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연말이 다가오는 것을 언제부터 실감할까? 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다가온것을 알았을 때? 아니면 여기저기 돈 쓰는 곳이 많아질 때? 개인적으론 연예대상이나 연기대상과 같은 시상식얘기와 그 수상자가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생겨날 무렵부터라고 생각한다. 한 해의 모든 결실을 따져,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사람들에게 트로피로서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시상식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뜨거운 이슈가 될 수 밖에 없다.
축구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매년 연말이 되면 여러 시상식에서 한 해의 최고 선수들에게 영광스런 트로피를 수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여러가지 상 중에서도 특히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는 단연 으뜸으로 꼽혀왔는데, 작년부터 이 두상을 통합하여 만든 FIFA 발롱도르는 명실상부 축구계에서 가장 권위있고 명예있는 트로피라 할 수 있다.
FIFA 발롱도르
FIFA발롱도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기 위해선 FIFA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에 대해 먼저 알아야한다. 먼저, FIFA 올해의 선수상은 FIFA에서 한 해동안 가장 뛰어났던 선수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1991년에 남자선수들만을 대상으로 처음 제정되었는데, 2001년부터는 여자 선수도 같이 선정하게 되었다. 수상은 FIFA에 가입된 각 국가들의 대표팀 감독과 주장들의 투표로 결정나게 되는데, 각자 3명의 선수를 꼽아 5점, 3점, 1점씩 점수를 배분한다. 그 총합이 가장 높은 선수가 그 해의 FIF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게 되는 것이다. 첫 FIFA 올해의 선수상은 로타르 마테우스가 수상하였다. 최다 수상자는 지네딘 지단과 호나우도가 각각 3회를 기록했고, 지금까지 연속으로 수상한 선수는 호나우도(96,97)와 호나우딩요(04,05)가 유이하다. 최다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와 클럽으론 브라질(8회)과 바르셀로나(7회)가 있다. 여자 선수들 가운데서는 브라질의 마르타가 4회(FIFA발롱도르 포함 5년연속, 2006~2010)로 최다 수상 기록을 보유중이다.
반면, 발롱도르의 경우 그 역사가 FIFA 올해의 선수상에 비해 엄청나다. 골든볼 혹은 올해의 유럽선수상이라고도 불리는 발롱도르는 1956년 '프랑스 풋볼'의 편집장이던 가브리엘 아노(Gabriel Hanot)가 한 해동안 최고의 활약을 한 유럽선수를 기념하기 위해 그의 동료들과 함께 후보를 선정하여,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선수에게 상을 수여하면서 시작되었다. 발롱도르는 유럽선수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만큼 비유럽출신의 유럽축구에서 뛰는 선수들만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상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1995년부터는 비유럽 선수들에게까지 그 범위를 확대시켰고(첫 외국인 수상자는 AC밀란의 레전드 조지웨아로 1995년, 개정된 그 해에 수상하였다.), 2007년엔 유럽축구뿐 아니라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게 되면서 명실상부 최고의 상으로 거듭났다. 발롱도르의 수상은 50명의 각 국을 대표하는 축구전문 기자단의 투표로 결정나게 된다. 2007년 그 수상범위가 전세계로 확대되면서 기자단 역시, 전세계를 대표하는 96명의 축구전문기자들로 확대되었다. 첫 발롱도르는 1956년 블랙풀에서 뛰던 스탠리 매튜스가 수상하였고, 최다 수상자는 요한 크루이프, 반 바스텐, 미셸 플라티니가 3회로 기록되었다. 2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루메니게(80,81), 케빈키건(78,79), 반 바스텐(88,89), 크루이프(73,74), 플라티니(83,84,85)가 있고 이 중 3연패는 플라티니가 유일하다. 최다수상자를 배출한 국가로는 독일과 네덜란드가 7회로 최다국에 기록되어 있지만, 약 40년동안 수상에서 배제되어 있던 브라질이 5회라는 것은 꽤나 놀라운 일이다. 클럽으로는 유벤투스와 밀란이 8회로 가장 많은 선수를 배출하였다.
