰, 마누엘 노이어

 

 

 

<의식의 흐름 주의!>

 

 

잡담1. 현 세계 최고의 골키퍼 .. No.1

 

먼저, 솔직하게 말해서 난 노이어를 좋아하지 않았다. 샬케 시절엔 챔피언스리그 몇 경기와 간간히 올라오는 하이라이트를 제외하곤 제대로 본 적도 없었기에 평가를 내리기도 애매했지만. 노이어가 제대로 전 세계에 이름을 각인시킨, 경악스러웠던 2010-11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vs 맨유 전을 보는 그 당시까지도 역시 노이어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정하지 않았다는게 더 맞겠다. 크게 골키퍼들을 쉽게 분류할 때, 반사신경에 특화되어 뛰어난 세이브를 보여주지만, 기본적인 볼 핸들링이나 수비라인 조절 등에 취약한 선방형 키퍼와 놀랄만한 선방은 별로 보여주지 못해도, 안정감을 주 무기로 묵직한 기본기를 보여주는 '안정형' 키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둘을 모두 갖춘 키퍼들은 전세계적으로 몇 없는 월드클래스 키퍼들일테고. 그래서 보통 '선방형 키퍼'들은 그 화려함 때문에 쉽게 주목받고, 또한 쉽게 잊혀지는 반면에, '안정형' 키퍼들은 꾸준함으로 대기만성형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뭐, 이야기가 조금 빗나갔는데, 어찌되었든 중요한 것은 당시 노이어는 물론 좋은 키퍼지만, 그저 2~3시즌 정도 짧게 전성기를 유지할 '선방형' 키퍼라고 생각했고 그의 과감한 전진이나 기행(?)의 화려함이 평가에 있어 거품을 끼게 만드는 요인이라 보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키퍼는 두 명이 있다. 그 둘을 모두 좋아하지만, 한 명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이케르 카시야스를 꼽는다.(궁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머지 한 명은 쟌루이지 부폰이다. 그래, 인정한다. 내가 욕심이 조금 많다) 그래서 그랬을까. 뭔가 내겐 언제까지나 카시야스와 부폰이 최고니까, 다른 애들은 인정 못 한다는 꼰대적 마인드가 박혀있었나 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노이어가 그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미친 활약 덕에 이듬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고 하인케스와 만나 전성기를 구사하며, 승승장구 하는 순간까지도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내까짓게 인정 하니 안하니 해도 아무런 영향은 없다. 당시 샬케에서 뛰던 재능있는 독일 최고의 키퍼에서, 뮌헨 이적후 노이어는 독일을 넘어 세계 최고 키퍼 중 한 명으로 당당히 인정받았다. ) 그런 노이어가 내게 이래도 인정 안 할테냐?고 마치 시위라도 하듯,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인 경기가 있었으니 바로 2011/12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였다. 1,2차전 내내 뛰어난 선방능력과 마치 곰을 연상시킬 정도로 골대를 가득채우는 노이어의 아우라는 실로 굉장했고, 그런 퍼포먼스에 방점을 찍었던 게 바로 승부차기었다. 승부차기에서 카시야스와 노이어 모두 2개씩 막으며 본인들의 클래스를 증명했지만, 그 경기에서 내게 더 강한 인상을 줬던건 노이어였다. 내가 인정하지 않던, 외려 좋아하지 않던 녀석이 포효하면서 1번 호날두와 2번 카카의 킥을 연달아 막을 때의 아우라는 충격 그 자체였으니까. 

 

 

 

 

충격과 공포... 

