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로 이 글을 시작해야 될까. 스콜라리 감독의 한 마디로 이 경기가 요약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it was the worst day of my life." 

 

 

이번 대회 최고의 우승후보였던 두 팀간의 격돌은 시작 전부터 엄청난 기대를 모았다. 비록 네이마르와 티아고 실바의 출혈은 컸지만 아무래도 홈에서 62경기째 무패행진을 기록하고 있던 브라질이었고, 언제나 '브라질'이었기에 그 모든걸 극복할 수 있을것 처럼 보였다. 반대로 독일은 의외로 치열한 접전을 펼칠줄 알았던 프랑스를 쉽게 잡아내고 팀 스피릿이 한창 올라온 상태였다. 하지만 독일로서는 남미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더군다나 브라질과 원정 경기를 치룬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이었기에,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되었다. 이처럼 아무도 킥오프 전까지 이 곳 미네이랑에서 또 다른 마라카낭의 비극이 재현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지만, 카나리아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기까진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라인업

 

브라질의 경우 부진한 폼을 겪던 알베스 대신 마이콘이 프랑스전에 이어 2연속 선발출전 했고, 당초 예상대로 실바의 공백은 뮌헨의 벽, 단테가 그 자리를 메꿨다. 그리고 경고누적에서 돌아온 구스타보가 파울리뉴를 대신했다. 하지만 역시나 가장 놀라웠던 선택은 네이마르를 대신하여 베르나르드가 선발로 출전한 것이었다. 기존 이탈 선수들을 다른 선수들로 그 자리에 그대로 기용한 점 외에는 변함없이 4-2-3-1과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보인 스콜라리였다. 독일은 프랑스전과 마찬가지로 4-2-3-1에 제로톱이 아닌 클로제를 원톱으로 기용하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프랑스전과 마찬가지로 역시나 극단적으로 라인을 끌어올렸고, 독일의 진형은 4-1-4-1에 가까울 정도로 굉장히 전진했다. 라인업상의 변수는 역시나 서로에 대해 잘 알고있는 구스타보와 단테, 그리고 독일 선수들간의 매치업이었고, 또한 브라질 입장에서는 네이마르의 공백을 어떻게 스콜라리가 보완했을지가 핵심이었다.

 

 

네이마르의 공백 -> 마르셀로 시프트

 

네이마르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택한 전략은 베르나르드의 투입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의 마르셀로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풀백에겐 사치스러울 정도의 드리블을 통한 전진 능력을 갖춘 마르셀로에게 아예 더 자유로운 움직임과 측면을 맡겨버렸다. 최대한 전진시켰고, 라인업상 우측에 표기되었지만 실제 경기중에선 좌측면에서 활동했던 헐크와의 연계를 기대한 것이다. 대신 우측에서 뛰게 된 베르나르드와 오스카는 중앙으로 침투하는 방식으로 독일 세 명의 센터백(좌측의 회베데스까지 포함하여)의 뒷공간을 허무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따라서 우측의 경우도 마이콘에게 측면을 맡김으로서, 주로 베르나르드는 중앙으로의 연계에 치중했다.

 

다만 이 경우, 마르셀로의 측면 뒷 공간이 지나치게 넓어지고, 센터백들의 수비부담이 매우 가중된다. 따라서 구스타보의 커버가 필요한데, 이 또한 구스타보 1인의 몫이 아닌 파트너로 함께한 페르난지뉴와의 움직임과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측면 공간이 열리면서 전체 진영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기본적으로 4-2-3-1의 포메이션에서 2에 위치한 3선의 선수들이 어떤 움직임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4-2-3-1을 운용하는 측 입장에서는 극단적으로 경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하다. 3선의 미드필더들이 2선과의 간격유지를 어떻게 맞춰주느냐에 따라 빌드업(우리진영에서부터 시작되는 공격전개)이나 페너트레이션(상대 진영에서의 공격과정) 방식이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해서, 구스타보와 페르난지뉴의 3선은 최악의 모습을 보였고, 말그대로 독일의 크로스와 케디라에게 농락당했다.

 

 

붕괴과정

 

 

 

맨위. 경기초반부터 마르셀로는 매우 전진했고,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경기내내 올라왔다. 그리고 후에 지적하겠지만, 우측하단에 깊숙히 올라와있는 루이즈의 모습도 눈에 띈다.

 

중간. 경기내내 자주 볼 수 있었던 상황이다. 마르셀로의 전진은 공격시 득이 될 수 있지만, 끊겨서 공격과 수비로 전환될 시, 철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게된다. 그리고 브라질은 역시나 준비가 되어있지 못했다. 마르셀로의 전진으로 그 공간을 메우기 위해 구스타보가 좌측에 치우치게 되었고, 페르난지뉴 홀로 중앙에 남게 되었다. 

 

아래. 그리고 이 사진에선 그마저도 저지 못해, 페르난지뉴가 볼을 향해 전진했고, 결국 중앙엔 크로스와 쇄도하는 클로제, 외질이 상대진영으로 무혈입성할 수 있었다. 측면과 중앙을 모두 신경쓸 수 밖에 없던 구스타보는 결국 우측으로 돌아 들어가는 뮐러를 놓치게 된다. 이것과 비슷한 식의 과정이 경기내내 반복되었고, 독일은 이렇게 들어온 기회를 놓쳐버릴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었다. 또한 좌측의 회베데스와 달리 우측의 필립 람은 마르셀로의 빈 공간이 포착될 때마다 타이밍 좋게 올라가서 측면을 지원했고, 공간침투에 능한 뮐러와 람의 지원은 수적우위를 점하여 구스타보를 과부하시켰다.

 

 

 

 

1번.  위에서 측면이 어떻게 붕괴되는지 봤다면, 이제는 이에 대한 연쇄반응으로 중앙이 박살나는 것을 볼 차례다. 브라질의 핵심인 마르셀로 시프트를 위해 구스타보와 페르난지뉴의 3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독일 역시 전력분석을 통해 브라질의 3선이 무너지면, 공수 빌드업을 풀어줄만 한 선수가 전방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독일의 미드필더들은 라인을 당겨서 굉장히 윗 선에서부터 압박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 타겟은 페르난지뉴. 구스타보 역시 독일의 조직적인 압박에 제대로 볼을 전개시키지 못한건 마찬가지였으나, 에러를 범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에 반해 페르난지뉴는 독일의 압박에 당황하기 일쑤였고, 볼 소유권을 쉽게 넘겨줬다. 중앙에서 볼을 잡았을 경우, 가차없는 압박이 들어왔고, 브라질은 이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우선, 이 부분에서 네이마르의 부재가 굉장히 컸다고 볼 수 있다. 네이마르와 마르셀로는 현재 브라질에서 빌드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서 볼을 상대 진영까지 운반할 수 있는 거의 유이한 자원이다. 하지만 이날, 마르셀로 혼자서 짊어지기엔 독일의 압박은 뛰어났고, 결국 빌드업은 3선의 몫이었으나 크로스-케디라-외질-뮐러의 압박에 전혀 볼을 전진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브라질은 결국 루이스의 롱 볼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고, 독일의 장신 센터백들에게 롱 볼은 전혀 위협되지 않았다. (애초에 롱볼은 확률적으로 매우 떨어지기도 하고)

