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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리가] 13R 바이에른 뮌헨 0 - 1 도르트문트

유로2012의 플레이오프 일정을 치루는 국가의 팬들을 제외한다면 다소 지루했을법한 2주간의 A매치 기간이 끝이 났다. 유럽 리그 역시, 2주간의 휴식끝에 다시 시작되었다. 그리고 공백기간을 보답이라도 하듯, 축구팬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줄만한 빅매치가 독일에서 예정되어 있었는데, 바로 올시즌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거함 '바이에른 뮌헨'과 디펜딩 챔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경기였다.

잉글랜드에선 맨시티가, 스페인엔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가 있다면 독일엔 올시즌 바이에른 뮌헨이 있다. 비롯 홈 개막전이던 뮌헨글라드바흐에게 0-1로 패했지만 그 이후 홈 5경기에서 23득/0실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5연승을 기록중이다. 뮌헨의 이러한 기세는 독일에만 국한되지 않고 챔피언스리그까지 이어지는데, 개막전 패배이후 챔피언스리그 포함 9전 9승0패 36득/2실이라는 말도 안되는 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특히 올시즌 EPL을 주름잡고 있는 맨시티를 홈에서 압도한 것은 뮌헨의 기세가 얼마나 등등한지 알 수 있는 경기다.

반면에 도르트문트도 시즌초반 약간 불안함을 보였지만, 6R 하노버전 패배 이후리그에서 6경기동안 5승1무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잠깐 주춤했던 뮌헨(뮌헨 역시 10R에서 하노버에게 패했다)을 5점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여기에 괴체를 제외하고 부진했던 공격진이 최근 경기에서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며 힘을 보태고 있다.(카가와 신지 최근 3경기 2골3어시, 레반도프스키는 3골1어시) 물론 뮌헨 원정이 부담스러운건 사실이지만 지난 시즌 원정에서 승리를 따낸걸 생각해보면 도르트문트 입장에서도 충분히 해볼만한 상대였다.

이렇게 극강의 뮌헨과 기세가 오른 디펜딩 챔프의 이번 13R 경기는 올시즌 분데스리가의 우승레이스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경기였고, 그만큼 치열한 경기가 펼쳐졌다. 


양 팀의 선발 라인업: 4-2-3-1 vs 4-2-3-1


전반전

양 팀 모두 똑같은 4-2-3-1을  준비해 나왔고, 이는 90분동안의 치열한 공방전을 예고하는듯 했다.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듯 양 팀의 경기는 초반부터 매우 수준 높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비록 초반이었지만 전방에서부터 양 팀의 공격수들은 상대 수비수들을 압박했고, 이는 경기내내 지속되었다. 도르트문트에서는 레반도프스키와 카가와가 하프라인 위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했고, 뮌헨에서는 고메즈와 뮐러가 수비수들을 압박했다. 이러한 압박 속에 좀 더 고전한 것은 홈팀 뮌헨이었다. 도르트문트는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을 하다가도 뮌헨의 볼이 자기진영까지 넘어오게 되면 가차없이 포백라인과 켈, 벤더는 박스까지 내려가서 단단한 진영을 구축했다. 이렇게 도르트문트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뮌헨 공격의 핵심이라 할 수있는 로벤과 리베리같은 드리블러들이 활약할 공간이 줄어들었고, 경기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

뮌헨 선수들의 돌파구는 롱패스였다. 중앙에서 도르트문트 선수들의 압박이 거세자, 뮌헨은 빌드업을 생략하고 곧바로 전방으로 다이렉트 패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뮌헨이 양 측면에 수준급의 윙어(로벤&리베리)들을 기용하면서 얻는 이득으로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상대 수비라인을 강제로 넓히게 만든는 것을 들 수 있는데, 전반전 로벤의 활약은 미비했지만 로벤의 존재 하나만으로 도르트문트의 진영은 넓어질 수 밖에 없었고 특히 상대적으로 리베리가 있는 우측에 비해 좌측으로 쏠려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수비진영에서 곧바로 공간이 생기는 리베리를 향해 롱패스를 시도했고, 이는 순간적으로 생긴 뒷공간으로 인해 도르트문트의 수비진을 흔들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과정 자체는 괜찮았지만 결정적인 상황으로는 연결되지 못했고, 도르트문트 수비진의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 13R 도르트문트전 롱패스 횟수 - 괄호안이 12R 아우크스부르크전 롱패스 횟수
Rafinha 19(5) -  Badstuber 15(12) - Boateng 14(6) - Lahm 12(5) - Kroos 12(5)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전 경기에 비해 2배이상의 롱패스를 더 시도했었다.


