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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칼럼/일반

[미리보기] 유벤투스가 우승할 충분한 이유

* 이 글은 바르셀로나가 코파 델 레이 우승을 확정 지은 시점에 작성된 글이므로, 현재의 상황(키엘리니 부상)과는 조금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립니다. 또한 철저히 유벤투스를 응원하는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므로 부담없이 가볍게 읽어주길 부탁드립니다. 

* 유벤투스가 트레블 하는 건 또 안 내키고. 부폰이 챔피언스리그 우승하는 건 보고 싶고.. 실제 속 마음은 이렇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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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Bleacher Report UK)



유벤투스가 우승할 충분한 이유

 

 이제 유럽 챔피언을 가리는 마지막 밤만 남겨두고 있다. 우승후보 뮌헨을 완파한 바르셀로나, 그리고 디펜딩 챔피언 레알을 이기고 올라온 유벤투스. 두 팀 모두 역사적인 ‘트레블’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야말로 결승전답다.

 

바르셀로나는 MSN(메시‧수아레즈‧네이마르)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동안 고수했던 점유율 욕심 대신 ‘속공’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다. 바르셀로나의 가장 달라진 점은 중심 이동이다. 중앙이 아닌 측면에 힘을 쏟고 있다. 메시의 위치를 중앙에서 측면으로 옮겼고, 빌드업 역시 철저히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노쇠한 챠비를 대체할 빌드업 리더를 새로운 미드필더가 아닌 리오넬 메시에게 위임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역습에 있어서도 측면으로의 볼 순환은 중앙을 거쳐 전진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결국 MSN의 빠른 역습을 위한 변화인 셈이다. 엔리케 감독의 이러한 접근은 동료 선수들의 희생과 철저한 로테이션 정책에 힘입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반면, 유벤투스는 그에 비해 더 많이 뛰는 팀이며, 안정적이다. 수비라인이 높지 않고, 미드필더들의 탄탄함을 바탕으로 밸런스가 좋은 팀이다. 테베즈도 위협적이지만, 유벤투스를 끌고 온 원동력은 베테랑 부폰을 위시로 한 수비진과 포그바‧피를로‧마르키시오‧비달로 이어지는 단단한 미드필더진의 공이 크다. 물론 토너먼트에서 매 경기 상황에 맞는 전술적 기지로 팀을 이끌고 있는 알레그리의 능력도 간과할 수 없다. 여기에 바르셀로나부터 수월한 일정(리그와 컵 대회 우승을 더 빨리 확정지었기에)덕에 체력적으론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큰 것도 유벤투스에겐 강점이 된다.

 

서론은 여기까지로 하고. 그래서 우승은? 전지전능한 ‘메시’의 바르셀로나가 전력상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결승 전, 양 팀에게 걸린 배당률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대로 바르셀로나가 무난하게 우승할까? 글쎄, 결승전은 백중세로 진행될 것이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 감히 유벤투스의 우승을 예상해본다. 그리고 그 이유를 SWOT 분석을 통해 알아봤다.

 



Strength(내부 강점) - 활동량, 미드필더, 수비력


 유벤투스의 가장 큰 무기는 미드필더다. 알레그리는 네 명의 미드필더(4-3-1-2)를 중원에 배치하여, 밸런스를 유지한다. 가장 중요한 선수는 아무래도 1에 위치한 비달이다. 투톱 밑에 위치했지만 수비 시에는 재빨리 복귀하여 3명의 미드필더와 함께 수비 라인을 구축해야 하고, 공격 시엔 득달같이 뛰어 나가 앞 선의 공격수들을 보좌하며 상대 라인과 라인 사이를 파고드는 역할까지 소화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비달의 무시무시한 활동량이 받쳐주니까 실현 가능한 전술이다. 그리고 비달뿐 아니라 유벤투스 미드필더들은 기본적으로 중원에서 많은 활동량을 기록하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유벤투스 수비력의 비결이다. 올시즌 바르셀로나 미드필더들도 많이 뛴다고 하지만 여기에에 비할 순 없다. 지난 챔피언스리그 4강 1,2차전에서 11km 이상을 뛴 바르셀로나 미드필더는 부스케츠뿐이었지만, 유벤투스는 마르키시오‧비달(2차전에선 혼자 12km를 기록했다.)‧피를로가 모두 11km 이상을 뛰면서 레알을 봉쇄했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슈퍼맨이 되어야 하는 '비달'