유럽축구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 가브리엘 아노
이렇게 축구계를 대표하는 두 상이었지만, 사실 명예와 권위에 있어서 FIFA 올해의 선수상보다 발롱도르가 더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왜냐하면 그 역사와 공정성에서 발롱도르가 단연 앞서기 때문이다. 우선, 1991년에 만들어진 FIFA 올해의 선수상보다 발롱도르는 무려 35년이나 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또한 발롱도르는 각 국을 대표하는 신뢰감이 높은 축구 전문 기자들에 의해 선정된다. 축구전문 기자들인만큼 객관성을 유지하는 측면이나 편향되지 않고 축구계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에 있어서 그 공정성을 기할 수 있다. 또한 발롱도르뿐 아니라 전 세계의 축구를 비롯한 영화, 음악과 같은 대부분의 유명 시상식들 역시 대부분 전문 심사위원단에 의해 선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FIFA 올해의 선수상은 그 선정이 현장에서 같이 뛰고 있는 감독과 선수들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 문제점이었다.
아무래도 객관적으로 '제 3자'의 입장에서 폭 넓게 여러 선수들의 활약을 관찰할 수 있는기자들과 달리, 현직 선수들과 감독들은 경기 외적인 요소가 더 관여될 가능성이 클 수 밖에 없다. 또한 자국의 선수들과 리그에만 편향되있을 수 있는 감독과 선수들에게 세계 축구계 전체를 보고 평가해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에 가깝다. 그렇기에 변방의 선수들과 감독일수록 선수의 이름값에 휘둘리거나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이러한 논란은 FIFA와 발롱도르가 서로 다른 수상자를 배출한 해에 더욱 가열되었었다.(특히 2003년 발롱도르가 네드베드를 택하고, FIFA가 지단을 택했을 때 그 논란은 절정으로 치닫았다.) 이 두가지 요인들로 인해 FIFA 올해의 선수상은 인기상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았고 그 권위와 명예에 있어 발롱도르가 더 우위를 점했던 것이다. (발롱도르는 그간 약점으로 평가받던 수상의 편협성도 1995년과 2007년 각각 비유럽과 전세계로 범위를 확대되면서 극복하였다.)
이렇게되자, FIFA에서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발롱도르와의 통합이었다. 이 놀라운 발상의 전환으로 FIFA는 발롱도르에 밀리던 권위와 명예를 회복하였고, 발롱도르 역시 FIFA라는 세계적 인지도와 함께 유일무이한 세계최고의 상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그렇게 FIFA 발롱도르의 탄생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였다. 최초의 FIFA 발롱도르의 후보들이 발표가 되기전까진 말이다.
2010 FIFA 발롱도르의 남녀 수상자. 리오넬 메시와 마르타
논란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여운과 시즌 초반으로 열기가 뜨겁던 10월26일. 역사적인 FIFA 발롱도르의 첫 후보군 23인이 발표되었다. 예상대로 스페인이 7명(카시야스, 푸욜, 샤비, 이니에스타, 알론소, 세스크, 비야)으로 가장 많았고, 독일(5명, 클로제, 뮐러, 외질, 슈바인슈타이거, 필립 람)과 브라질(3명, 세자르, 마이콘, 알베스), 네덜란드(로벤, 스네이더)가 그 뒤를 이었다. 그 외에도 메시(바르셀로나), 포를란(우루과이), 호날두(레알), 드록바(첼시), 에투(인테르), 기안(가나)도 후보에 선정되었다.
2010년의 경우, 월드컵이 열리던 해였다는 점에서 클럽에서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월드컵에서의 활약이 그 어느때보다 수상의 기준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축구계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 월드컵이 열리는 해의 특수성때문이기도 하고, 역사적으로도 월드컵이 열리던 해의 발롱도르(FIFA올해의 선수상도 마찬가지다.)의 수상자는 대부분이 월드컵의 주인공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2010 FIFA 발롱도르의 가장 유력한 후보는 인테르를 이탈리아 클럽 최초의 트레블로 이끌었고,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결승전까지 이끈 스네이더였고, 바르셀로나의 샤비와 이니에스타 역시 리그우승과 월드컵우승으로 유력한 선수들이었다. 여기에 AT마드리에서 유로파리그 우승과 우루과이의 4강을 견인한 유로파리그&월드컵 MVP에 빛나는 포를란과 비록 월드컵에서는 8강에 머물며 기대치에 못 미쳤지만 소속팀에서 리그우승과 득점왕(+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리오넬 메시 역시 수상 가능한 선수들이다.