 

2번. 구스타보의 페르난지뉴의 3선이 빌드업에서뿐만 문제를 일으켰을까. 이들은 앞 선의 2선 미드필더들과 간격유지를 전혀 맞추지 못했고, 이것은 전체적으로 브라질의 수비라인과 공격라인을 완전히 분리시켰다. 수비시엔 제대로된 위치선정을 하지 못해 좋은 공간을 다 내주었고, 어떤 경우엔 박스 안으로 지나치게 내려가 스스로 3선을 백지화시켰고, 상대 미드필더들에게 박스 앞 위험지역(바이탈 존)을 헌납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구스타보와 페르난지뉴는 서로간의 제대로 된 공간분배를 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전진했다가 역습시 수비라인에 엄청난 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2번 사진에서 브라질이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되는 상황을 보면, 브라질의 포백만 덩그러니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브라질의 포백은 역습을 맞이할 경우, 상대 공격수들과 어떠한 지원없이 직접 맞부딪히는 위험한 상황을 많이 연출했다. 2번 사진만 보더라도 공격수와 수비수의 3v3 이었고 굉장히 위험했다. 노란색원의 마이콘이 뒤늦게 복귀하고 있는 것과 함께 중앙엔 매우 넓은 공간이 노출되어 있다.

 

3번. 브라질의 진형은 간격유지에 실패했고, 전체적인 진형은 불균형해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3번 사진을 보더라도 마르셀로가 전진해 전체적인 라인이 좌측에 치우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보니 구스타보는 측면에 치우쳐 마르셀로를 신경쓰느라 중앙 커버까지 신경쓰기 힘들었고, 중앙을 비우고 볼을 향해 달려가는 페르난지뉴를 볼 수 있다. 3선이 지나치게 전진하자 센터백 단테 역시 측면으로 빠지는 일이 많았고, 3번 사진에서도 지나치게 뒷 공간을 허용했다. 검은색 원의 독일 선수들이 자유롭게 브라질 진영에서 좋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 상황에서 원터치로 결국 독일은 빠져나오고, 베르나르드는 바로 앞의 크로스를 제대로 커버하지 못했다. 이와 비슷하게 브라질의 진영자체는 좌측에 치우친 모양세였고, 그마저도 제대로 공략 못한채 뒷 공간을 쉽게 노출했다.

 

 

 

 

롱패스 수치를 보면 알 수 있듯 독일의 압박에 막힌 브라질이 택한 브라질의 방법은 루이스의 롱패스(20개)였다. 이뿐 아니라 가장 많은 패스를 한 선수도 다비드 루이스였고, 50개 이상의 패스를 시도한 선수들도 전부 센터백과 마르셀로, 구스타보였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후방에서의 전개가 많았다는걸 알 수 있다.

 

 

반면에 독일은 가장 많은 롱패스를 기록한 것은 노이어(GK)였고, 필드플레이어중에선 10개를 기록한 크로스였다. 롱패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는걸 알 수 있다. 또한 패스시도에 있어서 50개 이상의 패스를 시도한 선수들이 측면과 미드필더에 골고루 분포해있고, 가장 많은 패스를 시도한 선수는 미드필더들이라는 점에서 독일은 중앙에서의 볼전개뿐 아니라 상당히 라인이 전진해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위. 좌측은 브라질의 공격방향이고, 우측은 독일의 공격방향인데, 브라질은 마르셀로가 위치했던 좌측에 치우쳐 있음을 알 수 있다. 역시나 독일은 그런 브라질의 뒷공간인 우측면을 중점적으로 공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아래. 좌측은 브라질의 슛팅 방향이고, 우측은 독일의 슛팅 방향이다. 브라질은 역시 마르셀로가 위치했던 좌측면과 중앙에서 대부분 슛팅이 나왔다. 중앙에서의 슛팅이 많은 것은 이후 언급하겠지만, 우측에 위치한 베르나르드가 측면이 아닌 중앙에 치우쳐 플레이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브라질의 진형은 좌측에 치우친 불균형한 상태였다. 반대로 독일의 슛팅은 중앙에서 나왔는데, 이는 측면에서 브라질을 측면 뒷공간을 공략한 뒤 발생하는 중앙에서 대부분의 슛팅을 연결했기 때문이다.

 

 

 

나비효과 - 플랜B

 

결국 브라질의 이러한 실패는 네이마르와 티아고 실바의 공백을 전혀 메꾸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이마르를 대신하여 좌측에 위치한 헐크는 전혀 상대 수비수들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으며 계속해서 동료 선수들과의 연결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브라질 역대 최악의 공격수라는 평을 받고 있는 프레드는 피지컬적으로 볼을 간수해주지도 못했고, 둔한 움직임으로 뒷공간을 쉽게 노출했던 독일 수비진을 제대로 공략하지도 못했다. 또한 베르나르드는 우측에 위치했지만, 대부분의 움직임을 중앙으로 가져가면서 측면은 마이콘에게만 맡기는 모습을 보였고 브라질 대부분의 공격은 좌측과 중앙에서 진행되었다. 또한 공격에서뿐만 아니라, 네이마르의 공백은 결과적으로 독일의 측면 수비수들이 짊어질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필립 람의 적극적인 전진을 가능케했다. 따라서 네이마르의 공백은 결과적으로 구스타보와 페르난지뉴 3선의 부담을 가중시킨 셈이다. 

 

 

그림1. 좌측에 위치한 헐크는 계속해서 동료들과의 연계에 있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뛰어난 피지컬에도 불구하고 수비수들과의 직접적인 경합에 약한 헐크는 계속 측면으로 빠져 나왔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림1에서도 중앙에 오스카가 순간적으로 넓은 공간을 차지했지만, 헐크는 이미 마크맨이 붙어있는 프레드에게 연결을 시도하려다 컷트 당한 후 결국 독일의 역습을 허용했다.

 

그림2. 역시나 헐크가 빠져나와서 연결을 시도하는 모습이지만, 전방의 선수들은 대부분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다. 가장 아래쪽에 베르나르드 역시 중앙에 치우쳐 있고, 이 날의 오스카는 평소와 달리 중앙에 치우쳐 전방을 오가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중앙에서의 볼배급을 할 수 없던 브라질의 이와 같은 공격은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그림3. 브라질의 측면 공격수들까지 모두 내려와 수비를 하는 상황이고, 독일의 지공상황이다. 그러나 베르나르드는 수비면에서 전방으로 침투하는 독일 선수들을 마크하는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그림3에서도 베르나르드는 내려와 케디라와 대치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 장면에서 볼은 결국 케디라까지 연결됬다. 즉, 공격적인 모습뿐 아니라 수비적인 상황에서도 예상되던 윌리안 대신 출전한 베르나르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국 스콜라리는 독일의 뢰브와 달리 플랜B를 준비하는데 있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뢰브는 16강 알제리전까지만 하더라도 전통 스트라이커인 클로제가 아니라 뮐러를, 그리고 중앙에 람이 포진하는 4-3-3을 가동했지만, 토너먼트 8강에 들어오면서 클로제를 톱으로 세우고 뮐러를 측면에 배치하면서, 4-2-3-1의 새로운 플랜을 제시했다. 반면에 브라질은 스타 플레이어에 대한 공백이 있었음에도 기존의 전술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결국 독일에 대한 맞춤전략을 준비해오지 못했다.