도르트문트 진영은 왼쪽으로 쏠릴때가 많았고, 상대적으로 리베리는 로벤이 비해 공간을 부여받았고 후방에서 리베리로 향하는 롱패스의 비율이 많았다.

그리고 뮌헨의 공격이 잘 풀리지 않던 이유는 로벤과 뮐러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로벤은 부상에서 복귀한 경기에서 그동안 잘해왔지만 오늘만큼은 이전의 경우들과 달랐다. 반대로 말하자면 컨디션이 좋지않았던 로벤이지만, 도르트문트의 슈멜처는 로벤을 꽁꽁 틀어막으며 뮌헨의 공격을 차단했다. 다소 거칠긴 했지만 하프라인까지 올라와 로벤을 계속해서 컷트하며 로벤이 드리블할 시간과 공간을 주지 않았다. 중앙의 뮐러 역시 네덜란드전의 여파가 남아있는지,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워 보였고 특히 벤더와 켈의 두터운 수비벽에 계속해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더군다나 도르트문트의 역습을 대비하여 람과 하핑야가 평소만큼 적극적으로 올라오지 못했고, 이는 뮌헨 윙어들의 공격에 부담을 가중시켰다.

뮌헨의 볼점유율은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후방에서의 비율이 많았고, 중앙에서는 양 팀의 두 미드필더들의 치열한 공방으로 측면으로 대부분 공이 연결됬고 경기는 매우 스피드했다. 도르트문트 전방의 민첩한 공격수들은 뮌헨의 볼을 컷트할 경우 재빨리 측면으로 볼을 전개했는데, 특히 괴체가 있는 우측에서의 역습빈도가 높았다. 그렇지만 두 팀의 타이트한 압박으로 공격진들이 볼을 소유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고, 양 팀의 수비진은 모두 좋은 수비를 펼쳤기에 유효슈팅 자체가 거의 나오질 못했다. 전반전만 놓고볼때 뮌헨은 로벤이 측면에서 넘겨준 볼을 리베리가 그대로 골대위로 넘겨버린 기회가 아쉬울 것이고, 도르트문트 입장에서는 레반도프스키의 크로스가 노이어의 키를 넘긴 장면에서 하핑야의 호수비로 연결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법하지만, 0 - 0의 스코어는 양팀에게 모두 공평했다는데 동의할 것이다.

 

후반전 

두 팀 모두 별다른 교체없이 후반전을 그대로 진행했고, 경기 양상도 전반과 다르지 않았다. 양 팀의 쉴새없는 압박은 다시 서로의 하프라인을 타이트하게 조여왔다. 여전히 로벤과 리베리는 측면쪽에서 힘을 발휘하기 어려웠는데, 특히 로벤은 슈멜처에게 완전히 K.O당하며 아직 경기감각을 끌어올릴 시간이 필요해보였다. 뮌헨은 여전히 롱패스의 비율이 높았다. 물론 이러한 롱패스로 절호의 찬스를 만들기도 했다. 54분에 크루스가 도르트문트의 볼을 가로채서 단번에 고메즈에게 롱패스를 건네줬을때 고메즈가 날린 회심의 슛이 포스트 옆으로 빗나가는 순간이 뮌헨으로선 안타까운 기회였다.