그리고 그 해 12월, 기다리고 기다리던 최종 후보3인이 발표되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소식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아마 스페인을 제외한다면) 위에서 언급했던 후보들 가운데서도 어쩌면 가장 유력해보였던 스네이더가 최종 후보 3명중에서도 탈락한 것이다. 스네이더를 제치고 들어간 선수는 '샤비, 이니에스타, 메시'의 바르셀로나 3총사였고, 결국 최종 수상자는 리오넬 메시로 결정되었다.
(아, 글을 이어가기 전에 한가지 분명히 하고 해야할 것이 있다. 이 글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메시가 FIFA 발롱도르의 자격이 없는 선수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분명 현재 메시는 호날두 정도를 제외한다면 비교대상이 없는 명실상부 세계최고의 선수며, 피파발롱도르를 충분히 수상할 만한 선수라는 것을 미리 짚고 넘어가겠다.)
사실, 최종후보 3인이 발표되기 이전부터 23인의 후보발표때도 논란이 있었다. 스네이더와 함께 트레블의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09/10 UEFA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디에고 밀리토가 23명의 후보에도 뽑히지 못한것이었다. 다소 억울한 결정이었지만, 그냥 이변정도로 치부되었고, 당시 큰 화제는 되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이번 스네이더가 최종 3인에도 뽑히지 못한것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스네이더가 탈락하자 그 선정기준에 대한 의문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세가지를 정확히 살펴보자면..
첫째, 월드컵이 그 기준인가.
월드컵이 열리는 해의 개인수상은 거의 다 해당 월드컵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거나 우승국의 핵심선수들이 수상을 했었다. 1998년의 지네딘 지단, 2002년의 호나우도, 2006년의 칸나바로와 같은 선수들은 다들 FIFA와 발롱 모두 석권했었다. (1991년부터 생겨난 FIFA와 1995년부터 외국선수의 수상이 가능했던 발롱도르이므로, 98년 이전의 월드컵들은 생략한다.) 따라서 지금껏 그래왔던 관례에 따라 이번 남아공 월드컵의 우승국인 스페인 선수들과 준우승국인 네덜란드 선수들, MVP의 디에고 포를란이 유력한 후보라 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클럽의 활약까지 더해서 간추리자면 이니에스타와 샤비, 스네이더, 포를란, 로벤을 꼽을 수 있겠지만, 메시에 대해선 의문후보가 따르기 마련이다.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8강에서 독일에게 두 대회 연속으로 탈락했고 메시는 월드컵 기간내내 1골도 기록하지 못하였다.(4개의 어시스트) 그리고 스탯과 상관없이 2010 월드컵은 메시와 아르헨티나의 월드컵이 전혀 아니었다.
둘째, 그렇다면 리그성적으로 후보3인이 뽑혔는가.
그것도 애매하다. 리그우승과 챔피언스리그 4강의 바르셀로나 선수들이긴 하지만, 그 이상을 해낸 스네이더(리그,챔피언스리그,코파)와 로벤(리그,FA,챔스결승)이 있지않은가. 거기다 스네이더의 인테르는 4강전에서 바르셀로나를 꺽고 결승까지 진출해 결국 우승을 해낸 팀이다. 그럼 팀간의 성적을 제외한 철저한 개인성적만을 보았는가? 그렇게 본다면 샤비와 메시의 경우는 설명이 가능하다.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득점왕을 차지하며 경이로운 득점력(47골)으로 골든슈까지 차지한 메시는 분명 대단한 활약이었다. 샤비 또한 시즌내내 꾸준한 활약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다만 이니에스타의 경우, 과연 그가 다른 시즌만큼 2009/10시즌에도 활약했는지 물어보면 그 대답은 글쎄에 가깝다. 20경기(+9경기 교체)에서 선발로 출전했던 이니에스타는 1골5어시의 다소 저조한 활약으로 시즌을 마쳐야 했다. 그에 반해 스네이더는 리그에서 4골7어시의 기록과 챔피언스리그에서도 2골6어시를 기록하며 골고루 활약했고 UEFA 올해의 미드필더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또한 이럴경우 UEFA올해의 선수이자, 이 해에 30골을 넘게 기록했던 디에고 밀리토의 탈락도 억울해지게 된다.
2009/10 Wesley Sneijder
- Inter Milan 39(2) 7 goal 13 Assist
- European Treble(The first in Italy)
- UEFA Club Midfielder of the Year
- 2010 World cup runner-up
- 2010 World cup Bronze shoe
- 2010 World cup Silver ball
- 2010 World cup MOM 4 times (The Most player)
결국 수상기준이 어느 한쪽에도 성립하지 않고 둘 다 모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FIFA와 발롱도르의 선정방식이 합쳐진 것이 이러한 논란거리를 만들었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는데, 투표결과를 한번 주목해보자.