 

 

 

 

위 사진을 보면 독일의 선수들은 언제나 간격을 유지한 채 조직적인 압박을 가했다. 스타팅 포메이션은 4-2-3-1이었지만, 실제 독일의 진형은 4-1-4-1에 가까웠고, 측면의 뮐러나 외질은 적극적인 수비가담을 보였다. 오히려 브라질의 공격이 대부분 마르셀로에 의한 측면공격임을 감안할 때 중앙의 케디라, 크로스보다도 더 내려가서 측면을 미리 봉쇄했고 대신 케디라와 크로스는 외질과 뮐러보다 전진해서 구스타보와 페르난지뉴를 압박했다. 노란색 원의 구스타보와 페르난지뉴는 언제나 독일의 미드필더들에 둘러싸여 있어 제대로 된 볼전개를 기대할 수 없었다. 그리고 브라질의 공격이 측면이 아닌 계속해서 중앙을 고집하는 것은 독일의 수비수들에게 오히려 도움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좌측면의 회베데스가 센터백스러운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중앙을 두텁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측면은 외질의 수비가담으로 커버하는 경우도 잦았다. 구스타보와 페르난지뉴가 막힘으로서 2선과 3선의 간격은 지나치게 멀어졌고, 브라질은 단순화된 왼쪽 루트를 집요하게 파는 수밖에 없었다.

 

 

 

 

다시봐도 어이없는 최악의 반칙. 이 날의 반칙으로 인한 결장, 그리고 그로 인한 나비효과는 결국 이후 네이마르의 부상과 함께 브라질의 탈락으로 이어졌다. 네이마르와 티아고 실바의 결장이 없었더라도 독일을 이겼을 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이 둘의 공백이 경기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은 부정할 수 없다. 주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가장 쓸모없는 반칙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실바 커리어에 있어 최악의 순간중 하나.

 

그리고 실바 대신 출전한 단테는 마르셀로의 뒷공간을 커버하느라 고전했지만 결국 저지하지 못했고, 또한 루이스와의 호흡면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실바의 공백으로 가장 처참한 경기력을 보인 선수는 루이스였다. 루이스는 전반부터 지나치게 전진하는 모습을 보이며 수비라인의 부담을 가져왔다. 사실 마르셀로가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전진했던 이 경기에서는 그러한 전진을 자제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볼을 컷트하기 위해 전진하다가 단테를 외롭게 만드는 경우가 매우 많았고, 이 날의 주장으로서의 모습도 전혀 나오지 않았고 스스로 무너져 브라질의 역사에 남았다.

 

 

 

실점장면

 

브라질이 붕괴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지금까지 알아봤다면, 이 경기에서 가장 중요했던 실점장면을 다시 복기해보겠다. 이번 브라질과 독일의 경기는 결국 이유야 어찌되었든간에 이른 시점에 터진 이 실점장면들이 결정적이었고, 모든 악몽의 시작이었다. 

 

 

<실점장면1>

 


실점장면1-1. 마르셀로의 실수에서부터 비롯된 독일의 공격찬스. 단테(13)와 훔멜스(5), 구스타보(17)와 회베데스(4), 페르난지뉴(5)와 클로제(11), 루이스(4) 와 뮐러(13)가 서로 맨마킹하고 있다. 나머지 브라질 선수들은 사람이 아닌 공간을 잡고 있다.



실점장면1-2. 크로스가 킥을 하는 순간, 박스 안 4명의 선수들이 일제히 움직인다. 이때 뮐러가 먼 포스트쪽으로 침투하는데, 동시에 다른 독일 선수들은 가까운 포스트(우측)쪽으로 일제히 움직였다. 독일 선수들이 마크하던 브라질 선수들을 모두 한 방향으로 유인함으로서, 뮐러의 뒷공간을 만들어주는 독일 선수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클로제가 우측으로 이동하면서, 뮐러를 마크하던 루이스에게 스크린 플레(수비자에게 접근하여 동료 공격자가 방해받지 않는 상태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레이)를 걸어서 루이스를 뮐러에게서 떨어뜨려, 뮐러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실점장면1-3. 그리고 자유롭게 뒷공간을 차지한 뮐러. 순간적으로 마크맨을 놓친 루이스는 뒤늦게 따라가지만, 이미 늦었다. 독일의 조직적인 세트피스 전술에 브라질 선수들이 완전히 당하는 순간이다. 사실 이것을 루이스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보단, 세트피스 수비가 준비되어 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이 상황에선 완전히 대처하지 못하더라도 노란 원의 오스카가 빈 공간으로 뮐러를 마크하기 위해 움직였어야 했다.

 

 

실점장면1-4. 결국 뮐러의 여유있는 마무리. 역시 강팀과의 경기에서 세트피스는 매우 중요하다. 이른 시점에서의 세트피스 실점은 정신적으로 상당한 타격이 된다. 그리고 승리를 해야만 했던 브라질 선수들에겐 생각 이상으로 강한 압박이었을 것이다. 

 

 

독일로서는 매 경기마다 참신하게 준비했지만 실패하기만 하던 세트피스 전술을 드디어 성공시켰기에 더욱 기쁜 순간이었다.

 

 

<실점장면2>

 

 

실점장면2-1. 람이 우측에서 볼을 소유하고 있고, 선수들이 우측에 몰려있다. 이 장면에서 마르셀로와 함께 우측의 뮐러&람을 커버하고 있는 구스타보. 즉 중앙은 페르난지뉴가 책임을 지고 있어야 했다. 가장 우측에 있는 슈바인 슈타이거를 헐크와 오스카가 후방까지 내려와 커버하고 있다.

 

 

 

실점장면2-2. 결정적인 장면. 페르난지뉴는 크로스를 마크했어야 했지만 이를 커버하지 못했고, 뒤늦게 움직였지만 심지어 그마저도 볼을 놓치고 말았다. 결국 이 볼은 중앙에서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크로스에게 연결되었다.

 

 

실점장면2-3. 상대 선수들과 포백이 박스 앞(바이탈 존)에서 어떠한 지원없이 일자로, 바로 마주보는 장면은 수비하는 입장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결국 크로스는 이 볼을 자신을 막기 위해 전진한 단테의 뒷공간으로 연결시켰고, 이를 받기 위해 뮐러는 박스 안 쪽으로 침투했다.

 

 

 

실점장면2-4. 두번째 실점 장면에서 페르난지뉴 다음으로 비난받아야 될 선수, 바로 마이콘. 이 장면에서 침투하던 뮐러를 마르셀로가 마크하고 있었고, 그 옆의 외질은 루이스가 마크하고 있었다. 즉 클로제는 마이콘이 마크하고 있던 선수였고, 뮐러가 침투하던 방향 반대쪽으로 쇄도하던 클로제를 마이콘은 끝까지 따라붙었어야 했다. 하지만...
 