후반전 시작되면서 경기 양상은 그대로였으나, 두 팀의 결정적인 차이는 도르트문트 선수들의 집중력과 체력이 뮌헨의 선수들보다 오늘 더 좋아보였다는 점이다. 전반과 다름없는 강한 압박이 계속되었지만, 뮌헨의 수비라인과 미드필더라인은 조금씩 벌어지는 상황이 늘어났고 반대로 도르트문트의 1선과 2선의 간격은 매우 타이트했다. 상대적으로 생겨난 공간속에서 도르트문트의 영리한 공격진은 뮌헨진영에서 대부분의 패스를 원터치로 빠르게 이어나갔다. 훔멜스의 패스를 레반도프스키가 원터치로 카가와에게 연결했고, 결정적인 기회는 노이어의 놀라운 선방으로 무산되었지만, 도르트문트의 역습이 뮌헨에 비해 점점 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렇지만 양 팀 모두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후반 64분, 로벤의 드리블이 하프라인에서 벤더에게 컷트당했고 볼은 레반도프스키에게 연결되었다. 그리고 역시 도르트문트는 중앙으로 2:1로 원터치를 시도했고, 카가와의 공은 괴체의 몸에 걸렸고 공이 튀어오르며 공격은 막힌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후반전부터 다소 불안하던 보아텡이 결국 사고를 쳤고, 뒤에 있던 괴체는 아무런 방해없이 깔끔하게 뮌헨의 골대를 흔들었다.


상 - 하프라인에서 볼을 컷트당하자, 뮌헨의 수비라인이 어수선해졌고 도르트문트는 재빠르게 중앙에서 원터치로 볼을 연결했다. / 하 - 문제의 장면. 괴체의 몸에 맞고 튕겨저 뒤로 흐른 공을 놓치고 어리둥절하던 보아텡. 결국 괴체는 보아텡을 옆에 두고도 맘껏 슛팅할 수 있었다. 보아텡의 책임이 컸지만, 바로 옆에 있던 동료들의 콜플레이도 아쉬웠다.

 


바이에른 뮌헨의 두가지 변화. 그러나 너무 늦었고 그마저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하인케스는 곧바로 부진했던 로벤과 뮐러를 올리치와 알라바로 교체하고 4-4-2로 포메이션을 변경했다. 도르트문트의 2선과 3선의 간격이 너무나 좁았고 측면에서 드리블할 공간 자체가 없었기에 날카로운 침투능력으로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올리치의 투입이 좋아보였다. 알라바같은 경우 측면과 중앙에서 모두 힘을 실어줄 수 있었기에 도르트문트의 중앙에서 전진하기 힘든 상황을 타개할 적절한 카드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로벤과 뮐러가 계속해서 막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가 좀 더 빨랐어야 되는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도르트문트에선 레반도프스키를 제외한 전원이 내려가서 압박했고, 이러한 강한 압박에 크루스와 구스타보는 전진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뮌헨도 이후에 좋은 찬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구스타보의 기습적인 중거리슛팅은 바이덴펠러에게 막혔고, 이후에도 도르트문트의 볼을 컷트한뒤 알라바가 전방으로 연결한 공을 고메즈가 산타나를 유인하며 리베리에게 오픈찬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바이덴펠러의 선방으로 기회는 무산되었다.

종료 10분전, 하인케스는 하핑야를 빼고 페테르센을 투입하면서 3-4-3으로 더욱 공격을 가했고, 클롭은 켈을 라이트너와 교체하는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변화를 주지않고 계속해서 뮌헨의 선수들을 압박했다. 결국 도르트문트의 수비는 열리지 않았고, 훔멜스와 산타나는 오늘 고메즈를 완전히 고립시키며, 눈부신 활약을 보였다. 결국 경기는 0-1 원정팀 도르트문트의 승리로 끝이 났다. 전후반을 통틀어 인저리타임이 2분밖에 주어지지 않은걸 보면 얼마나 이 경기가 쉴새없이 빠르게 진행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슈바인 슈타이거