대표팀 감독과 주장의 투표를 제외하고 기자단만의 투표결과를 따질 경우, 1순위(5점) 투표에서는 스네이더가 35표로, 이니에스타(40), 샤비(36)보다 약간 낮았지만 2순위와 3순위를 다 합친 최종 결과에서 320점으로 이니에스타(313)를 제치고 1위에 올랐고 샤비와 메시는 각각 3,4위에 머물렀다. 즉, 기존의 발롱도르였다면 아마 2010 발롱도르의 주인공은 스네이더였을 것이다.(물론 FIFA 올해의 선수상은 메시의 차지였겠지만) 그렇지만 발롱도르가 아닌 FIFA 발롱도르의 방식은 대표팀 감독과 주장들의 투표가 더해져야 했고 스네이더는 여기서 점수가 뒤집어진 것이다.
2010 FIFA 발롱도르의 투표 결과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스네이더의 탈락에서 이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UEFA 올해의 선수에서 팀동료인 밀리토에게 밀린데다가, 월드컵에서는 스페인에게 밀려 준우승이었고 골든볼에서도 포를란에게 밀려서 2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즉, 결정적인 수상에서 2인자(?) 이미지가 다소 있는것이 문제였을 수 있다. 아마 이러한 요인이 대표팀 감독과 주장들에게서 표를 얻지 못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추측할 수 있다. 유럽리그의 모든 경기를 볼 수 없는 국가의 사람들에겐 임팩트란게 그만큼 중요하니까 말이다. (클럽에서도 무관이었고 월드컵에서도 별볼일 없는 활약에 그친 호날두에게 대표팀 감독과 주장들이 많은 표를 던졌다는게 그 증거다.) 그렇지만 클럽과 월드컵을 통틀어 스네이더만큼 둘 다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는 분명히 없는것이 사실이기에 스네이더의 탈락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FIFA발롱도르 2위의 이니에스타는 스네이더의 수상을 예상하기도 했으며, UEFA 회장인 플라티니 역시 스네이더가 최종 후보3인에 들지 못한것이 부당하다는 언급을 남겼다. 각 국의 언론들 역시 최종 후보3인이 발표되자 다들 의문을 표했었고, 메시의 수상이 발표되자 더욱 논란은 가열되었다. 심지어 UEFA에서는 FIFA 발롱도르의 발표가 있은 얼마후, FIFA발롱도르와는 다른 또 하나의 시상식을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그 상이 UEFA 클럽 올해의 선수상을 대신하여 올 해 처음 탄생한 UEFA 올해의 최고 선수상(UEFA Best Player in Europe Awards)이다. 기존의 UEFA 올해의 선수상을 발전시켜 UEFA 가입된 53개국의 대표기자단 53명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발롱도르와 그 방식이 동일하다. 즉, 발롱도르의 부활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는 UEFA가 FIFA 발롱도르의 결정에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요약하자면, 월드컵 성적을 중요시했다면 메시가 아닌 샤비(꾸준함)나 이니에스타(임팩트)의 수상이 더 적절했을 것이고, 클럽 성적을 중요시했다면 최종후보 역시 바꼇어야 했을 것이다. 이도저도 아닌 수상기준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는 후보선정과 결과다. 결국 FIFA 발롱도르는 진정한 최고의 선수를 뽑기 위해 두 상이 하나로 합쳐졌지만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가 각각 지니고 있던 고유의 부분마저 모호해지면서 오히려 그 의미가 애매모호해진 상으로서 역사의 첫 스타트를 끊게 되었다.
최고의 상이라는 권위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선 첫 시상에서 드러난 후보자 선정과정을 비롯한 여러가지 문제점등을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필자만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FIFA 발롱도르의 선거단의 구성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FIFA올해의선수상과 발롱도르가 동등하게 합쳐진 상이라면 각 투표단의 수 또한 동일한 비율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만 대표팀 감독 : 주장 : 기자단의 비율이 거의 1:1:1에 가깝다. 즉, FIFA 올해의 선수장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말이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0.5 : 0.5 : 1 혹은 1 : 1 : 2의 비율로 변경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2003년 FIFA 올해의 선수상의 수상자로 지단이 결정나자, AC밀란의 가투소가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를 통해 FIFA 올해의 선수상을 의미없는 상이라며 비하했던 발언을 끝으로 작년 이야기였던 '논란'편을 마무리한다.