 

마이콘은 늦었고, 결국 브라질의 호나우도가 가지고 있던 15호골 기록을 넘어서며 팀의 결승골을 넣는 클로제의 월드컵 최다골(16골).

 

 

<실점장면3>

 

 

실점장면3-1. 경기 내내 마르셀로는 뒷공간 노출뿐 아니라 수비시에도 엉망진창인 위치선정으로 계속해서 위기를 자초했다. 분명 마르셀로는 이 시점에서 침투하는 람을 커버하기 위해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그리고 크로스는 이 시점부터 아무런 견제없이 중앙으로 들어왔다.

 

 

실점장면3-2. 결국 람에게 측면이 뚫렸고, 이때문에 또 다시 브라질의 진형은 전체적으로 불균형하게 무너졌고, 중앙의 구스타보와 페르난지뉴는 우측으로 쏠릴 수 밖에 없었다. 크로스는 포지션상 결국 페르난지뉴가 마크했어야 될 선수지만, 역시나 이루어지지 않았고, 크로스는 자유롭게 박스 앞까지 들어왔다.

 



실점장면3-3. 영리한 람은 브라질의 수비진이 측면에 집중했을 때, 박스 앞에서 마크맨 없이 혼자 있던 크로스에게 연결했고, 이런 상황에서 골을 못넣을 크로스가 아니었기에 결국 브라질은 두번째 실점에 이어 세번째 실점까지 연달아 허용하면서 전반 24분만에 3:0으로 몰리게 되었다. 브라질의 수비라인은 말그대로 엉망진창었다. 이미 두번째 실점에서부터 정신이 무너지기 시작했던 브라질은 2분만에 추가골을 허용하면서 말그대로 정신적으로 붕괴했다.

 

 

이미 3:0 이 된 순간부터, 브라질은 정신적으로 붕괴됬고(아니, 어쩌면 두 골을 실점했던 순간부터였을지도), 이후 따라잡을 수 있을 여력은 브라질에게 없어보였다. 결국 전반 24분여만에 이미 경기는 끝난 셈이었고, 남은 시간의 경기양상과 득점 장면은 분석할 가치가 있거나, 일반적으로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시합이 아니었다.

 

 

결론

 

아직도 전 국민이 치를 떠는 64년전 마라카낭의 비극을 이번 월드컵에서 새로운 역사(V6. 우승)로 씻길 원했던 브라질 국민들은 자신들이 상상할 수 있었던, 아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최악의 결과로 새로운 역사를 눈 앞에서 보게 되었다. 이번 패배는 브라질 국민들에게뿐 아니라 전 세계 축구 100년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패배로 기억될 사건이며, 축구의 나라 브라질이 다신 나오기 힘들 불명예스러운 기록들로 도배해버린 절대 잊혀지지 않을 재앙에 가까운 밤이었다. 

 

반대로 독일 입장에서는 축구 역사에 길이남을 밤이었고, 이 날의 선수들은 또 다른 역사로 기억될 것이다. 브라질이 전반 초반부터 스스로 자멸했기에 이런 말도 안되는 스코어가 나온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독일의 강함을 평가절하해서도 곤란하다. 팽팽하던 저울추를 무너뜨린 선제 골도 독일의 치밀함과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고, 브라질을 자멸하게 만든 원동력도 상대 약점을 철저히 공략하고, 압박하던 독일의 단단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경기 외적으로도 독일 대표팀은 승자를 넘어 강팀이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그렇게 많은 스코어가 전반전까지 기록됬음에도 흐트러지는 모습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상대를 철저하게 무너뜨렸다. 브라질이 교체 멤버들로 좋은 흐름을 후반 시작부터 보였음에도 결국 독일의 지독한 역습에 또 추가골을 연달아 내준 것과 브라질의 슛팅(사실 슛팅이 대부분 중앙으로 쏠렸던 것을 생각하면, 이는 극도의 부담감으로부터 수비뿐 아니라 공격수들도 완전히 무너져내렸음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을 처절하게 막아내던 노이어의 선방으로 우린 알 수 있다. 혹자는 이 날의 독일을 빗대어 '비정함'과 '잔인함'을 느꼈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정신력과 '프로의식'에 감탄을 하게 만드는 경기였다. 그들이 상대하는 팀은 다름아닌 브라질이고, 일말의 동정심은 그들에겐 이번 패배보다 더 큰 치욕을 안겨주는 일이라는 걸 알기에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스포츠맨십이다.

 

사실, 이번 브라질 대표팀은 '역대 최악의 브라질 주전 공격수'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프레드뿐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대표팀 선배들과 비교 당하며 상대적 약체로 분류됬던게 사실이다. 네이마르와 센터백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의 네임밸류나 실력은 선배들의 아우라에 비하면 초라해 보인다. 그랬기에 더더욱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우승이 필요했던 거였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 브라질은 참 많은 것을 잃었다. 미네이랑 스타디움엔 더이상 예전의 그 '브라질'은 없었고, 오히려 압도적인 강함과 화려함, 골세례로 더 '브라질스러웠던' 독일에게 처참하게 박살난 브라질만 그라운드 위에 있었다. 

2014년 7월8일 21:00, 브라질은 명사를 잃고, 형용사마저 잃어버렸다.

 


 

 

하지만 이 결론은 어디까지나 준결승전까지의 브라질을 가리키는 것이다. 우리가 넘어지는 이유는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라고 한다. 비록 브라질은 지금 무너졌지만, 다시 올라올 수 있고 그것을 이루기에 충분히 넘치는 재능과 힘을 가진 팀이다. 결과적으로 1950년 '마라카낭의 비극'은 단순히 지우고 싶은 악몽이 아니라, 더 찬란한 미래를 위한 성장통이었다. 관중석에서 '마라카낭'의 눈물을 직접 보고 자란 한 어린 소년은 결국 8년 뒤 조국의 첫 월드컵 우승을 안겼고, 이어서 2번의 트로피를 더 들어올렸다. 그 소년의 이름은 바로 펠레다. 그 외에도 1982년 또 한번의 월드컵 우승을 목전에 두고, 이탈리아에게 말도 안되는 역전승을 허용해, 트로피를 놓친 비운의 82 황금 대표팀의 '데 사리아의 참사'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날의 참사를 보고 자란 브라질 소년들은 12년 뒤, 1994년 월드컵 우승을 일궈냈고, 이후 브라질은 새로운 황금세대와 함께 4회 3년 연속 결승진출(2회 우승)이라는 기록과 함께 5회 우승이라는 빛나는 전성기를 구사했다. 그리고 이젠, '미네이랑의 비극'을 직접 보고 자란 새로운 희망들이 등장할 차례다. 이 날의 참사를 가슴 속에 간직한 어떤 소년이 앞으로 등장할지 기대해본다. 그리고 그 소년은 반드시 나타나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브라질'이니까.