뮌헨의 오늘 라인업은 이번 시즌 베스트11을 모두 출전시킨것이었다. 오직 한 명, 슈바인 슈타이거대신 토니 크루스가 나온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슈바인 슈타이거가 있을 경우 토니 크루스는 그 앞선에서 리베리, 뮐러와 함께 공격을 이끌었지만 슈바인 슈타이거가 부상으로 빠진 이후 대표팀과 리그에서 모두 좀 더 내려와 후방에서 위치하고 있다. 사실 대표팀에서는 슈바인 슈타이거의 공백을 잘 메꿧다. 비록 두경기에 그치긴 했지만. 그렇지만 이번 도르트문트전에서 뮌헨은 슈바인 슈타이거의 공백을 그리워할 수 밖에 없었다. 중미라는 다소 익숙치않은 자리에서 뛴것치고는 크루스는 잘했다. 그렇지만 그게 다 였다. 크루스는 무난했지만, 뮌헨의 공격이 오늘 경기에서 살아나기 위해선 크루스의 활약이 필요했다. 크루스는 도르트문트의 강한 압박에 밀려 중앙에서 밀려나갔고, 볼을 갖고 전진하는 것이 어려웠다. 후반전부터는 수비라인과의 간격이 멀어져,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이 진행될 때 볼이 끊겨 위험한 순간을 여럿 맞이하기도 하였는데,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을 이끌면서 중앙에서 템포를 조절해주는 슈바인 슈타이거의 부재가 아쉬웠다. 물론 오늘 앞선에서 로벤과 뮐러의 부진이 잇달아 크루스의 발목을 잡았던 부분도 있지만.

반대로 도르트문트의 미드필더들은 알리안츠 아레나의 하프라인을 노란색 물결로 꽉 채웠다. 특히 시종일관 계속되는 중원에서의 스피드싸움에서도 밀리지 않고 측면까지 막아냈던 벤더와 켈의 활약도 눈부셨다. 켈과 벤더는 슈멜처와 함께 로벤, 뮐러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틀어막으며 뮌헨의 창끝을 부러뜨렷다. 또한 전방에 그로스크로이츠와 카가와, 괴체는 벤더와 켈이 커버하면서 생기는 빈 공간을 적절하게 돌아가면서 압박했고, 이 숨막힐듯한 압박은 90분 내내 지속되었다. 양 팀의 슛팅수는 17:8로 뮌헨이 2배나 더 많이 시도했지만 유효슈팅은 3:2로 매우 적었고 별 차이가 없었다. 그만큼 오늘 박스근처에서 양 팀의 압박은 상대 공격수들의 제대로 된 슛팅을 거의 허락하지 않았다. 한편 오늘 원톱으로서 최전방에서 활약했던 레반도프스키는 훔멜스와 산타나 사이에서 고립되었던 고메즈와 달리 넓은 활동반경으로 역습시 볼을 키핑해주고 다시 내주는등, 뮌헨 수비수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도르트문트의 몇 안되는 공격기회를 잘 살렸다.


양 팀의 이 날 활동량. 도르트문트의 필드 플레이어들은 뮌헨의 선수들보다 1~2km이상씩을 더 뛰면서 굉장한 압박축구를 구사했다. 당장 주중에 열릴 챔피언스리그 일정에 무리가 가진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대부분이 굉장히 많은 거리를 뛰었다.

 

결론

홈에서 그야말로 극강의 모습을 보이던 뮌헨이 작년에 이어 다시 한번 도르트문트에게 패하며 도르트문트전 3연패의 늪에 빠져버렸다. 이로서 양 팀의 승점은 2점차로 줄어들었고, 뮌헨은 어느새 도르트문트에게 쫓기는 입장이 되었다.

올 시즌 뮌헨글라드바흐가 선전하고 있지만 로이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고 샬케와 브레멘은 실점이 너무 많아 수비가 안정을 찾지 않는 이상 후반기 우승레이스까지 초반기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 반면 하지만 사힌의 공백을 잘 메꾸며 득실과 스쿼드에서도 뮌헨만큼 안정적인 전력을 보여주고 있는 도르트문트와 명실상부 독일 최고의 클럽인 바이에른 뮌헨이 지난 시즌에 이어 올시즌에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뮌헨이 홈에서 도르트문트에게 또다시 패하며 대 도르트문트전 3연패를 기록하게 된 것은 꽤나 뮌헨 입장에서 아픈 일이다. 아직 뮌헨이 2점차로 앞서있긴 하지만, 후반기 도르트문트 홈에서의 경기가 남아있는 만큼 오늘의 홈 패배가 나중에 어떤 결과를 일으킬지는 모르는 일이다. 후반기 우승 레이스에서 이 경기의 승패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흥미진진한 분데스리가 레이스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