"크리스티안 비에리와 함께 캐러비언에 위치한 터크스카이코스 제도에 놀러간 적이 있었어. 당시 그 곳 대표팀 감독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더랬지. 그 감독은 나한테 한 표를 행사했더군. 반면 토티는 한 표도 얻지 못했어. 대체 기준이 뭐지? 이러한 종류의 상들은 더이상 신뢰성이 없어. 그라운드 위에서의 결과나 진정한 가치보다는 스폰서에 의해 더 많이 좌지우지 되고 있지"
2011 FIFA발롱도르, 올해의 선수상은?
FIFA 발롱도르의 2연패가 유력해보이는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자, 다시 과거에서 돌아와 오늘날로 넘어와보자. 올해로 2회째를 맞게되는 FIFA 발롱도르의 후보군이 얼마전 발표되었다. 사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월드컵과 같은 굵직굵직한 대회가 없었기에(물론 코파아메리카가 열렸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전례상 실제 수상에서 월드컵이나 유로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진 못했다.) 클럽에서의 성적이 중요시 되는데, 이 부분에서 리오넬 메시의 수상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도 커보인다.
리오넬 메시는 바르셀로나의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큰 공헌을 하였고(코파델레이는 호날두의 마드리에게 빼앗겨, 아쉽게 트레블의 기회는 놓치고 말았다.)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3연패에 성공하며 게르트 뮐러의 3연패기록과 동률을 이루었다. 물론 리그 최다골 기록을 경신하며 이번시즌 유럽 골든슈를 수상한 호날두가 메시의 가장 큰 경쟁자긴 하지만, 코파델레이를 제외하면 메시에게 타이틀 수에서 밀린다는 점이 메시의 수상가능성이 더 큰 이유다.
2011 FIFA발롱도르의 후보 - 아비달/이니에스타/샤비/메시/비야/세스크/알베스/피케(이상 바르셀로나), 외질/벤제마/호날두/알론소/카시야스(레알), 포를란/스네이더(인테르), 뮐러/슈바인슈타이거(뮌헨), 루니/나니(맨유), 아게로(맨시), 수아레즈(리버풀), 에투(안지), 네이마르(산토스)
지난시즌만큼, 수상자의 표가 나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에 수상자가 누구냐에 대한 논란거리는 그만큼 적어질 것이다. 다만 후보 23인의 선정에 대한 의혹은 1년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존재한다. 이 23명의 선수들은 대부분이 지난 한해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지만 몇 몇 선수들보다는 더 좋은 활약을 했음에도 후보에 들지 못해 너무나 안타까운 대표적인 선수들 5명을 대표적으로 꼽아보자면 이렇다.
가운데 - 노이어/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디나탈레, 비디치, 티아구실바, 고메즈
1. 분데스리가 클럽중 유일하게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했던 샬케의 핵심이었던 노이어. 비록 리그에서는 팀 성적의 부진으로 14위에 머물렀지만 샬케가 그나마 14위를 할 수 있었던 것도, DFB포칼 우승을 차지한 것도, 챔피언스리그에서 4강에 오를 수 있었던것도 모두 노이어의 신들린 선방이 있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샬케는 14위에 쳐져있지만 실점은 분데스리가에서 4번째로 적은 팀인데 이는 샬케 수비진의 공이 아니라 순전히 노이어의 몫이었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골키퍼로서 올리버칸 이후 10년만에 10/11 독일 올해의 선수상까지 수상하였다.
2. 28골로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오른 디 나탈레. 28골로 마리오 고메즈와 함께 2010/11 골든슈 3위에 오르기도 하였다.(1,2위는 호날두와 메시) 지난 시즌 알렉시스 산체스와 함께 우디네세를 챔피언스리그 예선까지 이끌었고, 2010 올해의 이탈리아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밀란이나 유벤투스, 인테르같은 강팀이 아닌 우디네세가 리그 4위를 차지한 것은 디 나탈레의 힘이 컸다. 유일하게 50인의 후보에 선정되었던 이탈리아 선수였으나 결국 탈락했다.