 

 

"독일은 우리에게 축구란 어떻게 하는 것인지 가르쳐주었다. 여기서 그칠게 아니라 이제는 한 발 물러나,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브라질 축구계에 어떠한 문제점들이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앞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 주니뉴 페르남부카누 

 

 

 

Posted by 티슬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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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은 좋은데 저렇게 튀어 나오면 너무 불안하지 않나."

"왜 이렇게 얄밉지? 비매너 플레이만 안하면 좋을텐데."

"와... 저걸 어떻게 막아?!"

 

 

등등 ... 아무리 인기와 안티는 비례한다지만, 포지션 특성상 필드 플레이어에 비해 주목받기 어려운 골키퍼인데 불구하고, 요 근래 이만큼 스타성 높은 선수는 없었던 듯 하다. (좋게 말하면 스타성이고, 뭐 나쁘게 표현하자면 어그로(논란을 이끌어내는 행위)를 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숱한 화제를 뿌리고 다니는 현 바이에른 뮌헨과 독일 대표팀의 부동의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의 이야기다.

 

어제 있었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8강 프랑스 : 독일의 경기 마지막 인저리 타임, 벤제마의 회심의 슛팅을 동물적인 반응속도(진부한 표현이지만, 이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미사여구가 없다)와 함께 한 손으로 막아내고, 벤제마가 고개를 떨구는 마지막 장면은 전세계 팬들에겐 매우 인상적으로 남았을 것이다. 어디 이뿐만인가. 16강 알제리전에선 말그대로 그라운드를 혼자 뛰어다니면서, 최후방 수비수 역할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팬들과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기도 했다. 물론, 여기서 그치면 노이어가 아니겠지. 역시나 졸렬한(?) "공뺏어서, 시간끌기" 스킬까지 시전하면서 "이 구역의 미친 놈은 나야" 외쳤다.

 

노이어를 평소 접하지 못하고, 이번 월드컵을 통해 제대로 보게 된 팬들에겐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주는 노이어의 퍼포먼스와 기행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중계중에도 노이어의 그러한 성향을 비판(?)적으로 보시는 해설 멘트도 있었다. 노이어를 원래 분데스리가나 챔피언스리그에서 봐왔던 팬들에겐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을텐데, 새삼 노이어의 이러한 모습이 요 근래 화제로 떠오르는 것 같아, 그냥 이번 글은 두서없이 최근 노이어의 퍼포먼스에 대한 주저리 주저리.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8강전에서 가장 결정적이었던 순간

 

"단지 반사적으로 나온 행동이었을 뿐." 

- 경기 후 인터뷰, 마누엘 노이어

 

 

 

<의식의 흐름 주의!>

 

 

잡담1. 현 세계 최고의 골키퍼 .. No.1

 

먼저, 솔직하게 말해서 난 노이어를 좋아하지 않았다. 샬케 시절엔 챔피언스리그 몇 경기와 간간히 올라오는 하이라이트를 제외하곤 제대로 본 적도 없었기에 평가를 내리기도 애매했지만. 노이어가 제대로 전 세계에 이름을 각인시킨, 경악스러웠던 2010-11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vs 맨유 전을 보는 그 당시까지도 역시 노이어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정하지 않았다는게 더 맞겠다. 크게 골키퍼들을 쉽게 분류할 때, 반사신경에 특화되어 뛰어난 세이브를 보여주지만, 기본적인 볼 핸들링이나 수비라인 조절 등에 취약한 선방형 키퍼와 놀랄만한 선방은 별로 보여주지 못해도, 안정감을 주 무기로 묵직한 기본기를 보여주는 '안정형' 키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둘을 모두 갖춘 키퍼들은 전세계적으로 몇 없는 월드클래스 키퍼들일테고. 그래서 보통 '선방형 키퍼'들은 그 화려함 때문에 쉽게 주목받고, 또한 쉽게 잊혀지는 반면에, '안정형' 키퍼들은 꾸준함으로 대기만성형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뭐, 이야기가 조금 빗나갔는데, 어찌되었든 중요한 것은 당시 노이어는 물론 좋은 키퍼지만, 그저 2~3시즌 정도 짧게 전성기를 유지할 '선방형' 키퍼라고 생각했고 그의 과감한 전진이나 기행(?)의 화려함이 평가에 있어 거품을 끼게 만드는 요인이라 보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키퍼는 두 명이 있다. 그 둘을 모두 좋아하지만, 한 명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이케르 카시야스를 꼽는다.(궁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머지 한 명은 쟌루이지 부폰이다. 그래, 인정한다. 내가 욕심이 조금 많다) 그래서 그랬을까. 뭔가 내겐 언제까지나 카시야스와 부폰이 최고니까, 다른 애들은 인정 못 한다는 꼰대적 마인드가 박혀있었나 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노이어가 그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미친 활약 덕에 이듬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고 하인케스와 만나 전성기를 구사하며, 승승장구 하는 순간까지도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내까짓게 인정 하니 안하니 해도 아무런 영향은 없다. 당시 샬케에서 뛰던 재능있는 독일 최고의 키퍼에서, 뮌헨 이적후 노이어는 독일을 넘어 세계 최고 키퍼 중 한 명으로 당당히 인정받았다. ) 그런 노이어가 내게 이래도 인정 안 할테냐?고 마치 시위라도 하듯,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인 경기가 있었으니 바로 2011/12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였다. 1,2차전 내내 뛰어난 선방능력과 마치 곰을 연상시킬 정도로 골대를 가득채우는 노이어의 아우라는 실로 굉장했고, 그런 퍼포먼스에 방점을 찍었던 게 바로 승부차기었다. 승부차기에서 카시야스와 노이어 모두 2개씩 막으며 본인들의 클래스를 증명했지만, 그 경기에서 내게 더 강한 인상을 줬던건 노이어였다. 내가 인정하지 않던, 외려 좋아하지 않던 녀석이 포효하면서 1번 호날두와 2번 카카의 킥을 연달아 막을 때의 아우라는 충격 그 자체였으니까. 

 

 

 

 

충격과 공포... 

2:0까지 몰렸을 때의 심정은 호날두 표정이 내 표정

 

 

그래... 그 날의 경기가 그랬다. 비록 결승전에서 어이없이 첼램덩크의 산왕이 되어 장렬하게 콩이 되었지만, 이 날 노이어가 준 잔상은 오래 남았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네가 세계최고의 골키퍼라고. 나만 몰랐지, 이미 노이어는 2010년을 기점으로 부폰과 카시야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물론 이미 전설로 남아 기록될 부폰과 카시야스지만, 그들이 정점에서 내려와 전성기만 못한 모습을 보이는 요 몇 년 동안에도, 노이어는 여전히 정상의 자리에 군림하고 있고, 그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몇 년간 더 자신의 시대를 이어갈 것이다. 물론 노이어 외에도, 00년 말부터 지금까지 뛰어난 키퍼들은 있었다. 체흐, 세자르, 조 하트, 바이덴펠러, 발데스부터 이번 시즌의 쿠르트와 , 나바스까지... 하지만 매 년, 세계최고의 키퍼를 논할 때 여러 후보들이 언급되지만, 언제나 손가락안에 꼽히는 선수는 노이어가 거의 유일하다. 마치 부폰과 카시야스가 전성기적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이번 월드컵이 더 기대된다. 2002년 올리버 칸의 수상 이후, 부폰 - 카시야스가 차례로 야신상(골든글러브)을 수상하면서, 마치 <야신상 = 역대급 키퍼>들의 공식처럼 굳어지고 있다. 이들을 이어 현 세계최고의 골키퍼로 불리는 노이어가 전세대 레전드들을 따라 야신상을 수상할 수 있을지 너무나 궁금하다. 노이어가 현재 8강까지 보여준 경기력으로 봐선,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경쟁자는 아무래도 나바스...? 하지만 8강에서 코스타리카가 탈락한 이상, 노이어가 조금 더 유리한건 사실!)