물론 활동량이 무조건적으로 승리를 보장하진 않는다. 하지만 바르셀로나가 후반기 들어 고전했던 경기(말라가, 세비야, 발렌시아)에서 모두 중원에서의 상대의 압박과 활동량에 밀렸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제아무리 MSN이라도 중원을 제압당하면 쉽사리 공격할 수 없다. MSN의 공격력은 결국 후방 미드필더들의 커버와 희생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또,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선 측면에서 풀백들이 수적 열세에 빠지지 않도록 커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유벤투스의 미드필더들은 뛰어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이러한 움직임에 잘 훈련되어 있다. 상대는 다르지만,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마르셀로와 호날두 라인을 지워버린 리히슈타이너-마르키시오(+비달) 라인이 그 예다. 이건 어디까지나 예상이지만, 아마도 결승전 당일엔 바르셀로나 공격의 시발점인 좌측면을 봉쇄하기 위해 수비 시, 비달과 포그바가 위치를 바꿀 가능성도 크다. 그렇게 된다면, 모든 에너지를 필드에 쏟아 붓는 비달의 위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메시에게 맨마킹을 붙일 것 같진 않다. 가능성도 회의적이고, 그렇게하면 공수 전체적으로 필드에서 영향을 미치는 비달도 죽이는 꼴이 된다. 선제골을 먼저 기록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올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

 


Weakness(내부 약점) - 피를로, 그리고 키엘리니


 물론 유벤투스가 우승하긴 위해선 이걸로 부족하다. 내재된 불안요소도 극복해야 한다. 넓은 시야와 킥으로 수비라인을 끌어올린 바르셀로나에게 묵직한 철퇴를 날릴 수 있는 동시에, 과거에 비해 떨어진 신체능력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지역에서의 잦은 실수는 유벤투스의 불안요소기도 하다. 지난 4강에서도 잠깐 지체하다 레알의 공격수들에게 공을 뺏겨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그런데 MSN은 레알 공격수들에 비해 더 위협적인 전방 압박을 구사한다. 특히 수아레즈가 지속적으로 피를로를 괴롭힐 공산이 크다. 그래서 마르키시오가 중요하다. 



상대는 MSN이다. 실수 한 방이면 시합이 터져버릴 수 있다.


올 시즌 알레그리 감독은 피를로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른 선수들에게 빌드업 부담을 많이 덜어주었는데, 그 대표적인 선수가 마르키시오다. 특히 마르키시오는 예년보다 공격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전진을 자제하고, 3선에서 피를로와 함께 팀을 조율하고 공격의 볼 줄기를 연결하는 역할에만 치중한다. 결승전, 피를로의 활약은 어쩌면 마르키시오에게 달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덧붙여 수비라인의 실수도 경계해야 한다. 중요 경기에선 실수 하나가 경기를 끝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상대가 MSN이라면 수비는 더더욱 완벽해야 한다. 가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키엘리니는 요주의 인물이다. 좌측에서 에브라와 함께 메시-수아레즈와 계속해서 맞부딪혀야 할 키엘리니가 90분동안 얼마나 실수하지 않느냐는 유벤투스의 우승을 판가름할 것이다.

 


Opportunity(외부 기회) - 높은 수비라인, 그리고 갈 길을 잃은 이니에스타


 바르셀로나의 높은 수비라인은 유벤투스에겐 분명 기회다. 모라타의 빠른 주력과 테베즈의 드리블은 바르셀로나의 센터백들(피케와 마스체라노)에게 매우 위협적이다. 사실, 결승까지 오른 바르셀로나의 수비력은 MSN의 화려함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실제 수치보다 더 불안정하다. 우선, 높은 수비라인으로 인해 배후 공간이 넓고, 팀 전체가 빠른 속공을 위해 기능하기 때문에 미드필더들이 매우 전진적이다. 


덕분에 라인과 라인 사이 공간이 넓으며, 중원에서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특히 이니에스타는 그 자리에서 뛰고 있긴 하지만 그러한 전술(속도 게임을 즐기고 전진하며 수비하는)에 적합한 선수가 아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신체 능력은 떨어지고, 자연스레 실책이 많이 늘었고 수비 시에도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유벤투스는 주로 이니에스타가 위치한 우측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팀이며, 역습 시엔 라인과 라인 사이를 깨부수는데 능한 비달이 존재한다. 테베즈와 모라타의 역습이 위력을 발휘할 이유는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이 부분에 대해선 추가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분명 현 루쵸의 바르셀로나는 과르디올라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 '실리적으로' 타협했다고 볼 수 있다. 라인이 높다곤 하나, 그 전 바르셀로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고,(물론 지금의 바르셀로나도 평균 라인은 높다.) 심지어 상황에 따라 라인을 먼저 내려 수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수비하는 방식에 있어서 선수들 개개인(중앙의 3미들)에 주어지는 수비 범위와 부담은 엄청나다. 항상 역습을 준비하는 MSN 덕에 라인을 오밀조밀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라인과 라인간의 간격이 벌어지는 경우가 잦다.), 라인을 커버하기 위해 예전처럼 공간을 점유하는 수비 방식이 아닌 좀 더 볼과 선수를 향해 전진하여 경합할 때가 많다. 더 적극성을 띠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라인은 내려갔을 지 언정, 수비는 여전히, 혹은 그 이상으로 불안해진 셈이다. 윗 본문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이니에스타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히고 팀을 위해 희생시키는 것이다. -