3. 지난 시즌 10/11 EPL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네마냐 비디치. 2008/09시즌에 이어 2번째로 선정되었다. 수비수로서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맨유가 결승전까지 오르는데 큰 공헌을 했다. 반데사르와 함께 맨유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뛰었던 비디치는 퍼디난드의 부상에도 스몰링, 에반스와 같은 어린 수비수들을 지휘하며 맨유의 수비라인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4. 2년만에 세계최고의 수비수중 한 명으로 성장한 티아구 실바. 올시즌 리그에서 밀란의 놀라운 수비력의 핵심으로서, 10/11시즌 가장 많은 MOM(10회)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실바의 수비력은 10/11시즌 경고를 1장도 받지 않은 놀라운 기록에서도 알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2010/11시즌 최고의 수비수로 실바를 꼽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또한 2011 세리에A 올해의 수비수와 선수상의 유력한 후보중 하나다.
5. 28골로 분데스리가 득점왕을 차지한 마리오 고메즈. 2006년 클로제이후 5년만의 독일선수의 득점왕이었고(마찬가지로 골든슈3위) 이것에 힘입어 노이어에 이어 독일 올해의 선수2위에 올랐다. 리그에서 무려 5번의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고메즈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8골로 메시에 이어 2위를 기록하였고, 시즌 통틀어 39골로 무시무시한 득점력을 선보였다. 대표팀에서도 좋은 골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고메즈는 올시즌 역시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득점1위에 랭크되어있다.
이상, 5명의 선수들은 한 해동안 리그와 유럽무대에서 모두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이다. 23인의 후보중 몇몇 선수들보다도 더 적합해보이기도 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는 FIFA 발롱도르의 후보 선정 기준이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가 명확하지 않기에, 일어나는 문제들이다. (포를란과 수아레즈의 경우는 2011 코파아메리카의 성적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네이마르는 코파리데르타도레스 우승, 캄페오나투 파울리스타 우승의 주역이었다는 점과 남미에서 가장 핫한 선수라는 점이 잘 부각된게 아닐까 싶다.)
가끔 "어차피 그래도 올시즌은 ㅇㅇ가 수상할꺼니까, 후보는 누가 올라가든 상관없잖아."와 같은 무책임한 발언들을 볼 수도 있는데, 이는 1년간 땀흘려온 선수들에 대한 모독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FIFA 발롱도르와 같은 상은 그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자리며, 열심히 1년간 뛰어준 선수들에 대한 공을 기리는 시상식이다. 그런 자리에 오르는것 조차 고마워하는 선수들이 대다수다. 그런 선수들에게 단순한 들러리 취급이나, 상관없다는식의 발언은 굉장히 무례한 언사다. 그렇기에 FIFA 발롱도르와 같은 최고의 상은 언제나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2011 FIFA 발롱도르, 올해의 감독상은..?
2010 FIFA 발롱도르 남녀감독상 - 조세 무리뉴와 실비아 나이트
FIFA 발롱도르 선수부문에 비해 관심을 덜 받을 수 있겠지만 2011 FIFA 발롱도르의 감독상도 분명히 존재한다. 첫 FIFA 발롱도르의 감독상은 인테르를 트레블로 이끌었던 무리뉴가 35.92%로 스페인 최초의 월드컵우승을 이끌었던 델보스케(33.08%)를 아슬아슬하게 누르고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여자감독상에선 독일 여자대표팀의 U-20 우승을 지도한 실비아 나이트 감독이 수상을 하게 되었다. 이번 FIFA 발롱도르 2011 감독상의 후보군이 얼마전 발표되었고, 그 명단은 아래와 같다.
델보스케(스페인), 알렉스 퍼거슨(맨유), 루디 가르시아(릴), 펩 과르디올라(바르셀로나), 위르겐 클롭(도르트문트), 요아힘 뢰브(독일), 조세 무리뉴(레알마드리드), 오스카 타바레즈(우루과이), 비야스-보아스(포르투/첼시), 아르센 웽거(아스날)
2011 FIFA 발롱도르의 강력한 후보들을 살펴보자면, 먼저 알렉스 퍼거슨감독을 들 수 있겠다. 리그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의 성적을 거둔 퍼거슨은 이번 시즌초부터 여러가지 어려움과 부상선수들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지도력으로 맨유를 성공적인 시즌으로 이끌었다. 지난시즌 첼시에게 빼앗겻던 타이틀을 다시 찾아온것과 이번시즌 유난히 잡음이 많았던 맨유를 별 탈없이 이끌어온 지도력이 높게 평가받는다.