 

 

 

 

Yashin Award  :  Oliver Kahn - Gianluigi Buffon - Iker Casillas -    Manuel Neuer ?

 

 

 

 

잡담2. 스위퍼 - 키퍼.. 미래형 골키퍼? 

 

원래 뮌헨 경기를 종종 챙겨보는 축구팬들에게 노이어는 이미 너무나 유명한 캐릭터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제대로 풀경기를 보게 된 사람들에겐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최고의 경기는 바로 16강 독일과 알제리의 경기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그 경기 독일은 라인을 계속해서 하프라인까지 올렸고, 알제리의 투박하지만 빠른 역습에 시종일관 괴롭힘을 당하는 경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무실점으로 90분동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최후방 수비수를 연상시킬 정도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필드를 종횡무진 누비던 노이어의 존재 때문이다. 중계중에 여러 차례 해설가들도 노이어의 플레이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그 날 경기의 노이어는 깔끔 그 자체였다. 과감하게 튀어나오는 판단력과 그 판단력을 가능하게 하는 사기적인 신체능력, 그리고 깔끔한 태클 능력과 볼 컨트롤까지. 그야말로 골키퍼라는 포지션에서 뛰기엔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런건지 몰라도 급속도로 퍼진 용어가 있다. 바로 스위퍼-키퍼(Sweeper-Keeper)다. '쓸어담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일반적인 센터백 뒤에서 자리를 지키던 최후방 수비수를 지칭하던 스위퍼와 골키퍼의 합성어로 최종 수비수 역할을 하는 골키퍼를 뜻하는 말이다. 물론 지금 노이어를 설명하는 말로, 이보다 더 어울리는 표현은 없다. 하지만 스위퍼-키퍼와 노이어 대한 잘못된 오해 역시 생겨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노이어와 스위퍼-키퍼를 둘러싼 두가지 오해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다. 

 

 



16강에서 노이어의 59회의 볼터치중 21회가 무려 박스 바깥이었다. 

  

 


"노이어는 수비수 뒤에서 뛸 수 있다. 필드 플레이도 가능하다. 클린업과 무브업이 가능한 완벽한 선수."
- 요한 뢰브, 독일 감독 (프랑스와의 8강을 앞두고)

 

 

 

 

Q. 노이어가 스위퍼-키퍼의 창시자? 

 

간혹 커뮤니티를 돌아다니거나 일부 댓글을 보게 되면, 노이어를 가리켜 스위퍼-키퍼의 개념을 창시했다는 식의 글을 볼 때가 있다. 이에 대해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아니다." 가장 가까운 골키퍼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노이어만큼 기행으로 유명했던 레이나, 바르셀로나의 빅토르 발데스부터 시작해서 아약스 시절부터 크루이프즘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반 데사르, 스콜피언킥으로 유명한 이기타, 노이어의 우상이었던 옌스 레만 등등... 스위퍼-키퍼의 계보를 잇는 많은 골키퍼들이 있었다. 즉, 전혀 새로운 개념의 창시가 아니라는 거다.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전술적으로 일찍부터 골키퍼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실제로도 스위퍼-키퍼라는 개념을 적극 활용했던 국가다. 크루이프즘의 대표적인 변태 전술인 3-3-3-1(3-4-3)에서 골키퍼는 빌드업의 시작으로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즉, 노이어의 플레이 스타일은 스위퍼-키퍼를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이라 봐야하며, 그의 특이한 성격(기행20)에 비추어 볼 때,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을 입은 셈이다. 노이어가 전진해서 하프라인에서 헤딩을 하고, 가끔 드리블을 하는 것은 그의 말그대로 기행(상황상 발생하는)인 것이지. 이것을 노이어의 일반적인 역할과는 구분해야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알제리전 노이어의 히트 맵. 

 

"라인을 당겨 모두가 앞으로 전진한다면, 추가적인 수비수가 필요해진다. 

따라서 골키퍼는 필드 플레이도 잘 할 필요가 있다."

- 요한 크루이프

 

  

 

Q. 스위퍼-키퍼야 말로 미래형 키퍼. 골키퍼의 최종진화형이다? (노이어는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답은 글쎄... 굳이 말하자면 아닐 것이라는 데 한 표. 노이어 그 이전부터 이미 스위퍼-키퍼 유형은 있었지만, 결국은 골키퍼 포지션에 있어 스타일의 차이로 나뉠 뿐이지. 결코 이것이 모든 키퍼들에게 강요될 정도로 대표적인 형태로 발전하리라 보지 않는다. 라인을 올렸을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라인을 내렸을 때 제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들이 있다. 필드 플레이어들을 예로 들더라도 비아스-보아스가 첼시에 부임하던 시절, 극단적으로 라인을 올려 플레이 하는 바람에 수비라인이 전부 내내 적응 못하고 삽을 퍼던 사례가 있다. 키퍼로서도 마찬가지. 굳이 라인을 내린다면 그러한 전진성보다는 오히려 안정감이 더 필요로 할테니까. (이 말이 노이어가 안정감이 부족하다던가, 라인을 내렸을 때 못한다거나, 혹은 선방이 부족하다는 말로 왜곡하지 않길 바란다. 다들 그 정도 독해 능력은 있잖아...)


노이어는 정말 희귀한 케이스다. 사기적인 신체능력 덕분에, 과감하게 전진하고 태클하고, 뛰어나갈 수 있다. 물론 그걸 계산할 수 있는 놀라운 판단력이 받쳐주니까 가능한거겠지만. 하지만 이런 화려한 노이어의 플레이 스타일도 결국은 위험성이 자연스럽게 수반된다. 과거 샬케 시절, 스탄코비치에게 허용한 장거리 슛팅이라던가, 13/14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레알마드리드 선수들을 상대로 과감하게 전진하다가 어처구니 없이 실점할 위기를 초래했다던가 등등... 결국 골문을 비우고 나오는 거니까 굉장히 위험성이 내포된 플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성을 감내할 필요가 없는 팀에선 사족이 될 수 있겠지만, 바이에른 뮌헨(펩)과 같이 극단적으로 라인을 올리는 팀이니까 더 빛이 날 수 있는거라 생각한다. 즉, 노이어의 능력은 능력일 뿐이고, 결국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전술의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게 내 생각. 즉, 이것은 노이어만의 케이스일 뿐. 결코 이것이 '패러다임' 운운할 정도는 정말 오버스러운 말이라 본다. 스위퍼-키퍼의 탄생 이후 이것이 대세가 되었냐를 생각해보면, 글쎄. 최근 노이어 외에 다른 키퍼들인 체흐, 쿠르트와, 세자르같은 선수들을 생각하면 이들은 전통적인 키퍼스타일로 자신들이 월드클래스임을 입증하고 있다.