2:0까지 몰렸을 때의 심정은 호날두 표정이 내 표정

 

 

그래... 그 날의 경기가 그랬다. 비록 결승전에서 어이없이 첼램덩크의 산왕이 되어 장렬하게 콩이 되었지만, 이 날 노이어가 준 잔상은 오래 남았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네가 세계최고의 골키퍼라고. 나만 몰랐지, 이미 노이어는 2010년을 기점으로 부폰과 카시야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물론 이미 전설로 남아 기록될 부폰과 카시야스지만, 그들이 정점에서 내려와 전성기만 못한 모습을 보이는 요 몇 년 동안에도, 노이어는 여전히 정상의 자리에 군림하고 있고, 그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몇 년간 더 자신의 시대를 이어갈 것이다. 물론 노이어 외에도, 00년 말부터 지금까지 뛰어난 키퍼들은 있었다. 체흐, 세자르, 조 하트, 바이덴펠러, 발데스부터 이번 시즌의 쿠르트와 , 나바스까지... 하지만 매 년, 세계최고의 키퍼를 논할 때 여러 후보들이 언급되지만, 언제나 손가락안에 꼽히는 선수는 노이어가 거의 유일하다. 마치 부폰과 카시야스가 전성기적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이번 월드컵이 더 기대된다. 2002년 올리버 칸의 수상 이후, 부폰 - 카시야스가 차례로 야신상(골든글러브)을 수상하면서, 마치 <야신상 = 역대급 키퍼>들의 공식처럼 굳어지고 있다. 이들을 이어 현 세계최고의 골키퍼로 불리는 노이어가 전세대 레전드들을 따라 야신상을 수상할 수 있을지 너무나 궁금하다. 노이어가 현재 8강까지 보여준 경기력으로 봐선,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경쟁자는 아무래도 나바스...? 하지만 8강에서 코스타리카가 탈락한 이상, 노이어가 조금 더 유리한건 사실!)

 

 

 

 

Yashin Award  :  Oliver Kahn - Gianluigi Buffon - Iker Casillas -    Manuel Neuer ?

 

 

 

 

잡담2. 스위퍼 - 키퍼.. 미래형 골키퍼? 

 

원래 뮌헨 경기를 종종 챙겨보는 축구팬들에게 노이어는 이미 너무나 유명한 캐릭터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제대로 풀경기를 보게 된 사람들에겐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최고의 경기는 바로 16강 독일과 알제리의 경기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그 경기 독일은 라인을 계속해서 하프라인까지 올렸고, 알제리의 투박하지만 빠른 역습에 시종일관 괴롭힘을 당하는 경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무실점으로 90분동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최후방 수비수를 연상시킬 정도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필드를 종횡무진 누비던 노이어의 존재 때문이다. 중계중에 여러 차례 해설가들도 노이어의 플레이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그 날 경기의 노이어는 깔끔 그 자체였다. 과감하게 튀어나오는 판단력과 그 판단력을 가능하게 하는 사기적인 신체능력, 그리고 깔끔한 태클 능력과 볼 컨트롤까지. 그야말로 골키퍼라는 포지션에서 뛰기엔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런건지 몰라도 급속도로 퍼진 용어가 있다. 바로 스위퍼-키퍼(Sweeper-Keeper)다. '쓸어담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일반적인 센터백 뒤에서 자리를 지키던 최후방 수비수를 지칭하던 스위퍼와 골키퍼의 합성어로 최종 수비수 역할을 하는 골키퍼를 뜻하는 말이다. 물론 지금 노이어를 설명하는 말로, 이보다 더 어울리는 표현은 없다. 하지만 스위퍼-키퍼와 노이어 대한 잘못된 오해 역시 생겨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노이어와 스위퍼-키퍼를 둘러싼 두가지 오해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다. 

 

 



16강에서 노이어의 59회의 볼터치중 21회가 무려 박스 바깥이었다. 

  

 


"노이어는 수비수 뒤에서 뛸 수 있다. 필드 플레이도 가능하다. 클린업과 무브업이 가능한 완벽한 선수."
- 요한 뢰브, 독일 감독 (프랑스와의 8강을 앞두고)

 

 

 

 

Q. 노이어가 스위퍼-키퍼의 창시자? 

 

