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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기/국가대표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축구팬들에게 지난 1월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진짜 대표팀을 볼 수 있는 따뜻한 겨울이었다. 불과 6개월 전 브라질에서 본 그 실망스러웠던 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우승의 기억이 너무나 오래됐기에, 마지막 결승전의 투혼과 패배가 더 아쉽지만, 이번 대표팀이 새로운 감독이 부임한 지 1년도 채 안 된 상황이었단 걸 생각하면 놀라운 결과다.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무엇보다도 ‘위닝 멘탈리티’의 회복이다. 이번 대표팀이 대회 중 부진한 경기력과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흔들릴 때도, 우리가 믿고 기다릴 수 있었던 이유는 선수들이 보여주는 ‘승리를 향한 투지’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팀의 완성도는 나중 문제라곤 하더라도, 일단 팀 전체가 이러한 위닝 멘탈리티를 가지고 뛴다면 그 차이는 결국 크게 발현될 수밖에 없다. 과거 우리 투혼을 앞세우던 우리 대표팀에게 ‘투지’만으론 이길 수 없다는 비판도 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우린 그 투지조차 없는 대표팀이 어떤 성적표를 들고 왔는지 지난여름에 이미 목격했다. 현재 대표팀에게 가장 필요한건 결국 이러한 팀 정신의 부활이었고, 일단 이것을 회복시켰다는 점에서 슈틸리케는 긍정적이다. 물론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도 이 공은 돌아가야 마땅하다. 모든 선수가 열심히 해주었지만,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세 명을 꼽자면 김진현, 곽태휘, 기성용이었다.


 

 결승까지 위기 때마다 우릴 구한 것은 GK 김진현이다. 192cm의 장신에서 나오는 안정감, 주저하지 않고 과감히 뛰쳐나오는 판단력, 그리고 1대1에서도 잃지 않는 침착성은 단연 일품이었다. 물론 대회 내내 보여준 부정확한 볼 처리는 앞으로 김진현이 안고 가야 할 숙제다. 


 두 번째로, 곽태휘는 차두리와 함께 팀에 베테랑이 필요한 이유를 직접 증명했다. 대회 시작부터 결승까지 수비라인의 집중력 부족이 계속 비판받아 온 것은 사실이지만, 과정이야 어찌 됐든 무실점을 이어 나간 선수들을 마냥 비난할 순 없다. 그리고 그 중심엔 곽태휘가 있었다. 지난 대회의 오명을 씻은 곽태휘는 이번 아시안컵 최고의 센터백이었다. 


 기성용은 축구팬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러나 논란과 별개로,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그가 팀의 대체불가 선수란 것이다. 비록 에이스는 손흥민이지만, 결국 팀을 움직이는 건 기성용의 몫이다. 이번 대회 대표팀의 전술은 결국 “기성용이 어떻게 뛰는지”였고, 언제나 기성용은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더군다나 이번 아시안컵에선 주장으로서 리더십과 성숙함마저 장착하며 발전했다. 기성용은 대회 MVP로도 손색이 없었다.


 

 물론 우리의 종착지가 아시안컵 결승은 아니므로,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사실 대회 내내 무실점 기록을 이어갔으나, 정돈되지 않은 세부 전술과 팀 단위 압박의 부재는 여전했다. 계속해서 고집해온 4-2-3-1의 한계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경기 내 영향력이 미비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경기력과 전체적으로 라인 간격 유지에 계속 실패하면서 공수가 철저히 분리되는 모습을 볼 때,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더는 우리가 4-2-3-1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번 대회에서도 증명됐다. 팀 단위의 압박 없이 개개인이 몰려 뛰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며 상대에게 공간만 줄 뿐이다. 수비 시 우리가 상대에게 단 몇 차례의 패스에 쉽게 우리 박스 앞 공간까지 허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렇지만 벌써부터 이것을 걱정하고 싶진 않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건, 바꿔 말하면 우리에게 그만큼 발전할 가능성과 준비할 시간도 충분하다는 뜻이니까. 이번 아시안컵에서 우린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당분간은 우리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