 


2010/11 챔피언스리그 8강 vs 인테르. 노이어의 전진에 철퇴를 날리는 스탄코비치
물론. 이건 노이어의 전진 자체보다는 스탄코비치의 킥이 사기...


"이번 월드컵 노이어의 활약은 놀랍다. 하지만 노이어는 자신의 그러한 과감한 전진이 때론,
잘못된 판단으로 엄청난 실수가 될 수 있다는걸 명심해야 한다." 
- 하랄트 슈마허 (82월드컵 독일 GK. '세비야의 도살자')

 

 

 

  

잡담3. 노이어의 멘탈 ?

 

노이어는 그 화려한 플레이 스타일만큼이나 언행도 화려해서 사람들에게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타입이다.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노이어는 실력에 걸맞는 솔직한 성격, 즐라탄류 똘끼쯤으로 이해되는 편이지만, 불호하는 사람들에게선 그저 "입"으로 나불대는 밉상일뿐이다. 물론 노이어의 실력은 다들 인정하겠지만 말이다. 자신만의 에고와 캐릭터가 뚜렷해 스타성은 확실한 편이다. 챔피언스리그 레알마드리드 전에서 라모스의 PK실축을 놀리는 발언으로 라모스와 트윗 설전을 벌인 일화는 유명하다.(당연히 라모스도 똘끼하면 빠지기 어려운 존재. 재밌게도 이 둘은 13/14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서로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역시 독특한 캐릭터들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노이어의 멘탈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 대부분은 노이어의 발언보다는 아마 이것 때문일 공산이 크다. 바로 노이어의 "시간끌기" 스킬. 독일 골키퍼들 중에 이렇게 신경전을 펼치는 사례가 종종 있었는데, 노이어는 평소 그 기행 때문에 더 주목을 받는듯하다. 주로 노이어가 시간끌기 스킬을 시전하는 상황은 토너먼트에서 앞서고 있을 때, 실점하고 난 뒤에 일어나는데, 대표적으로 지난 2012/13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2번째 골을 실점하자, 주지 않고 그대로 누우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이번 월드컵에서도 연장 후반전에 알제리의 만회골이 터지자, 공을 가져가는 알제리 선수의 공을 다시 빼앗아 던지면서 '명불허전'의 졸렬함을 보였다. 노이어의 이런 태도에 해당 팀 팬들은 "재밌다."거나 "우리팀이지만 너무하다." 등 여러 의견으로 갈릴 수 있겠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말그대로 울화통 터지는 행동일 뿐이다. 말그대로 밉상.


이러한 모습 때문에 노이어의 멘탈이 쓰레기라니, 별로라는 등의 얘기가 가끔씩 나오는데, 노이어의 이러한 행동을 나도 좋아하지 않지만 말은 바로 잡아야 될 것 같다. 이건 '멘탈'의 문제가 아니라 '매너'의 문제다. 매너 역시 멘탈과 연관된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엄연히 멘탈은 더 상위의 것이며,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를 통틀어 멘탈의 문제라고 발언하는 것은 굉장한 왜곡이다. 멘탈적으로 노이어는 굉장히 최고 레벨의 선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대담하게 움직일 수 있는 용기와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 설사, 본인이 경기 초반 실수를 했더라도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이어의 경기를 보면 언제나 자신감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인 실력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꽉 차있는데,(그냥 인터뷰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는 위닝 멘탈리티(이기고자 하는 의지, 승부욕, 정신력 등등...)가 굉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끌기 스킬 역시 볼썽사나운 비매너 행동이지만, 크게 보면 그의 승부욕이 발현된 행동이라 할 수 있다.(물론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노이어가 실점했을 때를 보면, 분을 못 이겨 뒹구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노이어의 멘탈과 별개로, '시간끌기 스킬'에 대해선 분명 비매너 액션이다.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들과 일맥상통한다. 예를 들어 경기중 흔히 나오는 코너 플랫 부근에서 볼을 돌리거나, 일부러 등만 진채 볼 지키기에만 전념하는 시간끌기 행동들과는 전혀 다르다. 그러한 행동은 인플레이 상황에서 공격자가 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플레이 가지 수 중 하나지만, 노이어의 행동은 플레이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니까 비매너다. 실점하고 주심이 휘슬을 울렸을 경우, 다시 볼을 중앙으로 가져가 실점한 팀이 경기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절차에 상관없이 끌어안고 있는 것은 의도적인 시간 보내기로 주심의 경고를 받아도 무방한 태도라 생각한다. 1분이 남아 있더라도 드라마를 쓸 수 있는게 축구기에 주심도 이에 대해 엄중히 주의를 줘야 한다고 본다. 심지어 흔히 중동 축구의 패시브 스킬이라 할 수 있는 '침대축구'는 정말 꼴보기 싫은 행동이지만, 그것조차 어찌되었든 주심이 반칙이라고 휘슬을 불어 인정한 뒤에 일어나는 엄연한 절차 속 액션이다. 물론 휘슬과 상관없이 드러눕는 고급 침대축구는 악의적인 행동으로 노이어의 졸렬한 짓과 비교될 수 없겠지만. 그래. 실력은 좋지만, 노이어가 '졸렬'한 짓을 많이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매너의 영역이지, 노이어의 멘탈과는 전혀 상관없다는게 내 생각.

 

 

 

 

'졸렬킹' 노이어. 어이없이 이 날 코시엘니가 경고를 받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솔직히 연장후반전 1분도 채 안남은 상황이었는데, 거기서 저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

심지어 수 억 가구가 시청하는 월드컵에서 말이다. 똘끼 ㅋㅋㅋ

 

 

 

번외로 멘탈에 대한 정의가 사실 불분명한 것도 사실이다. 매너와 멘탈의 경계를 어디까지 정해야 되는 지도 문장화하기 어렵고. 그래서 얼마전 '멘탈'에 대해 쓴 좋은 글이 있어 이것으로 글을 마무리 하려한다. 아래 글은 이영표 KBS 해설위원이 멘탈에 대해 트위터에 쓴 글중 일부다.

 

 

 

십여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남아있는 또 하나의 오해는 한국 축구는 유럽 축구보다 정신력이 강하다는 오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유럽 축구가 한국축구보다 더 나은 가장 확실한 한 가지가 바로 멘탈이다. 우리는 흔히 상대를 거칠게 다루거나 부상당한 머리에 붕대를 감고 뛰는 것이 정신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멘탈의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니다.