간혹 커뮤니티를 돌아다니거나 일부 댓글을 보게 되면, 노이어를 가리켜 스위퍼-키퍼의 개념을 창시했다는 식의 글을 볼 때가 있다. 이에 대해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아니다." 가장 가까운 골키퍼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노이어만큼 기행으로 유명했던 레이나, 바르셀로나의 빅토르 발데스부터 시작해서 아약스 시절부터 크루이프즘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반 데사르, 스콜피언킥으로 유명한 이기타, 노이어의 우상이었던 옌스 레만 등등... 스위퍼-키퍼의 계보를 잇는 많은 골키퍼들이 있었다. 즉, 전혀 새로운 개념의 창시가 아니라는 거다.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전술적으로 일찍부터 골키퍼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실제로도 스위퍼-키퍼라는 개념을 적극 활용했던 국가다. 크루이프즘의 대표적인 변태 전술인 3-3-3-1(3-4-3)에서 골키퍼는 빌드업의 시작으로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즉, 노이어의 플레이 스타일은 스위퍼-키퍼를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이라 봐야하며, 그의 특이한 성격(기행20)에 비추어 볼 때,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을 입은 셈이다. 노이어가 전진해서 하프라인에서 헤딩을 하고, 가끔 드리블을 하는 것은 그의 말그대로 기행(상황상 발생하는)인 것이지. 이것을 노이어의 일반적인 역할과는 구분해야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알제리전 노이어의 히트 맵. 

 

"라인을 당겨 모두가 앞으로 전진한다면, 추가적인 수비수가 필요해진다. 

따라서 골키퍼는 필드 플레이도 잘 할 필요가 있다."

- 요한 크루이프

 

  

 

Q. 스위퍼-키퍼야 말로 미래형 키퍼. 골키퍼의 최종진화형이다? (노이어는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답은 글쎄... 굳이 말하자면 아닐 것이라는 데 한 표. 노이어 그 이전부터 이미 스위퍼-키퍼 유형은 있었지만, 결국은 골키퍼 포지션에 있어 스타일의 차이로 나뉠 뿐이지. 결코 이것이 모든 키퍼들에게 강요될 정도로 대표적인 형태로 발전하리라 보지 않는다. 라인을 올렸을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라인을 내렸을 때 제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들이 있다. 필드 플레이어들을 예로 들더라도 비아스-보아스가 첼시에 부임하던 시절, 극단적으로 라인을 올려 플레이 하는 바람에 수비라인이 전부 내내 적응 못하고 삽을 퍼던 사례가 있다. 키퍼로서도 마찬가지. 굳이 라인을 내린다면 그러한 전진성보다는 오히려 안정감이 더 필요로 할테니까. (이 말이 노이어가 안정감이 부족하다던가, 라인을 내렸을 때 못한다거나, 혹은 선방이 부족하다는 말로 왜곡하지 않길 바란다. 다들 그 정도 독해 능력은 있잖아...)


노이어는 정말 희귀한 케이스다. 사기적인 신체능력 덕분에, 과감하게 전진하고 태클하고, 뛰어나갈 수 있다. 물론 그걸 계산할 수 있는 놀라운 판단력이 받쳐주니까 가능한거겠지만. 하지만 이런 화려한 노이어의 플레이 스타일도 결국은 위험성이 자연스럽게 수반된다. 과거 샬케 시절, 스탄코비치에게 허용한 장거리 슛팅이라던가, 13/14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레알마드리드 선수들을 상대로 과감하게 전진하다가 어처구니 없이 실점할 위기를 초래했다던가 등등... 결국 골문을 비우고 나오는 거니까 굉장히 위험성이 내포된 플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성을 감내할 필요가 없는 팀에선 사족이 될 수 있겠지만, 바이에른 뮌헨(펩)과 같이 극단적으로 라인을 올리는 팀이니까 더 빛이 날 수 있는거라 생각한다. 즉, 노이어의 능력은 능력일 뿐이고, 결국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전술의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게 내 생각. 즉, 이것은 노이어만의 케이스일 뿐. 결코 이것이 '패러다임' 운운할 정도는 정말 오버스러운 말이라 본다. 스위퍼-키퍼의 탄생 이후 이것이 대세가 되었냐를 생각해보면, 글쎄. 최근 노이어 외에 다른 키퍼들인 체흐, 쿠르트와, 세자르같은 선수들을 생각하면 이들은 전통적인 키퍼스타일로 자신들이 월드클래스임을 입증하고 있다.