그 다음으로 비야스-보아스 현 첼시감독도 유력하다. 사실 포르투갈리그와 유로파리그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가 지난 1년동안 포르투에서 거둔 성적만 놓고보면 단연 탑이라 할 수 있다. 리그 무패우승과 미니트레블(유로파+리그+FA)을 달성한 성적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특히 감독경력 2년차에 이만한 성적을 거뒀다는 점이 더욱 놀라운데, 이번 시즌 첼시에 부임해서 특유의 공격적인 컬러를 불어넣고 있는 중이다.
다음으론 바르셀로나의 수장, 과르디올라. 올시즌 바르셀로나를 이끌고 다시 한번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더블에 성공하면서 그야말로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구사하고 있다. 만약 코파델레이까지 1경기만 더 승리했다면 그야말로 두번의 트레블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울 수 있었지만 그것은 라이벌 무리뉴의 레알이 아쉽게도 저지했다. 그렇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도 이번 시즌 유럽무대의 주인공은 펩의 바르셀로나였다. 특히 두번이나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퍼거슨의 맨유에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은 대단한 업적이다.
이 밖에도 월드컵4강의 호성적을 코파아메리카우승까지 연이어 성공시킨 타바레즈나 9년만에 우승으로 명문 도르트문트의 부활을 알린 위르겐 클롭 역시 이번시즌 좋은 성적을 거둔 감독들이다. 그렇지만 이번 감독상에도 역시 논란이 되는 후보선정이 있다. 바로 아스날의 아르센 웽거다. 6년째 현 아스날에서 무관의 기록을 이어가는 웽거가 올해의 감독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아스날은 2010/11시즌에 FA컵 8강, 칼링컵 준우승, 챔피언스리그 16강, 리그 4위에 부진한 활약을 이어갔었다.
잉글랜드,스페인,프랑스,독일,포르투갈리그의 우승감독들이 모두 뽑혔지만 유일하게 이탈리아 우승팀 감독인 밀란의 알레그리만 제외된 점이 의문이다. 유럽의 변방까지 시선을 돌리면 러시아에서 공격축구로 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제니트의 루치아노 스팔레티도 지난시즌 좋은 활약을 했었지만 외면받았다. 국제대회를 기준으로 놓고보면 파라과이를 이끌고 월드컵8강과 코파아메리카 준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둔 헤라르도 마르티노 감독도 후보에 오를만한 감독이다. 이런 감독들 대신 어떠한 이유로 웽거가 후보에선정되었는지는 큰 의문을 낳을 수 밖에 없다.
by Omar Momani [Goal.com]
결론
어쨋든 2011 FIFA 발롱도르의 후보는 이미 발표되었고,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며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12월5일 최종후보가 발표될 때까지 기다리는 일밖에 없다. 애초부터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라는 성격이 다른 두 상을 하나로 합치면서 잡음이 일어날 것이라는건 누구나 예상 가능했다. 이미 FIFA 발롱도르가 어느정도 하나의 상으로 완전히 자리잡기까지 몇 년간은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다만, 그 기간이 얼마나 되느냐가 문제다.
정확히는 논란 없이 올해의 선수를 선정할 만한 모범답안은 존재하지 않는것이 정답이다. 축구뿐 아니라 어느 분야를 막론하더라도 시상식에서의 수상에 대한 논란은 존재한다. "어떻게 정보석이 우수상이지?" "말도 안돼. 어떻게 한효주와 김남주가 대상이야?" 와 같은 논란들은 매년 시상식때마다 있어왔다. 시상식과 논란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가 있다한들, 그보다 다른 선수를 더 높이 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어차피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방법은? 정확하고 일관된 규정을 지키는 것이다. 현재까지 보여준(물론 아직 1번밖에 치루지 않았지만) FIFA 발롱도르의 선정기준과 그 수상기준은 여러가지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모호한 기준이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이 수긍할 만한 기준으로 일관성을 유지한다면 그 선택에 대한 사람들의 100% 동의는 설사 못 받아내더라도 타당하게 납득시킬 수는 있다.
합당한 기준의 설립과 일관성으로, 여러가지 문제점을 보완하여, FIFA 발롱도르가 멀쩡한 두 상의 희생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논란덩어리 트로피가 아닌, 명실상부한 최고의 상으로 발전하길 축구팬으로서 간절히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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