축구 선수에게 멘탈이란, 자신보다 강한 자 앞에 섰을 때나 혹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를 앞두고 밀려오는 두려움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약한 상대를 쉽게 생각하지 않는 것. 경기장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 또 졌을 때 빗발치는 여론의 비난을 묵묵히 이겨내는 것. 이겼을 때 쏟아지는 칭찬을 가려 들을 줄 아는 것도 모두 멘탈에 속한다. 심지어 경기장 밖에서의 생활이 곧 경기장 안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것도 멘탈이다. 그렇기에 멘탈은 경기 당일날 "한번 해보자!"고 외치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장 강력한 멘탈은 훈련장에서, 우리의 일상에서 만들어진다.


완벽한 기술로 날마다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유럽축구를 쉽게 접하는 국내 축구팬들 중 일부는 이제 우리도 정신력 타령 그만하고 기술 축구 좀 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유럽축구의 환상적인 기술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바로 강력한 멘탈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하나같이 멘탈을 언급하는 이유도 박빙의 경기에서 결과를 바꾸는 가장 큰 힘은 기술이나 전술이 아니라 바로 멘탈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 한국 축구의 대 선배님들은 경기장 안에서 만큼은 최고의 멘탈을 가지셨고 그 멘탈이 한국 축구를 아시아 최강으로 이끌어 온 가장 큰 힘이었다. 축구 선수에게 멘탈은 가장 강력하면서도 필수적인 요소다. 눈에 보이는 훌륭한 기술 뒤에 숨어있는 보이지 않는 멘탈의 깊은 의미.


축구는 결국 멘탈 게임이다.


From Y.P Lee

 

 

 

 

Posted by 티슬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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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은 별로 생각보다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들의 전력을 감안할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칠레전을 돌이켜보면, 그들의 리듬은 전혀 볼 수 없었다. 비록 승부차기에서 패했지만 칠레가 오히려 더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고, 브라질은 여러차례 위기를 겪었다.


물론 브라질의 선수들은 여전히 훌륭하다. 특히 그들의 수비라인은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현 세계최고의 포백이라 할 수 있다. 하메스와 콜롬비아는 이들을 상대로 골을 넣어야 된다. 쉽지 않다. 난 다비드 루이스를 매우 좋아한다. 티아고 실바와 함께 할 때 그의 컨디션은 언제나 최고의 폼을 유지하는 것 같다.


그리고 티아고 실바는 현 세계최고의 수비수다.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가 이탈리아에 처음 도착했을 때가 기억난다. 어느 누구도 처음엔 그가 누군지 몰랐지만, 같이 지내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녀석이 얼마나 대단한 녀석인지 알게 되었다. 그가 밀란에 오자마자 즉시 제 실력을 발휘하진 못했다. 왜냐하면 6개월동안 경기에 뛸 수 없이 훈련만 해야됬으니까. 그렇지만 그가 뛸 때면 언제나 그의 재능을 증명해보였다.


그는 현대 축구에서 필요로 하는 완벽한 수비수다. 볼을 잘 다르구, 매우 빠르다. 또한 그의 집중력과 침착함 역시 최고다. 한마디로 완벽해.


그래. 그들이 수비 과정에서 여러차례 어려움을 겪은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들 개개인의 실력이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수비라인이 지나치게 오픈되어 있어 상대 공격수들과 직접적으로 맞부딪혔던게 더 큰 문제다. 지나치게 공세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그 좋은 수비수들이 수비과정에서 문제를 겪게 만들었다. 조별리그에서 그들이 기록한 많은 골을 기억해라. 브라질은 공격도 강한 팀이다.



난 카카가 브라질 대표팀에서 발탁되었어야 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카카는 그들이 선발할 수 있는 여러명의 좋은 선수들 중 한 명이었다. 비록 뽑히진 못했지만, 만약 뽑혔다면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할 수 있었을 거다. 그는 브라질 대표팀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또한 카카는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은 탑레벨 경기를 뛰어 본 경험도 있고, 월드컵도 경험해봤었기에 좋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카카의 경쟁자들 또한 충분한 재능을 가졌기에 스콜라리가 그렇게 택한 거겠지.


전체적으로 이번 월드컵은 확실히 보는 '재미'가 굉장하다. 많은 팀들이 공격적인 자세로 게임에 임한다. 공격수들에겐 많은 공간이 열려있고, 많은 선수들이 많은 골을 기록했다. 월드컵에서 뛰는 선수들은 힘들고 긴 시즌을 대부분 보내고 왔기에 지쳐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가끔 집중력이 떨어진다거나 어이없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러한 장면들이 이번 월드컵을 더 '재미있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기후가 영향을 미칠까?) 물론. 남아메리카 팀들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다른 팀들에 비해 이 정도의 습도와 더위에 더 잘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4개의 유럽팀이 힘겹게 8강에 도착했다. 독일은 알제리를 꺽기위해 연장전이 필요했다. 알제리는 독일 선수들에 비해 브라질 기후에 적응하는 데 덜 어려움을 느꼈다. 이번 8강의 대진표는 매우 흥미롭다. 누가 이길지 감이 오지 않기 때문에 흥미로운 월드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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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티슬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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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커리어를 생각하면, 역시 메시가 더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운도 더럽게 없지. 난 1년동안 그를 4번이나 만난 적도 있었다! 불행하게도 난 메시보다 11살이나 많았고, 그를 상대하기엔 너무나 나이가 들었어! 메시는 무언가 특별하다.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세상의 존재다. 크리스티아누 역시 다른 선수들과 격을 달리 하지만, 메시는 좀 더 특별하다. 그는 연속해서 10여차례의 방향전환과 질주를 할 수 있고, 그를 상대로 제대로 서있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그를 상대했을 때 이미 당신은 지쳐 있겠지만, 그는 언제나 기민하게 움직인다. 그 누구도 메시처럼 볼을 컨트롤 할 수 없다."

 

 

"호날두는 급격하게 그의 스타일을 진화시켰다. 내가 맨체스터에서 그를 만났을 땐, 호날두는 매우 트릭을 즐기는 드리블러(dribbling-lover 라는 표현을 썼음)였다. 하지만 현재의 호날두는 훨씬 효율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다. 언제나 골문을 향해 슛을 쏠 수 있고, 그 점이 그가 가진 최고의 무기다. 지금까지 그의 스타일은 계속 진화해왔다. 예전엔 단순히 즐길거리를 제공했다면, 어느새 그는 그의 기술을 훨씬 더 유용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제라드도 위대한 선수지만, 피를로는 천재다. 그의 롤 안에서 피를로는 여전히 세계최고다."

 

"현존하는 선수들 중에서 어느 누구도 피를로만큼 후방에서 롱 볼을 전개시킬 수 없다. 그가 순식간에 전방 3-40m의 패스로 공격수에게 전달하는 패스는 아름답다. 많은 선수들이 후방에서 활약하지만, 어느 누구도 피를로만큼 감각적이지 않다. 그와 다른 선수들과의 차이는 바로 상황마다 발휘되는 '직감'에 있다. 그는 이미 35살의 노장이지만, 아직 이탈리아에서 그를 대체할만한 선수는 없다."

 

 

 

 






몰랐는데, 골닷컴에서 월드컵 특집으로 네스타가 포스팅을 하기 시작했더라고요...

간만에 반가운 소식.. 이라 앞으로 자주자주 번역해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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