 

 

Threat(외부 위협) - MSN, 그리고 변수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위협적인 것은 당연히 MSN이다. 그래서 이들의 당일 컨디션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바르셀로나의 공격은 사실상 MSN 개인전술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 틀은 존재한다. 전체적인 전술의 큰 맥락만 간략화하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측면에서(네이마르 혹은 메시) 볼을 전개해서 - 중앙을 거치더라도 그것은 상대의 1차 압박이 좋을 경우 우회해서 나가기 위함일뿐이다 - 측면(주로 메시가 있는 우측)에서의 수적 우위를 통해 상대 라인을 볶는 것이다. 상대 라인을 흔드는 시점에서 발생하는 선택지는 두 가지다. 첫째, 상대가 이 과정에서 무너질 경우 그대로 우측 라인에서 박스까지 연쇄적으로 박살내버린다. 둘째, 무너지지 않을 경우 한쪽 측면으로 쏠린 상대의 진형을 이용, 반대쪽 공간으로 볼을 빠르게 투입한다. 이러한 방식은 주로 우측에서 나오는데, 네이마르의 경우 메시만큼 동료 미드필더들과 풀백을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역대 최고의 쓰리톱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바르셀로나 경기를 보다 보면, 메시-라키티치-알베스(+수아레즈)가 라인을 흔들고, 그로 인해 비게 되는 반대쪽 공간으로 볼을 빠르게 연결하여 네이마르가 마무리하는 식의 그림을 많이 볼 수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결국 이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부분 전술은 대부분 MSN을 보조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어느 정도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왜냐하면 선수의 컨디션에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물론 MSN은 그러한 기복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훨씬 덜하겠지만 - 그들도 사람이므로 매번 똑같은 리듬을 유지할 순 없다. 따라서 현재 바르셀로나는 점유율을 바탕으로 변수를 제거해 나가던 그 시절 바르셀로나에 비해 훨씬 더 모험적이고, 불확실성을 띈 팀이다. 


또 다른 변수는 멘탈이다. 사연 많은 수아레즈와 키엘리니&에브라의 만남은 충분한 변수가 될 수 있고, 슈테겐 역시 마찬가지로 유벤투스 입장에서 노려야 할 변수다. 기본적으로 슈테겐은 반사 신경과 볼 배급이 뛰어나지만, 안정성이 떨어진다. 가뜩이나 안정감이 덜한 어린 선수가 결승에서 맞이할 긴장감은 생각 이상일 수 있다. 베테랑이 즐비한 유벤투스에겐 어쩌면 브라보 대신 출전하는 슈테겐은 기회일 수 있다.

 

 



베를린에서 세리에B로, 세리에B에서 베를린으로

 

 바르셀로나의 S(MSN). W(미드필더). O(피를로). T(높은 수비라인)을 똑같이 고려해 봐도 유벤투스의 승산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진부한 말이지만 ‘공은 둥글다’는 명언도 있지 않나. 예상을 깨고 언더독이 승리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유벤투스가 2012년의 첼시가 될지, 작년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우승 확률은 누구든 50%다. 우승 혹은 준우승. 그 이상도 없고, 이하도 없다.


2003 - 2015.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전설의 도전

 

이번 결승전이 열리는 베를린은 유벤투스에게 아주 특별하다. 이탈리아가 2006월드컵에서 우승했던 장소기 때문이다. 특히 부폰에겐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월드컵으로 모든 영예를 손에 쥐었다가 곧바로 세리에B로 떨어지는 굴욕을 겪고 약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영광의 장소니 말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부폰에겐 놀랍게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경험이 없다. 이제 다신 올 수 없을지도 모를 결승전 무대에서 12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노장이 또 다른 전설과 싸워, 빅 이어를 들어 올린다면 꽤나 드라마틱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드라마를 보고 싶다. 부폰은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 유벤투스를 응원한다.