 


2010/11 챔피언스리그 8강 vs 인테르. 노이어의 전진에 철퇴를 날리는 스탄코비치
물론. 이건 노이어의 전진 자체보다는 스탄코비치의 킥이 사기...


"이번 월드컵 노이어의 활약은 놀랍다. 하지만 노이어는 자신의 그러한 과감한 전진이 때론,
잘못된 판단으로 엄청난 실수가 될 수 있다는걸 명심해야 한다." 
- 하랄트 슈마허 (82월드컵 독일 GK. '세비야의 도살자')

 

 

 

  

잡담3. 노이어의 멘탈 ?

 

노이어는 그 화려한 플레이 스타일만큼이나 언행도 화려해서 사람들에게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타입이다.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노이어는 실력에 걸맞는 솔직한 성격, 즐라탄류 똘끼쯤으로 이해되는 편이지만, 불호하는 사람들에게선 그저 "입"으로 나불대는 밉상일뿐이다. 물론 노이어의 실력은 다들 인정하겠지만 말이다. 자신만의 에고와 캐릭터가 뚜렷해 스타성은 확실한 편이다. 챔피언스리그 레알마드리드 전에서 라모스의 PK실축을 놀리는 발언으로 라모스와 트윗 설전을 벌인 일화는 유명하다.(당연히 라모스도 똘끼하면 빠지기 어려운 존재. 재밌게도 이 둘은 13/14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서로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역시 독특한 캐릭터들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노이어의 멘탈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 대부분은 노이어의 발언보다는 아마 이것 때문일 공산이 크다. 바로 노이어의 "시간끌기" 스킬. 독일 골키퍼들 중에 이렇게 신경전을 펼치는 사례가 종종 있었는데, 노이어는 평소 그 기행 때문에 더 주목을 받는듯하다. 주로 노이어가 시간끌기 스킬을 시전하는 상황은 토너먼트에서 앞서고 있을 때, 실점하고 난 뒤에 일어나는데, 대표적으로 지난 2012/13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2번째 골을 실점하자, 주지 않고 그대로 누우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이번 월드컵에서도 연장 후반전에 알제리의 만회골이 터지자, 공을 가져가는 알제리 선수의 공을 다시 빼앗아 던지면서 '명불허전'의 졸렬함을 보였다. 노이어의 이런 태도에 해당 팀 팬들은 "재밌다."거나 "우리팀이지만 너무하다." 등 여러 의견으로 갈릴 수 있겠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말그대로 울화통 터지는 행동일 뿐이다. 말그대로 밉상.


이러한 모습 때문에 노이어의 멘탈이 쓰레기라니, 별로라는 등의 얘기가 가끔씩 나오는데, 노이어의 이러한 행동을 나도 좋아하지 않지만 말은 바로 잡아야 될 것 같다. 이건 '멘탈'의 문제가 아니라 '매너'의 문제다. 매너 역시 멘탈과 연관된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엄연히 멘탈은 더 상위의 것이며,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를 통틀어 멘탈의 문제라고 발언하는 것은 굉장한 왜곡이다. 멘탈적으로 노이어는 굉장히 최고 레벨의 선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대담하게 움직일 수 있는 용기와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 설사, 본인이 경기 초반 실수를 했더라도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이어의 경기를 보면 언제나 자신감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인 실력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꽉 차있는데,(그냥 인터뷰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는 위닝 멘탈리티(이기고자 하는 의지, 승부욕, 정신력 등등...)가 굉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끌기 스킬 역시 볼썽사나운 비매너 행동이지만, 크게 보면 그의 승부욕이 발현된 행동이라 할 수 있다.(물론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노이어가 실점했을 때를 보면, 분을 못 이겨 뒹구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노이어의 멘탈과 별개로, '시간끌기 스킬'에 대해선 분명 비매너 액션이다.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들과 일맥상통한다. 예를 들어 경기중 흔히 나오는 코너 플랫 부근에서 볼을 돌리거나, 일부러 등만 진채 볼 지키기에만 전념하는 시간끌기 행동들과는 전혀 다르다. 그러한 행동은 인플레이 상황에서 공격자가 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플레이 가지 수 중 하나지만, 노이어의 행동은 플레이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니까 비매너다. 실점하고 주심이 휘슬을 울렸을 경우, 다시 볼을 중앙으로 가져가 실점한 팀이 경기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절차에 상관없이 끌어안고 있는 것은 의도적인 시간 보내기로 주심의 경고를 받아도 무방한 태도라 생각한다. 1분이 남아 있더라도 드라마를 쓸 수 있는게 축구기에 주심도 이에 대해 엄중히 주의를 줘야 한다고 본다. 심지어 흔히 중동 축구의 패시브 스킬이라 할 수 있는 '침대축구'는 정말 꼴보기 싫은 행동이지만, 그것조차 어찌되었든 주심이 반칙이라고 휘슬을 불어 인정한 뒤에 일어나는 엄연한 절차 속 액션이다. 물론 휘슬과 상관없이 드러눕는 고급 침대축구는 악의적인 행동으로 노이어의 졸렬한 짓과 비교될 수 없겠지만. 그래. 실력은 좋지만, 노이어가 '졸렬'한 짓을 많이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매너의 영역이지, 노이어의 멘탈과는 전혀 상관없다는게 내 생각.

 

 

 

 

'졸렬킹' 노이어. 어이없이 이 날 코시엘니가 경고를 받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솔직히 연장후반전 1분도 채 안남은 상황이었는데, 거기서 저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

심지어 수 억 가구가 시청하는 월드컵에서 말이다. 똘끼 ㅋㅋㅋ

 

 

 

번외로 멘탈에 대한 정의가 사실 불분명한 것도 사실이다. 매너와 멘탈의 경계를 어디까지 정해야 되는 지도 문장화하기 어렵고. 그래서 얼마전 '멘탈'에 대해 쓴 좋은 글이 있어 이것으로 글을 마무리 하려한다. 아래 글은 이영표 KBS 해설위원이 멘탈에 대해 트위터에 쓴 글중 일부다.

 

 

 

십여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남아있는 또 하나의 오해는 한국 축구는 유럽 축구보다 정신력이 강하다는 오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유럽 축구가 한국축구보다 더 나은 가장 확실한 한 가지가 바로 멘탈이다. 우리는 흔히 상대를 거칠게 다루거나 부상당한 머리에 붕대를 감고 뛰는 것이 정신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멘탈의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니다.


축구 선수에게 멘탈이란, 자신보다 강한 자 앞에 섰을 때나 혹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를 앞두고 밀려오는 두려움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약한 상대를 쉽게 생각하지 않는 것. 경기장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 또 졌을 때 빗발치는 여론의 비난을 묵묵히 이겨내는 것. 이겼을 때 쏟아지는 칭찬을 가려 들을 줄 아는 것도 모두 멘탈에 속한다. 심지어 경기장 밖에서의 생활이 곧 경기장 안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것도 멘탈이다. 그렇기에 멘탈은 경기 당일날 "한번 해보자!"고 외치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장 강력한 멘탈은 훈련장에서, 우리의 일상에서 만들어진다.


완벽한 기술로 날마다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유럽축구를 쉽게 접하는 국내 축구팬들 중 일부는 이제 우리도 정신력 타령 그만하고 기술 축구 좀 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유럽축구의 환상적인 기술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바로 강력한 멘탈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하나같이 멘탈을 언급하는 이유도 박빙의 경기에서 결과를 바꾸는 가장 큰 힘은 기술이나 전술이 아니라 바로 멘탈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 한국 축구의 대 선배님들은 경기장 안에서 만큼은 최고의 멘탈을 가지셨고 그 멘탈이 한국 축구를 아시아 최강으로 이끌어 온 가장 큰 힘이었다. 축구 선수에게 멘탈은 가장 강력하면서도 필수적인 요소다. 눈에 보이는 훌륭한 기술 뒤에 숨어있는 보이지 않는 멘탈의 깊은 의미.


축구는 결국 멘탈 게임이다.


From Y.P Lee

 

 

 

 

Posted by 티슬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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